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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 안경 속에서 펼쳐지는 증강현실의 세상


애플이 내놓는다는 ‘AR 글래스’ 아마도 이럴까? AR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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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디지털, 테크 트렌드를 소개하는 ‘Tech Talk’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증강현실 안경, 이른바 AR 글래스(Glass)를 소개합니다. 안경만 쓰면 눈앞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장면이 펼쳐지는 신비한 안경이라고 합니다. 이요훈 IT칼럼니스트가 소개하는 ‘AR 글래스’, 한번 알아볼까요?




애플이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글래스’를 출시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애플만이 아니다. 메타(Meta)도 새로운 VR(Virtual Reality) 기기를 준비하고 있고, 구글(Google)은 ‘Google I/O 2022’에서 AR 글래스를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에서도 AR 글래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덤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내년부터 정보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도 모를 AR 글래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 걸까? 이미 출시된 AR 앱을 통해, AR 글래스가 가져다줄 변화를 미리 맛보자.

AR, 포켓몬 고에 쓰인 기술 맞지?

AR은 현실 이미지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우는 기술을 말한다. 잘 알려진 ‘포켓몬 고’ 게임을 떠올리면 쉽다. 처음엔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었다가, 이젠 공간이나 사람 얼굴을 읽은 다음, 거기에 맞게 컴퓨터 그래픽(CG)를 입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맞다. ‘스냅챗(Snap Chat)’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카메라 필터, 그것도 AR이다.

그럼 AR 안경은 뭘까? 스마트폰 대신 안경 형태의 기기를 쓴다는 점이다. 안경형 기기는 사용하기 편하다. 굳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으니, 두 손이 자유롭다. 현실감이 넘친다는 장점도 있다. 눈으로 보는 풍경에 바로 CG를 그리기 때문이다. 안경을 낀 채 보기만 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쓰임새도 넓다.

<출처= Niantic>
2019 ‘포켓몬 고’ 축제 포스터

예를 들자면 이렇다. 우리가 어디 가서 물건을 살 때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보통 그 물건에 대한 정보나 최저가를 스마트폰에서 검색해 볼 것이다. AR 안경이 있으면, 물건을 보기만 해도 최저가나 리뷰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물건 확인-스마트폰 검색-정보 확인’이라는 단계가 ‘물건 확인-정보 확인’으로 줄어든다. 시간이 궁금할 때, 지금 여기나 내가 내릴 역이 맞는지 확인할 때,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궁금할 때,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을 때도 스마트폰을 볼 필요가 없다. 환상적이다.

잠깐! 애플이 출시하는 건 ‘MR(?) 글래스’라고 하던데

맞다. 이런 장비가 정말 좋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다만 환상적이라는 말은, 구현해내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화 ‘드래곤 볼’에 등장하는 스카우터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서 이미 비슷한 기기를 선보였음에도, 제대로 된 제품은 나온 적이 없다. 처음 붐을 일으킨 건 ‘구글 글래스’였지만 실패했고, 지금도 다양한 AR∙MR 글래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산업용이나 스마트폰의 추가 디스플레이로 쓰인다.

<출처=https://youtu.be/oGsv1I-VZ4s>
애플 글래스 활용 예상 영상

실제로 현재 수준의 기술로는 독립형으로 작동하고, 제대로 된 앱이 있고,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 가고, 신체에 나쁜 영향이 없고, 쓸만한 영상을 보여주면서도 가격도 적당한 그런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나올 제품이 AR 글래스가 아니라 ‘MR(Mixed Reality) 글래스’가 될 거라 예상하는 이유다. MR 글래스는 기존 VR 헤드셋과 비슷한 장비다. 헤드셋에 부착한 카메라를 통해 현실을 찍어, 그걸 헤드셋 안쪽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 이런 기술을 ‘비디오 씨쓰루 AR(video see-through AR)’ 또는 현실과 가상이 혼합됐다는 의미에서 MR(Mixed Reality)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마디로, AR 글래스를 아직 만들기 어려우니 일단 AR 글래스 비슷하게 장비를 만들어 써보자는 것이다.

애플만 만드는 것도 아니다. 메타에서 만드는 ‘오큘러스 퀘스트’를 비롯해, 여러 VR 헤드셋에 이미 비슷한 기술이 적용됐다. MR 헤드셋을 대표하는 기기는 MS에서 출시한 ‘홀로 렌즈(Holo Lense)’다. 참고로 애플에서 하는 일이 원래 이렇다. 소프트웨어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기술을 도입한다. 2017년에 공개된 AR 앱 개발 도구인 ARKit, 에어팟 시리즈에 적용된 공간 음향, 아이폰 12 프로 이상부터 들어간 라이다 센서 등이 모두 좋은 AR 앱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AR 글래스에 들어갈 기술, 어떤 앱에서 맛볼 수 있을까?

그럼 AR 글래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힌트는 이미 출시된 AR 앱 안에 있다. 예를 들어, 애플에서 출시한 동영상 앱 ‘클립스(Clips)’는 증강현실 특수 효과를 제공한다. 3차원 영상 센서인 ‘라이다(LiDAR) 센서’로 공간을 스캐닝한 다음 동영상을 찍으면, 특수 효과 속에 내가 들어간 느낌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이처럼 AR 글래스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각종 특수 효과를 자연스럽게 입힌 작품을 촬영할 수 있다. 지금까진 얼굴만 포샵 처리했다면, 앞으론 공간도 포샵한다고 해야 하나.

