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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중고차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불신’ ‘사기’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머리에 그릴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 76.4%가 ‘중고차 시장은 믿을 수 없고 허위∙미끼 매물이 많아 혼탁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은 오랜 기간 지적돼 왔는데, 대체 왜 왜 변화가 없는 걸까?
애컬로프는 정보의 부족이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져 결국 시장의 실패를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출처=gettyimagesbank.com)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의 논문은 이 궁금증을 덜어주는 고마운 연구 사례다. 그는 1970년 〈The Market for ‘Lemons’: Quality Uncertainty and the Market Mechanism〉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품질이 괜찮다는 것만 확인된다면 소비자들은 중고차 구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음에도,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는 품질이 나쁜 중고차들이 주로 유통된다는 내용이다. 애컬로프는 이런 상황이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가 그 정보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비대칭적 상황에서 구매자가 나쁜 상품을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 상황을 해결할 열쇠로 주목 받았던 것이 바로 ‘정보통신(IT) 기술’ 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이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면서, 중고차 소비자들이 판매자가 주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제품의 질을 검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만큼, 판매자도 더 많은 악의적인 정보들로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상에 횡행하는 ‘허위 매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국내 중고차 플랫폼들은 ‘헛걸음 보상제’ ‘허위 매물 딜러 원스크라이크 아웃 제도’ 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사후 보완책의 성격이 강했고, 소비자 피해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에서 사기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 독일 등의 자동차 선진국들은 신뢰성 높은 정보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데서 해답을 찾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량의 등록과 운전면허를 담당하고 있는 차량관리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s)이 차량마다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이력을 관리한다. 이 데이터를 ‘카팩스(CarFax)’나 ‘오토체크(AutoCheck)’와 같은 중고차 이력 조회 서비스 회사들이 구매한 뒤 보고서의 형태로 가공해 중고차 판매 업체에 납품한다. 중고차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명의변경 이력 및 명의자별 주행거리, 사고 및 정비 이력 등을 정부의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공신력을 갖춘 다양한 시세 조회 서비스도 존재한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은 오랫동안 축적한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별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트루카(TrueCar)’는 차량 가격정보 분포 그래프인 ‘트루카커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왼쪽) 오토체크(AutoCheck)의 차량 이력 리포트 서비스 (출처=autocheck.com 캡처)
(오른쪽) 트루카의 차량 가격 정보 서비스 (출처=truecar.com 캡처)
독일에는 1866년부터 운영 중인 ‘티유브이 슈드(TUV SUD)’, 1925년에 설립된 ‘데크라(DEKRA)’ 등 차량 검사 인증기관이 존재한다. 이 기관들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접 판매하는 소위 ‘인증중고차’뿐만 아니라 개인의 차량을 대상으로 검사 및 인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슈바케(Schwacke)’와 같은 잔존가치 평가업체들도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금융사 최초로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캐피탈이 대표적이다.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는 차량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차량 구매자의 입장을 반영해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사고이력’과 ‘주행거리’를 알파벳과 숫자로 보기 쉽게 표현해 구매를 돕는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등록원부, 사고 이력 및 정비 결과 리포트도 그림과 텍스트를 적절히 사용해 알기 쉽게 제공한다. 원한다면 상세 내용을 조회할 수도 있다. 일부 중고차 플랫폼들이 정비 결과 리포트를 사진으로 찍어 첨부하는 수준으로 처리하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 상에 등록된 모든 차량의 내∙외부 360도 사진을 제공해, 소비자가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차량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48시간 안심환불제’를 통해 구매 이후 발생할 불편에도 대비할 수 있게 했다.
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는 차량의 모든 이력과 차량 내∙외부 사진을 보기 쉽게 제공해 고객의 정보 습득을 돕는다. (출처=현대캐피탈 인증중고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캐피탈은 양질의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중고차 생태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8일 공개된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컨설팅 서비스 ‘중고차 사기 전 CHECK(이하 체크)’ 서비스는 이런 맥락에서 고안됐다.
체크는 전국의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실제로 판매중인 중고차 데이터를 활용한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의 실제 존재 여부를 검증해 준다. 차량이 판매될 시점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허위 매물로 인한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체크는 중고차 소비자를 위해 실매물 여부, 최근 거래 동향 등 다양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차량 번호가 없더라도 차종∙연식∙트림 등의 정보를 선택해 중고차 매물을 조회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최대한 많은 매물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최대한 안전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크는 실제 매물 중에서 오랜 기간 정보 업데이트가 없었던 차량이나, ‘차량가 111,111원’과 같이 오류로 의심되는 정보가 있는 차량은 아예 검색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최근 거래 동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적정한 시세 범위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 서비스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 지난 2018년 현대캐피탈은 서울대와 함께 AI 기반의 차량 시세 알고리즘 모형을 개발했다. 중고차 시세 조회 서비스에 AI를 도입한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이 모형은 실시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실제로 고객이 딜러에게 차량을 매각한 데이터를 꾸준히 학습해왔다. 현재까지 AI는 약 300만 대 이상의 차량 데이터를 학습했다. AI는 거래가격 외에도 연식∙색상∙주행거리∙배기량∙사고유무 등의 차량 정보에 따른 시세 변동 추이를 종합적으로 학습해 시세를 산출한다. 또, 판매 시기에 따른 시세 변동도 파악해 내 차의 과거 시세와 최대 3년 후의 미래 시세를 예측·제공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체크는 시세 조회 서비스를 통해 거래 시 적정한 가격을 안내하고 미래의 시세도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
중고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그 성장세가 더디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신차 판매량 대비 1.2배 수준이다. 같은 기준에서 미국이나 독일이 각각 2.4배, 2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더 좋은 데이터 풀(pool)을 형성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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