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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도로를 가득 매운 수많은 차량들
(출처=gettyimagesBank.com)
지난해 인도 현지 금융 파트너들과 협상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와중 저희 쪽에서 최종 제안을 던졌습니다. 상대방은 의외로 흔쾌히 저희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No Problem(좋습니다)”이라는 말에 저희는 협상을 유리하게 타결했다고 안도하며 회의를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얘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상대방 측에서 합의한 바와 다른 제안을 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희는 나중에야 이것이 인도인들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거절할 때 면전에서 ‘No’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죠. ‘Yes’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협상 중에 ‘가능하다’ ‘할 수 있다’고 했더라도, 계약서에서 직접 서명하기 전까지는 확실한 것이 아닌 겁니다.
“인도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아마 인도에서 비즈니스 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교통 환경으로 인해 약속에 늦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나라. 수많은 홈리스와 주인 없는 동물들이 반듯하게 차려 입은 커플과 함께 섞여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 미국의 대 문호 마크 트웨인도 설명하려다가 포기했다는 이 복잡한 인도 사회에서 지난 1년간 부딪히며 깨달은 바를 여러분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자동차에 卍 자를 그릴까?과거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구입한 후 운전대를 잡기 전 고사를 지내곤 했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생소한 의식일 수도 있겠네요. 트렁크를 비롯한 차문을 모두 열어놓고, 타이어에 막걸리를 뿌렸죠. 어떤 사람들은 돼지 머리와 삼색 과일을 준비한 다음 무사고를 기원하며 차에다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제사상에 쓰이는 북어를 가져다 트렁크에 매달거나 운전석 밑에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도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습니다. 바로 ‘푸자’라는 의식인데요. 일상 생활과 긴밀히 연관된 물품들에 축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주로 새 차를 사거나 새 집으로 이사를 갈 때 열립니다. ‘푸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우선 의식을 집행하는 ‘푸자리’를 섭외합니다. 그리고 푸자리의 지시에 따라 차량에 쌀을 뿌리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으로 불교에서 ‘길함’을 상징하는 ‘만(卍)’자를 그립니다. 그리곤 코코넛과 레몬을 타이어에 뿌리며 안전 운전을 기원하죠.
(왼쪽) 오토엑스포에 참석한 남궁우진 법인장(가운데), (오른쪽) 남궁우진 법인장(왼쪽에서 두번째)과 현대캐피탈 인도(HCIN) 직원들
인도인들이 자동차에 기울이는 각별한 애정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아직 1인당 GDP가 우리나라의 15분의1 수준임을 감안할 때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여전히 집안에 비싼 자산을 들이는 큰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동차를 구매한 후 몇 년이 지나도 시트 커버를 제거하지 않고 운행하는 차들도 많습니다. 심지어 정식 번호판을 신청하고도 일부러 교체하지 않고 임시 번호판을 1년이상 그대로 달고 다니는 차들도 있지요.
전례 없는 침체 겪은 세계 4위 자동차 시장 인도한 때 인도의 자동차 시장에 대해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수십여 년간에 걸친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로 인도의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8년에는 신차 판매 대수가 330만을 돌파하며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지요. 아직 인구 천명당 신차 보유 대수가 30여 대 안팎으로 중국의 4분의1에 불과함을 감안할 때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 시장은 작년 한 해 침체를 겪었습니다. 신차 판매 대수가 재작년 대비 12%가 감소한 295만대에 그쳤죠. 인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기업인 마루티스즈키(Maruti Suzuki)를 비롯하여, 타타(Tata)와 마힌드라(Mahindra) 같은 현지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지했습니다. 수많은 계약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죠.
인도 자동차 시장의 위기는 부실한 금융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은행 융자를 통해 자동차를 구매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그림자 은행(Shadow Banking)’이라고 불리우는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신차를 구입합니다. 지난해 주요 인도 그림자 은행들이 채무 불이행으로 파탄에 빠지면서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재원 조달에 위기를 겪었습니다. 결국 딜러들은 영업을 중단했고 전반적인 자동차 판매감소를 야기했죠.
소형 SUV와 디지털 금융으로 돌파구를 찾다(왼쪽) 현대자동차 인도법인과 인도 ICICI 은행의 주요 임원진들과의 미팅을 마친 후,
(오른쪽) 기아자동차 담당직원들과 함께
흔히 우리는 비즈니스에서 ‘위기는 기회다’ 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식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대차가 적극적인 현지 마케팅을 펼치는 올해에는 적합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지난해 출시된 기아차의 셀토스, 스테디셀러인 현대차의 크레타 등 인기 소형 SUV모델을 필두로 현지 딜러들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인도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자동차 판매사가 하나의 금융사와 독점 제휴를 맺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현대캐피탈이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현대차 할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다양한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자문 법인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편하게 신차를 구매할 수 잇는 인터넷 사이트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를 런칭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온라인 금융 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현대차 구매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저에게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항상 시스템보다는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하고 신뢰를 쌓는 것에 중점을 두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정해진 미팅 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약속을 쉽게 지키지 않는 일에 답답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다 보면 대부분 나름의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것이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 인도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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