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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농담이 있죠.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비꼰 농담이지만 쉽게 웃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법 ㆍ정보통신망법 ㆍ신용정보법 통칭 ‘데이터 3법’ 개정안이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줄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열렸습니다. 신용정보법 개정에 따라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각 개인정보의 주체가 되는 ‘마이데이터’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우리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이종철 바이라인 네트워크 기자가 ‘데이터’가 뒤흔들 우리의 미래 일상의 모습을 그려봤다고 합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데이터 3법과 미래 산업에 도움을 주는 가명정보데이터 3법이 개정되며, 가명정보와 익명정보의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책위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세 가지를 말합니다. 데이터 3법과 마이데이터를 혼동하기 쉽지만,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릅니다. 먼저 데이터 3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명정보’와 ‘익명정보’가 적용된 개인정보 보호법입니다. 이제 개인정보에 관한 데이터는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세 가지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라는 개념이 도입되며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자체가 바뀌었죠.
먼저 개인정보는 이름, 나이, 거주지, 월 소비액, 전화번호, 메일주소 등 구체적인 정보를 말합니다. 가명정보는 이 개인정보에서 개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뺀 것입니다. 예를 들어 ‘30번 고객, 30대 직장인, 월 소비액 100만 원, 전화번호 XXX-XXXX-XXXX’처럼 주요 정보를 삭제한 정보를 말합니다. 한편 익명정보는 30대, 남자, 서울, 월 소비액 100만 원만 남기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아예 삭제한 정보입니다. 가명정보와 달리 익명정보는 사실상 개인정보라고는 볼 수 없고 데이터로서 가치도 크지 않아 동의 없이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익명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와 가명정보는 어디까지 활용될 수 있을까요? 개인정보는 지금처럼 사전에 구체적인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고, 동의한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가명정보의 경우 상업적인 통계 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의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명정보의 경우 의료나 신약 개발 등에서 큰 효과가 기대됩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인실리코 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자사의 딥러닝 엔진인 젠틀(GENTRL)을 통해 신약에 쓰이는 3만 개 후보 물질 중 6개를 추리는 데 드는 시간을 2~3년에서 46일로 단축한 바 있습니다. 유전체학에 기반을 둔 신약 개발의 경우 사용자의 풍부한 의료 데이터가 요구되는데요. 딥러닝 특성상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학습하기가 좋고, 따라서 신약 개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법 중 가명정보에 관한 부분은 정보 관리 주체를 설정해, 연구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풍부하게 제공하면서도 보안성을 보장할 수 있죠.
정보의 주권을 본인에게 돌려주는 마이데이터마이데이터의 핵심은 ‘자기정보결정권’입니다.
그렇다면 마이데이터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요? 개인정보의 경우 활용하는 주체는 개인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 개인정보를 공유 받은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이 방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 정보를 기업이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의무라고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따라 소비자 본인에게 이러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마이데이터(MyData, 본인정보활용지원)가 탄생했습니다. 이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자기정보결정권'입니다.
마이데이터에서 이야기하는 자기정보결정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인이 언제든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그 데이터를 3자에게 이동 및 활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개인이 원할 때 보유 기관은 안전하고 쉽게 데이터를 제공해야 합니다. 셋째,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기관은 필요할 때마다 개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넷째,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개인이 원한다면 보유 기관은 데이터를 바로 삭제해야 하죠.
그렇다면 마이데이터가 앞으로 어떤 산업 발전을 도울 수 있을까요? 금융, 증권, 보험, 서비스 산업은 서비스 이용자의 동의를 받고 데이터를 보관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첫 번째 항목에 주목합니다. 기존에도 여기저기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서비스는 가능했습니다.하지만 앞으로는 금융 정보 외에 다른 정보도 소비자가 원한다면 한 기업으로 이동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뱅크샐러드, 토스, 핀크 등의 핀테크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해당 기업과 은행, 카드사가 직접 협의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소비자가 허락한다면 이 정보를 표준화한 형태로 처리하고 데이터를 통합해 핀테크 서비스가 직접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커머스 등의 기업도 금융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쿠팡과 같은 오픈마켓 서비스는 금융정보를 파악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알고리즘으로 제안합니다.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저렴하게 추천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상품보다 데이터 처리 방법을 판매하는 클라우드 전문 회사가 국내에서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해외로 솔루션을 수출하게 될 날도 올 것입니다.
