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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 뒷다리 닮은 의족과 3D 프린터로 만든 휠체어…기술로 한계를 뛰어넘다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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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 등 최신 테크 트렌드를 망라하는 ‘테크 라이브러리(Tech Library)’. 이번 편에선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그를 가능하게 해준 기술들을 윤준탁 테크 칼럼니스트와 함께 알아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군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올림픽의 감동은 28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24 파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끈기를 보여주며 희망을 전하는 패럴림픽. 그런데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술’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패럴림픽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신소재로 만든 의족부터 3D프린터로 출력한 각양각색의 휠체어, 그리고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의 경험을 강화하는 AI 기술까지. 패럴림픽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첨단 기술은 선수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스포츠를 시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패럴림픽-성공적으로-이끄는-기술

지난 1960년 로마에서 첫 개최돼 올해 17회를 맞은 하계 패럴림픽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전 세계 운동선수들이 참가해 펼치는 올림픽입니다. 패럴림픽의 어원은 ‘나란히’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전치사 ‘패러(para-)’에서 유래했습니다. 말 그대로 ‘올림픽과 나란히 열린다’는 의미로,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4년 주기로 열리고 있죠.

패럴림픽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와 기기들은 선수들이 비장애인과 견줘봐도 손색없는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없는 육상 선수를 위해 개발된 ‘러닝 블레이드(특수 의족)’는 여러 겹의 탄소 섬유로 제작돼 가벼우면서도 탄력이 있습니다. 선수가 땅에 발을 딛으면 블레이드가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압축해 저장하고, 그 다음 보폭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선수를 앞으로 밀어내는 원리죠. 이는 달리는 치타의 뒷다리에서 착안해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러닝 블레이드만큼 패럴림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휠체어입니다. 럭비, 농구, 배드민턴, 레이싱, 펜싱 등 다양한 종목에서 경기용 휠체어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종목별로 휠체어의 모습은 조금씩 다릅니다. 작고 큰 바퀴가 여러 개 달려있는가 하면, 특별한 구조물이 부착된 휠체어도 볼 수 있죠.

현대카드-현대커머셜-최고의-경기력을-이끄는-패럴림픽-장비

테니스 경기용 휠체어(좌)와 육상용 휠체어(우)

테니스 선수가 사용하는 휠체어와 육상 선수가 사용하는 휠체어의 생김새를 예로 들어볼까요? 테니스 선수의 휠체어는 속도보다는 유연성을 중요하기 때문에 몸을 비틀거나 뒤로 기울일 수 있는 특수 등받이와 별도의 바퀴가 부착됩니다. 상대방이 움직이기 어려운 코트에 공을 꽂아 넣고 휠체어를 빠르게 회전시켜야 해 바디프레임이 긴 편이죠. 반면, 육상용 휠체어엔 조향용 앞바퀴가 달려 있어 커브에서 방향을 쉽게 바꾸기 용이합니다.

한 종목 안에서도 포지션별로 휠체어 디자인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휠체어 농구입니다. 센터용 휠체어는 골 바로 아래에서 버틸 수 있도록 허리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버킷 시트가 탑재되고, 상대 수비를 피해 몸을 젖힌 상태에서 슛을 하는 경우가 많은 가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위해 뒤쪽에 바퀴가 더 달려있죠.

이러한 경기용 휠체어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신체 조건이 다른 선수들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으로 제작됩니다. AI를 활용해 가상의 디지털 휠체어 모델을 먼저 제작하고 다양한 환경 변수를 입력해 이를 다듬습니다. 이후 휠체어를 실제 사용할 선수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3D 프린터가 최종 완성품을 출력해냅니다. 개인의 신체 특성에 맞게 미세 조정이 가능해 선수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휠체어를 사용하기 위해 착용하는 경기용 장갑 역시 손으로 바퀴를 빠르고 강하게 돌려야하는 장갑 특성상 선수의 신체에 맞출 필요가 있어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추세입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패럴림픽-선수들을-지원하는-혁신기술-사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공개된 ‘블라인드 캡’ 또한 기술로 시각 장애인 수영 선수들의 편의를 극대화한 사례입니다. 블라인드 캡엔 수영모에 진동 센서와 블루투스가 장착돼 있어, 코치가 앱을 통해 진동 신호를 보내면 선수가 방향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언제 수영장 끝에 도달하는지 알 수 없어 방향 전환이 어려웠던 시각 장애인 선수들은 이 모자 덕분에 기록을 단축할 수 있게 됐죠. 이전까지는 선수가 수영장 끝에 다다르면 코치가 부드러운 공을 단 막대기로 선수의 머리를 두드려 방향 전환 시점을 알려줘야 해 실수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첨단 기술은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들 역시 경기를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관람 경험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개최된 파리 올림픽에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등장했습니다. AI 기반 컴퓨터 비전이 선수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이를 3D로 재현하기도 하고, 또 AI가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코치와 선수가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줬죠.

이러한 혁신 기술은 패럴림픽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경기장의 3D 모델을 활용해 장애인에게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장 접근성도 크게 향상될 전망입니다. 또 AI 기반 음성 인식 및 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와 상세한 경기 정보뿐 아니라, 접근성 애플리케이션(App)을 통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와 주변 시설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년간 값진 땀을 흘려온 선수들의 명승부가 펼쳐질 파리 패럴림픽, 그 뒤에는 선수가 더욱 빛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이처럼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술이 선수뿐만 아니라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언젠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경기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윤준탁 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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