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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융자산 80조 훌쩍 넘긴 현대캐피탈


강력한 현지화와 장기적 투자로 글로벌 금융사로 우뚝서다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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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방코현대캐피탈브라질(이하 BHCB)에게 브라질은 생경한 시장이었다. 각 브랜드가 매장을 차리고 자동차를 판매하는 국내와 달리, 브라질은 한 딜러가 여러가지 브랜드의 자동차를 취급하는 이른바 ‘멀티 딜러 숍(Multi dealer shop)’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HCB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전세계 10여개국에 진출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시장에서나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판매 방식 별 기본 운영 모델’을 만들어 뒀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시장성숙도와 규모, 판매 방식에 따라 모델을 분류해 놓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했다”며 “전세계 어느 국가에 진출해도 당장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영업 모델이 표준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Global Forum)에서 참가한 11국 법인 임원들이 모여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Global Forum)에서 참가한 11국 법인 임원들이 모여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성장세가 무섭다. 현대캐피탈은 글로벌 진출 30년만인 지난해 해외 자산 50조8184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해 국내 현대캐피탈 자산 29조6577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1개국 현대캐피탈 전체 자산이 80조를 훌쩍 넘긴 것. 해외 법인들의 세전이익(IBT) 역시 7663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해, 지난 2011년(2737억원)보다 약 3배로 많아졌다.

지난 1989년 현대오토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현재 독일, 러시아, 중국, 영국, 인도, 캐나다, 호주, 브라질, 싱가포르 등 전세계 11국에서 전세계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화가 뒤떨어진 금융업계에서 독보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한국의 여러 금융사 중 해외 사업을 많이 하는 금융사가 아닌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된 시스템과 현지화의 탄력적 조화···성공 모델은 모든 법인이 공유
지난 2018년 HCBE가 독일 쾰른의 자동차전시장인 모터월드에서 개최한 현대차와 기아차 세일즈 우수 직원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HCBE가 독일 쾰른의 자동차전시장인 모터월드에서 개최한 현대차와 기아차 세일즈 우수 직원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전략은 현지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서 나온다. 지난 2016년 현대캐피탈중국법인(이하 BHAF)이 출시한 ‘GPS 프로덕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GPS(자동항법장치)를 설치하면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상품으로, GPS는 대출에 대한 담보인 자동차의 상태와 위치를 모니터링하는 수단이었다. BHAF 관계자는 “중국에는 개인신용 측정이 어려운 고객이 많아 채권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들었고, 이를 보완할 방법이 필요했다”며 “그러면서도 고객은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GPS 프로덕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대비 40% 급증했다.

법인별 우수 사례(best practice)를 공유하기도 한다. 현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경험에 근거한 빠른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한국 본사에서 시작한 ABRM(Agent Based Risk Management)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우수사례다. ABRM은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를 판매량과 연체율에 따라 분류하고 이들이 받는 보상을 차별화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 이어 작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HCA는 이후 전체 판매율을 1년 만에 8%포인트 높이는 성과를 냈다. 이를 본 독일·중국·캐나다·영국 등 4개 법인이 이를 영업에 적용했고, 올해는 브라질까지 확대 될 예정이다.

자동차 금융의 많은 영역이 디지털화 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 한국 본사가 남다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공유하기도 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국내는 3년 전부터 대출 신청 및 심사 프로세스의 90%를 무인화 하는 등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노하우가 충분히 쌓인 상황”이라며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는 물론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모든 현대캐피탈 법인에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투자로 미래 내다보는 글로벌 전략 세워

현재 현대캐피탈은 전세계 11국 가운데 총 3국(영국, 유럽, 브라질)에서 스페인 출신의 글로벌 금융회사인 산탄데르(Santander)와 함께 이른바 합작회사(joint venture·이하 JV)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중국법인인 BHAF 역시 중국의 북경기차와 설립한 JV다. “모든 지역에 독자적으로 진출해 불필요한 초기 비용을 늘리기 보다, 현지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한 파트너와 협업해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현지화는 현대캐피탈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달 23일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이 독일 대표 자동차 렌트업체인 식스트(Sixt SE)의 자회사인 식스트 리싱을 인수한 이유다. 식스트리싱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리스 사업을 대대적을 펼치고 있는 것은 물론 향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장을 유럽 내에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한 중국 ‘북현조임유한공사’도 마찬가지다. 중국 내 리스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캐피탈이 현대차 중국지주, 북경기차와 함께 리스 사업을 위한 금융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중국은 배기 가스 이슈 등으로 자동차 소유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아 자동차를 직접 구입하기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리스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이용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트렌드가 빠르게 이동하고, 중국은 그 대표적인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빠른 투자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지 문화와 파트너 존중···통합적 조직 운영 통한 ‘글로벌 원 컴퍼니’
지난해 3월 운영을 시작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전세계 공통 업무 시스템 글로벌 큐브.

지난해 3월 운영을 시작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전세계 공통 업무 시스템 글로벌 큐브.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공격적이고 전략주도적으로 진행되는 데에는,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이뤄진 현지 투자와 전세계 모든 법인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만든 통합적 조직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6년 비유럽 국가 금융사로서는 최초로 유럽중앙은행(ECB) 허가를 받아 HCBE를 설립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뤄냈다. 당시 ‘국내 금융사가 유럽 대륙에 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무모하면서도 과도한 일이 아니냐’는 국내 금융업계의 시각이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HCBE를 통해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유럽 전역이 현대캐피탈을 한국의 금융사가 아닌 글로벌 금융사로 인식하게 됐다.

무엇보다 11개 법인, 5300여명의 직원들이 통일된 업무 시스템에서 일하게 하는 조직 운영 노하우는 현대캐피탈을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요인이다. 현지의 사정과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력을 최대로 채용해 역량을 발휘해 일하게 하면서도, 이들이 소통하는 도구를 일원화해 시너지를 내게 했다. 모든 법인에서 같은 직급 체계를 사용하도록 하는 ‘글로벌 밴드(Global Band)’를 도입하고, 공용 업무 시스템인 ‘글로벌 큐브’를 개발·적용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양한 문화권에 진출해 있는만큼 국가별 특성을 반영해 해당 법인에 적합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산탄데르나 북경기차 등과 JV 형태로 운영하는 법인의 경우는 더욱이 이들과의 적극적인 기업문화 교류를 통해 다르지만 조화로운 조직 운영을 돕는다. 예컨대 BHCB는 산탄데르를 대표하는 색인 붉은색(red)과 현대캐피탈의 파란색(blue)을 섞은 보라색(purple)을 모티프로 한 ‘퍼플 프로젝트(Purple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BHCB는 “두 회사의 기업문화를 절묘하게 섞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의 글로벌 금융사 산탄데르와 JV로 운영하는 BHCB에서 진행하는 ‘퍼플 프로젝트’ 관련 행사에서 BHCB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스페인 출신의 글로벌 금융사 산탄데르와 JV로 운영하는 BHCB에서 진행하는 ‘퍼플 프로젝트’ 관련 행사에서 BHCB 직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또 전세계 모든 직원에게 다른 국가 법인으로 이동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3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이 새로운 커리어를 경험하게 된 것은 물론, 우수 사례를 다른 법인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러시아법인(HCR) 알렉세이 구린(Alexei Gurin) 디렉터는 지난 2017년 HCA로 이동해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에 특화한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나 타깃 고객에 따라 차별화 할 것은 완전히 차별화 해 현지의 특성에 맞는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동시에 통일된 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일 문화를 공유하게 해 직원 간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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