마이데이터, 그리고 개인별 맞춤형 소비케어최근 각종 은행 앱들이 앞다투어 차세대 뱅킹 앱을 내놓는 이유도 다르지 않습니다. 마이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폭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고객의 정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업체로 거듭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데이터가 등장하고 나면, 데이터를 식별하고 정리하며, 추천하기 위해 AI가 적용됩니다. 지금의 인터넷도 약간의 개인화는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선호하는 카테고리만 볼 수 있는 포털의 뉴스나 AI가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쇼핑 리스트가 있습니다. 유튜브 뮤직이나 영상 서비스도 마찬가지죠. 데이터가 더 풍부하다면 개인 비서 수준의 데이터 추천도 가능합니다. 앞으로의 인터넷에서는 고도의 개인화와 맞춤화가 트렌드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이미 개인화와 맞춤화된 추천을 해주고 있는 앱도 있습니다. 바로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입니다.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는 현대카드와 이스라엘의 핀테크 업체인 퍼스네틱스(Personetics)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는 고객의 카드 사용 특성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개인별 맞춤형 소비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마이데이터 이전, 현대카드는 이미 개인화 및 맞춤화된 서비스 소비케어 by Personetics를 내놓았습니다.
현존하는 카드 앱들 대부분이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거의 돈을 쓴 이후의 기록만 갖고 있습니다. 결제가 이뤄지기 전 예측해 알림을 주는 서비스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는 알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는 알려줄 수가 없죠. 예를 들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 포인트가 얼마나 남았는지, 할인받을 수 있는 브랜드는 어디인지 등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는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결제 시 발행하는 오류 등도 모니터링합니다.
현대카드 소비케어 by Personetics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결제를 예측하고, 맞춤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서비스입니다. 즉, 마이데이터 이전부터 마이데이터에 가까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P-TAG, D-TAG 등은 물론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등의 데이터도 쓰였습니다.
이 서비스는 택시를 많이 타는 사용자는 ‘Taxi Lover’, 반려동물과 관련해 많은 지출을 한 사용자는 ‘Pet Lover’로 정의하는 등 ‘○○ Lover’의 이름을 붙여 소비 패턴을 정의해줍니다. 만약 여행에서 지출이 커졌다면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그리고 카드값’이라는 문구로 소비자의 패턴에 작은 경각심을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또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금융사기 발생 가능성도 모니터링해 전달하는 기능도 있다고 하니 마음 편하게 카드를 사용해도 되겠죠.
현대카드 앱 3.0은 개편을 통해 SNS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현대카드 앱 역시 8월에 개편해 3.0 시대를 맞았습니다. 그간 현대카드 홈페이지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던 정보를 앱 안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고, 소비내역은 물론 지난 달 지출이 급증한 내역, 자주 가는 카페나 쇼핑몰의 쿠폰 정보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평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제품은 외부 창이 아닌 앱 내에서 실행되는 M포인트몰에서 포인트로 결제할 수도 있습니다.
리뉴얼된 현대카드 앱 3.0에는 ‘온라인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등 다양한 데이터사이언스 기술이 적용되었는데요. 이번 리뉴얼을 통해 현대카드는 결제 데이터를 분석·가공하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맞춤형(customized)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알고리즘을 통해 최상단으로 노출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무한 스크롤링의 형태로 구성 및 제공합니다. SNS처럼 즐겨찾기 내역을 정리해서 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 소비자가 반응하면, 다시 이 결과가 콘텐츠 순위에 반영됩니다. 이 같은 반응을 활용한 알고리즘 재정비는 MZ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는 비디오 플랫폼 ‘틱톡’의 사례와 비슷합니다. 단순히 본인의 카드 사용내역만 보는 게 아니라 카드 앱이 취향 맞춤형 놀이터가 되는 셈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개인정보는 보호하면서, 기업들에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 시장을 활짝 개방함에 따라, 여러 금융권 앱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보만으로도 사용자 맞춤형 앱을 만들어왔던 현대카드는 마이데이터를 만나 어떤 도전을 하게 될까요? 다가올 금융 개인화 시대, 새로운 혁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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