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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레인: 어피티]
신용카드는 말이 없다, 숫자가 있을 뿐


신용카드 속 숫자에 관한 TMI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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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별 생각 없이 지갑에 넣고 다니며, 결제할 때 꺼내보는 쓰는 신용카드.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용카드에는 물음표가 찍히는 것들이 꽤 있다. 가로 53.98mm, 세로 85.60mm의 작은 카드 플레이트지만, 한 사람에 관한 대부분의 금융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신용카드 한 장을 놓고 꽤 오랜 시간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신용카드에 대한 알쓸신잡을 소개한다.

카드의 주민등록번호 ‘16자리 카드번호’

신용카드 곳곳에 새겨져 있는 여러 숫자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우리가 보통 '카드번호'라고 칭하는 16자리 숫자다. 일반적으로 카드번호는 16자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계열의 신용카드는 15자리 숫자를, 다이너스 카드는 14자리 숫자를 사용하고 있다.

16자리 신용카드 번호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출처=unsplash.com)

16자리 신용카드 번호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출처=unsplash.com)

주민등록번호와 자동차 등록번호에 규칙과 의미가 있듯이 카드번호도 특정한 규칙에 따라 설정된다. 카드번호 중 맨 앞의 6개 숫자는 ‘빈(BIN, Bank Identification Number)’이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카드 종류, 국가 코드, 발급사 코드를 의미하는 숫자들로 구성돼있다. 예컨대, 비자카드는 4, 마스터카드는 5, 국내 전용카드는 9로 시작되는 식이다. 회원의 등급은 무엇인지, 개인카드인지 법인카드인지도 이 여섯 자리 숫자에 담겨 있다. 

마지막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숫자는 카드사가 임의의 규칙을 적용해 만든다. 신용카드 번호 중 맨 마지막 숫자는 카드번호를 검증하는 값으로 '룬 공식(Luhn Formula)'이라는 특별한 계산식에 의해 설정된다. 카드 번호를 위조하거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검증 절차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CVV, CVC, CID. 카드 검증 코드의 명칭은 카드사마다 다르다.

CVV, CVC, CID. 카드 검증 코드의 명칭은 카드사마다 다르다.

당신이 진짜 카드 주인인지 확인하는 숫자들

신용카드로 온라인 결제를 할 때 '보안코드를 입력하라’는 안내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뒷면 서명란에 적힌 3자리 숫자가 그것인데, 이 숫자는 신용카드 번호와 함께 사용자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카드 번호 도용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한 보안 기능을 하는 것이다.

카드 검증 코드의 이름은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다. 마스터카드(MasterCard)와 JCB는 CVC(Card Verification Code), 비자(VISA)는 CVV(Card Verification Value),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CID(Confidential Identifier Number)를 사용한다.

5년짜리 계약, 신용카드 유효기간

신용카드는 '내 신용에 기반해 정해진 한도 내에서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서 결제일에 돈을 갚겠다'는 계약의 증거물이자, 계약을 실행하기 위한 이용권이다. 이를테면, 헬스장에 회원등록을 하고 출입 카드를 받거나,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집 열쇠를 받는 것과 같다. 

모든 계약에 기한이 있듯, 신용카드에도 유효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국가마다 카드의 유효기간은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5년을 신용카드 유효기간으로 설정한다. 신용카드는 단어 그대로 고객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카드라는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5년이라는 유효기간은 곧 5년 마다 고객의 소득 등 여려가지 경제 조건을 기반으로 고객의 신용도를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유효기간이 짧은 것에는 보안 상의 이유도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유효기간을 뜻하는 4자리 숫자는 신용카드 번호, 카드 검증 코드, 비밀번호 등과 함께 결제 시 사용자 검증에 사용된다. 유효기간 갱신은 곧 검증 코드 갱신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마그네틱과 IC칩으로 들어간 숫자들
‘긁어서' 카드 정보를 전송하는 마그네틱 결제는 ‘카드를 긁는다’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출처=pixabay.com)

(출처=pixabay.com)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려면 지폐나 동전을 손으로 전달하는 것처럼, 신용카드 번호 등 숫자로 된 카드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 한 때 신용카드는 양각으로 새겨진 숫자 위에 종이를 올려두고 특수한 기계를 통해 숫자를 압인하는 방식으로 결제를 하곤 했다.

이후 마그네틱 기술 도입으로 카드를 긁는 시대가 도래했다. 카드 뒷면에 카드정보를 담은 마그네틱 테이프를 붙여 이를 단말기에 읽히는 방식이다. 마그네틱 테이프에는 보이지 않는 세 개의 유의미한 선이 존재한다. 첫 번째 선은 사용자의 이름과 카드번호, 유효기간. 두 번째 선은 발급일, 세 번째 선은 카드 제휴사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마그네틱 결제 방식에는 약점이 있었다. 복제가 쉬워 신용카드 정보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데다, 긁는 행위로 인한 물리적인 손상 위험도 잦았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한 것이 바로 집적회로(IC, Intergrated Circuit)를 이용한 ‘꽂는’ 결제 방식이다.

집적회로는 카드 정보와 함께 보안기술을 내장하고 있어 카드 위조 및 변조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거기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아 IC를 읽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카드 실물의 물리적인 손상도 훨씬 덜하다. 

실물 카드 없이 카드 정보를 전송하는 시대 삼성페이, LG페이, 앱카드 등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출시 후 몇 년 만에 우리의 일상에 정착했다.

삼성페이, LG페이, 앱카드 등 간편결제 서비스들은 출시 후 몇 년 만에 우리의 일상에 정착했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실물 카드를 기반으로 한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카드 정보를 전송하는 일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OO페이’ ‘앱카드’ 등의 서비스를 통해 이제는 카드를 긁거나 꽂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다.

국내 간편결제의 대표적인 예인 ‘삼성페이'는 앞서 설명한 마그네틱 결제 방식을 응용해 카드 정보를 전달한다. 스마트폰에서 자기장 형태로 카드 정보를 생성하고 이것을 카드 단말기에 갖다 대면, 단말기가 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앱카드의 원리는 조금 다르다. 카드 정보를 일회용 바코드나 숫자에 담아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단말기에 읽히거나 결제창에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현대카드의 ‘가상카드번호’는 가상의 카드번호를 생성해 안전한 결제를 도우는 서비스다.

현대카드의 ‘가상카드번호’는 가상의 카드번호를 생성해 안전한 결제를 도우는 서비스다.

간편결제 서비스와 앱카드 모두 스마트폰 자체에 탑재된 홍채인식, 지문인식 등 생체정보 인증과정을 거치면서 한 번 결제할 때 여러 단계의 보안 절차를 밟는다. 때문에 실물 카드보다 훨씬 보안이 강력하다.

안전한 결제를 위해 1회성 카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현대카드는 결제 시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가상카드번호'를 제공한다. 가상으로 카드번호를 생성하고 해지할 수 있는 기능으로, 카드 별 1개의 가상카드번호를 생성, 보유할 수 있고, 생성 및 해지는 월 3회까지 가능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상카드번호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해외 가맹점 전체에서 활용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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