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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지난 8월 20일 전용 서체 ‘유앤아이(Youandi)’의 20여년의 여정을 기록한 아카이빙북 ‘아워 타입페이스(Our Typeface)’를 펴냈다.
유앤아이는 지난 2003년 현대카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기업 전용 서체다.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알리는데 서체를 활용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이 주목 받자, 수많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전용 서체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아워 타입페이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BI(Brand Identity)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서체를 만들 수 있나. 그렇게 해서 만든 서체가 과연 무슨 입김이 있을까. 서체는 BI와 맞물려 작동할 때 힘이 생긴다."
이렇듯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정립되었을 때 디자인에도 힘이 생긴다는 철학은 비단 서체뿐만 아니라 현대카드의 모든 디자인을 관통한다. 실제 현대카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척도는 예쁘고 멋진 데에 있지 않고,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잘 표현하는가에 있다. 현대카드가 디자인을 다루는 데 있어 참신한 크리에이티브에 우선해 왜 그러한 디자인이 탄생했는가에 대한 탄탄한 논리를 더 고민하는 이유다.
신용카드업의 본질로부터 출발한 국내 최초 기업 전용 서체 유앤아이
앞서 소개한 유앤아이의 가장 큰 목적은 업계 후발주자로 등장한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의 업을 상징하는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비례와 라운드값을 글자로 형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곡선보다 직선이 강조된 서체가 탄생했고 금융 기업으로서의 현대카드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유앤아이는 현대카드 CI를 시작으로 상품을 비롯한 모든 비주얼 요소에 일관되게 활용되며 현대카드만의 고유성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비례와 라운드값을 글자로 형상화한 국내 최초 기업 전용 서체 유앤아이. 현대카드 CI를 시작으로 상품 등에 일관되게 활용되며 설립 초기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사진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물론 서체를 개발하는 것 만으로 브랜딩이 완성될 리 없다. 현대카드는 이후 20여년에 걸쳐 유앤아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철저히 관리해왔다. 사옥을 비롯해 상품, 서비스 전반에 유앤아이가 사용되고 있으며, 서체를 꼭 사용해야 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명확히 구분해 놓고 있다. 한 예로 현대카드의 핵심적인 브랜딩 활동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경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이름을 자신 고유의 서체로 표기하길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유앤아이로 표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가파도 프로젝트’의 핵심은 현대카드가 아닌 섬 고유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앤아이를 쓰지 않았다. 서체의 개발뿐만 아니라 활용 및 유지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그에 기반한 구분이 그 뿌리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결과 이제 현대카드라는 기업명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유앤아이 서체만으로도 현대카드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유일하게 유앤아이의 외부 사용을 허락했는데, 시리즈 내내 현대카드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현대카드의 서체를 알아차렸을 정도다.
‘아워 타입페이스’ 서문을 쓴 데얀 수직(Deyan Sudjic) 디자인 뮤지엄 명예 관장은 “유앤아이의 남다른 특별함은 현대카드라는 이름을 쓰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크기의 글자나 짧은 문구로도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를 바로 전달한다는 점에 있다”고 유앤아이의 독보적인 힘에 대해 설명했다.
신용카드에 대한 철학이 담긴 플레이트와 패키지
현대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도 현대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현대카드는 미니카드, 투명카드, 컬러코어(Color Core) 등 참신한 시도를 이어가며 신용카드의 부수적 요소에 머물렀던 디자인을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다. 비단 카드의 모양뿐만 아니라 2009년 국내 최초로 ‘금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티타늄 플레이트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리퀴드메탈, 코팔과 같은 다양한 메탈 소재 또한 탐험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적인 시도를 거듭해온 것은 단순히 심미적인 목적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현대카드는 고객과 만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신용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을 통해 현대카드가 정의하는 신용카드란 단순히 결제의 수단을 넘어,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이라는 철학을 끊임없이 전달해왔다.
현대카드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의 패키지인 '더 북'. 현대카드의 플레이트 및 패키지 디자인에는 신용카드는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는 현대카드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이러한 철학은 플레이트를 넘어 카드 패키지로까지 확장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9년 책을 컨셉트로 한 새로운 패키지 ‘더 북(the book)’을 프리미엄 카드인 ‘더 블랙(the Black)’, ‘더 퍼플(the Purple)’, ‘더 레드(the Red)’에 도입했다. 더 블랙은 이노베이션과 비즈니스, 더 퍼플은 디자인과 여행, 더 레드는 아트와 패션 등 각 프리미엄 카드가 대변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수록되어 있다.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는 단지 소득 수준이 아니라 각 고객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색깔을 통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타 프리미엄 카드와 차별화되는데 패키지 디자인에 바로 이러한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만의 차별성이 녹아 들어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좋은 디자인은 페르소나를 투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대카드의 플레이트와 패키지는 각각의 신용카드가 지닌 페르소나를 고스란히 디자인에 투영함으로써 현대카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를 디자인을 통해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대로 현대카드의 플레이트와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현대카드가 얼만큼 단단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는지 또한 여실히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현대카드의 디자인 영역이 신용카드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현대카드 디자인의 대상은 어디에나 있다. 디자인·뮤직·쿠킹·아트로 이어지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와 같은 공간은 물론 현대카드의 컬처마케팅을 대표하는 ‘슈퍼콘서트’와 ‘다빈치모텔’의 로고, 포스터, 현장 사이니지, 굿즈의 구석구석에 현대카드만의 디자인이 배어 있다. 현대카드는 물, 문구용품, 의자 등 일상용품을 선보이는 ‘아워(Our)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임직원들이 사용하는 사원증인 ‘MyD’가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인 ‘iF 디자인어워드 2021’의 프로덕트 오피스(Product/Office)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이렇게 주변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현대카드의 디자인을 만나게 되면 고객들은 현대카드가 어떤 기업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현장 사이니지와 아워 워터. 현대카드의 디자인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탄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전문가들은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여러 영역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칫 중구난방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탄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어야만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가 좋아하는 것, 본질, 추구하는 가치 등 현대카드의 정신세계가 집약되어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됐다. 아워 시리즈 역시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1대 1.58 비례를 핵심 모티프로 삼았다. 현대카드의 디자인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금융을 판매하는 기업의 DNA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모든 디자인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투영한다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며 “현대카드 디자인을 대표하는 전용 서체 유앤아이의 오랜 역사와 영향력 역시 현대카드의 탄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에 출간한 ‘아워 타입페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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