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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주간 회의 준비 담당을 맡고 있는 현대카드 오준혁 사원은 매주 월요일마다 회의실 예약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회의실 예약 페이지에 들어가 예약돼 있지 않은 빈 회의실을 일일이 검색한 뒤 해당 회의실을 직접 예약해야 했기 때문.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런 복잡한 절차 없이도 쉽고 빠르게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인공지능 일정 관리 시스템 ‘코노(Kono)’가 도입된 덕분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메일 작성 창을 열고 회의 참석자를 지정한 다음 ‘코노야 회의실 예약 부탁해’라고 적고 전송을 누르면, 잠시 후 코노가 회의 참석자들과 가장 가까운 장소의 빈 회의실을 찾아 예약해준다. 같은 방식으로 ‘코노야 9월 24일에 외부 미팅 일정 잡혔어’라고 메일에 입력하면 캘린더에 자동으로 일정이 기록된다. 참석자만 입력하면 이용자의 행동 패턴과 기존 스케줄을 고려해 회의 날짜도 정해준다.
코노(Kono)는 IT기반 스타트업 코노랩스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일정관리 시스템이다.
이 인공지능 일정 관리 시스템은 스타트업 ‘코노랩스(Konolabs)’의 작품이다. 올해 2월 현대카드는 코노랩스와 포괄적 업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8월부터 사내 인트라넷에 코노를 도입했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현대카드 업무 시스템에 맞게 적용해 업무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코노를 관리하는 현대카드 기업문화팀 장은지 대리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의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 등의 절차상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한달 평균 4.3시간을 스케줄 정리에 쏟는다고 하는데, 코노를 사용하면 이런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의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내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외부와 손잡는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기업으로 파고들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미국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2000년대 초반 만든 오랜 개념이나, 최근 들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동력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이 꼽히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스냅챗 등이 과거 작은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 오픈이노베이션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개념은 더욱 각광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협업과는 다르다. 기업 간에 주요 기술이나 서비스 역량을 공유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창업 물결이 일면서, 유망한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위해 해외 주요 거점에 사무소를 내고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남다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하 현대카드) 역시 디지털 역량을 고도화 하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가 운영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스튜디오 블랙’ 입주 기업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스튜디오 블랙에는 9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현대카드는 이들에게 공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그간 비즈니스를 하면서 쌓아 온 노하우를 공유하고, 뛰어난 스타트업을 발굴해 현대카드의 사업 분야들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이른바 ‘데모데이’를 열어 입주 기업 가운데 현대카드와 협업하기를 원하는 스타트업의 제안을 받고 이를 실현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코노랩스, 미띵쓰(Methinks) 등이 데모데이를 통해 현대카드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시작했다. 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이 가능한 영역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을 높이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전 직원이 이용하는 사내 포털인 ‘글로벌 큐브’에 오픈이노베이션 채널을 만들어 사업과 연계 가능한 스타트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 이채영 코이노베이션팀 대리는 “현재 500여개의 기업 풀을 보유 중이며 25건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이라며 “관심있는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돕는 것은 물론 주요 협업 사례를 전 임직원들에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7월 국내 기업 최초로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테크스타(Techstars)와 업무 협약을 맺은 것. 현대카드 관계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현대카드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외부의 참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현대카드 내부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로의 진출도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에서 진행된 데모데이 모습.
함께하는 혁신으로 고객의 마음을 읽다.실제로 현대카드는 고객의 의견을 청취하고 리서치 하는 데에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1월 소비자 리서치 플랫폼을 개발한 ‘미띵스’와 포괄적 업무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띵스는 VOC(Voice of Customer), 이른바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쓰이는 ‘비디오 인터렉션 챗 플랫폼(video interaction chat platform)’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존의 전화, 대면, SMS 설문 이외에도, 온라인 화상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 조사나 서비스 테스트 등을 할 수 있다. 신효식 CS팀 대리는 “미띵스 플랫폼을 구동하면 고객의 얼굴 그리고 고객의 스마트폰 화면이 동시에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며 심도 깊은 분석을 할 수 있다”며 “현재 미띵스 플랫폼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오토에버, IBM 등 다양한 업체와 1년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지난 4월 4일 현대카드 AI-ARS를 정식 오픈했다.
고객센터를 이용 시 발생하는 대기 등으로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을 해결하는데도 오픈이노베이션의 도움을 받았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다 소중한 점심시간을 날린 경험 다들 있을 것이다. 상담원과 연결되는데 대기 시간만 수분은 걸리고 설사 연결됐다고 해도 실수로 다른 버튼을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이런 답답함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현대카드는 현대오토에버 및 IBM과 손잡고 올해 4월 ‘인공지능 음성 상담 서비스(AI-ARS)’를 탄생시켰다. 고객들의 ARS 이용패턴을 분석 활용 빈도가 높은 6개(선결제, 한도조회, 한도조정, 청구 내역 조회, 신규 비밀번호 등록, 비밀번호 변경) 항목에 우선 AI-ARS를 적용했고, 그 결과 월 3만건에 달하는 상담 업무를 인공지능 상담원이 해결하게 됐다. 김혜리 AI서비스팀 대리는 “상담 전화가 폭주하는 평일 정오에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기시간 없이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며 “인공지능의 상담 경험이 누적될 수록 상담 품질은 더욱 향상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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