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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종로구에 처음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이하 디자인 라이브러리)’. 모두가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디자인 전문 공간은 부재했던 우리나라에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16,000여 권(2018년 기준)의 책을 통해 디자인에 몰입하고 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고객들은 디지털 시대에 화두를 던지는 아날로그 공간에 열광했고, 이후 현대카드는 트래블, 뮤직, 쿠킹으로 라이브러리 주제의 지평을 넓혔다.
이 같은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한 달 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지난 1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오픈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하다. 부활·회복·재생·경신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리뉴얼은 사실상 고객의 관심과 주목에서 멀어졌을 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평균 방문객이 50,000여 명이나 되고 재방문 비율도 30%로 높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별도의 리뉴얼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 것. 그렇다면 현대카드는 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굳이 리뉴얼했던 것일까. 도심 속 지적 휴식공간이자 명소로까지 자리잡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새로 바꾼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공간은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끊임없이 바뀌어야”“공간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사회와 문화적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어야 한다.” 저명한 공간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순딘(Kristoffer Sundin)의 말이다. 공간 디자인 리뉴얼은 단순히 미(美)적인 부분을 개선하기위해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공간 사용자들의 새로운 ‘필요(Needs)’를 충족하고 그들의 행동에 ‘더 나은 변화’를 주기 위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현대카드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리뉴얼 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현대카드는 2013년부터 서울 시내 4곳에 디자인·트래블·뮤직·쿠킹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처음 문을 연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의 첫 번째 문화공간으로서 고객들에게 몰입과 영감을 제공하며, 국내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최근 공간 사용자들의 필요나 새로운 트렌드를 담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Art팀 김정연 수석 큐레이터는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개관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고객들에게 보다 새로운 분위기와 경험을 제공할 필요를 내부적으로 느꼈다”며 “이에 장서 업데이트를 넘어 공간 리뉴얼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변신을 꾀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번째 변화 : ‘몰입과 영감’의 공간에 ‘향유(享有)’를 더하다그렇다면 리뉴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이 됐을까. 첫째가 바로 ‘디자인을 매개로 한 소통’이다. 현대카드는 개인이 조용하게 도서를 열람하고 즐기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지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간단히 말해, 몰입과 영감의 공간에 향유(享有)의 기능을 더한 것.
이를 위해 1층 전시장를 없애고 그 자리에 ‘라운지(LOUNGE)’를 새로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디자인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모색하는 ‘디자인 워크숍’과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들의 강연과 스터디 등이 진행된다. 고객들은 라운지에서 자유롭게 디자인 서적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에 관한 생생한 담론을 나눌 수 있다.
지난 17일 ‘도시의 시대: 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한 홍지유(29)씨는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사색과 대화가 있는 과거 프랑스 살롱 느낌이 난다”며 “기존처럼 디자인 도서로 몰입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생각과 경험, 지식 등을 나눌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화 : ‘희귀 도서(Rare Book)’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다이번 리뉴얼에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1층 북 카페가 사라진 자리에 마련된 ‘레어 북 컬렉션(Rare Book Collection)’이다. 이전에도 레어북 컬렉션을 꾸준히 소개한 바 있지만 별도로 공간을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들은 이 곳에서 4,500여 권의 디자인 희귀 도서를 만날 수 있다. 주로 소량 인쇄됐거나 절판된 책 혹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도서다. <파이돈(Phaidon)>, <타셴(Taschen)>의 한정판 도서는 물론 책의 형식를 뛰어 넘는 아트북 출판사 <비져네어(Visionaire)> 시리즈 외에도 세계적으로 진귀한 절판 도서들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대중문화 잡지 <라이프(LIFE)>의 1936년 창간호부터 2000년 폐간호까지 전 컬렉션 2,167권과 1928년 창간해 현재까지 꾸준히 발간 중인 이탈리아 건축전문잡지 <도무스(Domus)>의 전 컬렉션도 열람 가능하다.
레어 북 컬렉션에 들어서면, 입구 선반에 희귀 도서들이 진열돼 있는데 이를 통해 오브제로서 책 자체의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4,500여 권의 레어 북은 희귀 도서의 보존과 쾌적한 열람 환경을 위해 사전예약 후 열람 가능하다.
Art팀 유하은 대리는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역사를 쌓아오면서 희귀·소장본이 급격히 늘어나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또 적절하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됐다”며 “이번 리뉴얼로 고객들은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희귀본을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2월 문을 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바우하우스(Bauhaus) 이후 디자인을 조망한 16,000여 권의 국내외 디자인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연간 50,000여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고, 현대카드는 책뿐만 아니라 디자인 관련 전시나 강연, 워크숍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지난 2013년 아시아 대표 디자인 시상식 ‘DFAA(Design For Asia Award)’에서 종합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