클립스로 찍은 영상. 돈다발을 맞으며 기뻐하는 필자 클립스로 찍은 영상. 돈다발을 맞으며 기뻐하는 필자

클립스로 찍은 영상. 돈다발을 맞으며 기뻐하는 필자

게임은 어떨까? ‘The Machines AR’은 몇 년 전에 소개돼 꽤 많은 관심을 받았던 AR 게임이다. 테이블 같은 곳을 카메라로 비추면, 테이블 위에 게임 플레이를 위한 배경이 생기고, 그 배경 위에서 캐릭터들이 전투를 벌인다. 뭐랄까,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 게임에서도 많이 쓰이던 방식인데, AR로 옮겨 놓으니 생동감을 얻는다.

유명한 ‘앵그리버드 AR’이나 방 탈출 게임 ‘아리아의 유산(ARia's Legacy: AR Escape Room)’도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 AR 글래스가 등장하면, 좁은 스마트폰 화면을 신경 쓰지 않고, 널찍하게 AR 게임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AR 글래스는 대형 스크린을 가진 스마트폰, 얼굴에 쓰는 스마트폰이란 개념도 가지고 있으니까.

쇼핑할 때는 어떨까? 미리 이케아 가구를 집에 배치해 놓고 볼 수 있는 앱 ‘IKEA Place’는 꽤 유명하다. 비슷하지만 더 다양한 가구를 제공하는 ‘Houzz’라는 앱도 있다. 내 맘대로 가상으로 가구를 배치해보며 노는 재미가 있다. ‘Live Home 3D’ 같은 앱을 이용하면 주택 전체에 가구를 배치한 다음, AR로 꺼내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가상으로 현실 공간이나 사물 위에 뭔가를 미리 배치하고 테스트하는 건 AR이 가진 강력한 기능이다.

<출처= https://youtu.be/P5RlFu2p49Y >
스카이가이드(Sky Guide) 사용 모습

‘워너(Wanna)’ 앱이나 스포츠브랜드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 앱에선 신발을 가상으로 신어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굿스타일(GoodStyle)’ 앱을 쓰면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에 다양한 옷과 장신구를 입혀볼 수 있다. 부족하긴 하지만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와비 파커(Warby Parker)’ 앱이나 우리나라의 ‘라운즈’ 앱을 쓰면 안경을 가상으로 써볼 수 있다. AR 글래스를 쓰면 이렇게 뭔가를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마법 거울이 눈앞에 놓인다. 옷, 신발, 가방을 마음껏 착용해 볼 수 있다. 나중엔 내 옷장에 있는 옷을 미리 사진 찍어놓고, 가상으로 착장샷을 찍을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교육이나 실용적인 목적으로도 AR 글래스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하늘만 쳐다보면 별자리를 알려주는 스카이가이드(Sky Guide)’ 앱은 무척 사랑하는 앱 중 하나다. 앞으론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하늘만 쳐다보면 날씨와 별자리를 볼 수 있다. 조금 징그럽기는 하지만 ‘컴플리트아나토미(Complete Anatomy)’ 앱도 좋아한다. 해부학 공부를 위한 앱이지만, 앞으론 손목이 아플 때 손목을 쳐다보면, 근육과 뼈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또 다른 AR의 중요한 기능은 3D 프레젠테이션이다. 시제품을 먼저 선보이거나, 물건을 사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지그스페이스(Jigspace)는 이런 3D 프레젠테이션에 특화된 앱이다. 실물 크기 물건을 보면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제품 카탈로그를 만들 수도 있다.

신용카드와는 어떤 관계야?

사실 AR 기능을 가장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활용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 렌즈’처럼 현실 정보를 카메라로 읽어 들여 해석하는 앱도 있고, 외국어 문장을 사진 찍으면 바로 번역해주는 구글 번역 기능도 있다. 해외 직구 제품 매뉴얼을 읽을 때 유용하게 쓴다. 최근 구글맵에는 현실 배경에 네비게이션 화살표 등을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특정 단어 검색 시 AR 기능으로 해당 사물이나 동물을 보여주는 기능도 예전부터 제공한다.

만약 AR 글래스가 보급되면, 신용카드는 어떻게 될까? 2020년 마스터 카드는 증강현실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해당 카드 혜택에 주어지는 가게나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AR의 주요 기능이 ‘현실 정보를 읽고, 읽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 정보를 표시’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출처=https://youtu.be/Fm-4GPSnj94>

위 영상처럼 신용카드를 AR 글래스를 끼고 쳐다보기만 해도, 그 카드가 가진 여러 혜택이나 사용 명세를 쉽게 확인할 방법도 있다. 또는 카드나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이, AR 글래스로 단말기를 쳐다보면 바로 결제가 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AR 글래스는 처음엔 ‘스마트폰을 쉽게 쓰는 방법’으로 환영 받겠지만, 점점 더 AR 글래스만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시대가 곧 다가올른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려보자.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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