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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제안하는 취향을 업데이트하는 힙스터들의 필수 앱 ‘현대카드 DIVE’. 디자인∙아트, 건축∙인테리어, 여행, 음악, 쿠킹∙고메, 스타일, 테크 등 7개 분야에 대한 최신 트렌드는 물론 사용자가 직접 사진과 영상을 올려 서로의 문화 경험을 공유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인데요.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은 현대카드 DIVE가 전하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한데 모은 ‘월간 〈유행〉’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뭘 먹을지, 어디서 놀 지, 어떤 음악을 들을 지, 무슨 옷을 살 지 고민이라면, 월간 〈유행〉을 찾아주세요. 어느새 걱정은 사라지고 흥은 넘치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DIVE 독자들에게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개최된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 장편 영화상, 각본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에게 물었다. ‘벌새’의 김보라 감독,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 등 지금 이 순간 관객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는 영화 감독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 감독이 사랑한, 그러나 우리는 잠시 놓쳤을 지도 모를 영화 5편은 무엇일까? 현대카드 DIVE가 소개한다.
봉준호 감독의 추천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
“‘나이브스 아웃’이라고, 저랑 같이 일한 적 있는 ‘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여러 명배우가 출연합니다. 살인 사건과 관련한 미스터리 장르이고, ‘누가 범인인가’, 흔히 말하는 ‘후즈던잇(Who’s done it)’ 플롯의 영화입니다. 저희 세대는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같은 걸 좋아했는데요. 스토리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영화로, 요즘 젊은 관객분이 봐도 재미있어할 것 같아요.”
봉준호 감독은 부와 가난의 틈새에서 허를 찌르는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굳이 ‘칸 영화제’나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기생충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와 사회 문제에 대한 예리한 고찰이 공존하는 영화의 힘을 증명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메인 포스터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나이브스 아웃’ 또한 영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읽히는 영화다. 베스트셀러 작가 ‘할란 트롬비’가 85세 생일에 의문의 죽임을 당한 후 누군가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을 고용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고전 추리 소설을 한 페이지씩 읽는 듯한 촘촘한 맛에 있다. 젠틀한 사립 탐정이 여러 명의 용의자 가운데 진짜 범인을 밝혀 나가는 가운데, 범인은 물론 인간과 관계에 관한 진실마저 들춰지는 고전 추리 소설 특유의 즐거움을 충실히 구현한 것.
이 영화의 감독 라이언 존슨은 국내에서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로 잘 알려져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할란 트롬비의 모든 유산을 상속받은 이민자 출신 간병인 ‘마르타’를 대하는 트롬비 가족의 위선적인 모습을 통해, 트럼프 시대를 지나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 또한 곱씹게 만든다.
영화 ‘미쓰백’을 연출한 이지원 감독
“엊그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결혼 이야기’를 봤어요. 예전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는데, 더욱 성숙해지고 진일보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진 것 같아 그런 모습은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쓰백’은 아동 학대를 경험한 두 여성 ‘백상아’와 ‘김지은’이 연대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다. 영화 밖에선 수많은 ‘쓰백러(영화 ‘미쓰백’의 열혈 팬덤을 지칭하는 말)’들이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겨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연대했다.
이처럼 영화 안에서 또한 영화 밖에서 수많은 관계를 만들어낸 ‘미쓰백’을 연출한 이지원 감독은 이혼을 앞둔 두 남녀 ‘니콜’과 ‘찰리’의 관계를 밀도 높게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결혼 이야기’를 꼽았다.
영화 ‘결혼 이야기’ 메인 포스터
사실은 ‘이혼 이야기’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법한 이 영화 속에서 ‘결혼’이란 관계는, 니콜이 먼저 관계의 균열을 자각한 후에도, 니콜과 찰리 모두 관계의 파국을 인정하고 이혼 과정을 밟는 중에도, 그러다 결국 아들의 양육권을 다투기 위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긁어대는 순간에도 쉽사리 끝나지를 않는다.
이미 시작된 관계를 끝내기 위해, 오히려 그 관계를 지속할 때보다 더 깊고 섬세하게 둘 사이의 이야기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한편으로는 쓰라리게 그러면서도 냉소적이지 않게 바라보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영화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벌새’였어요. 너무 유명한 영화잖아요. 시간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내리기 전에 빨리 가서 봤는데요, 영화 배경인 1994년을 지나온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듯이 말이에요.”
이병헌 감독은 ‘출출한 여자’ ‘스물’ ‘긍정이 체질’ ‘바람 바람 바람’ 등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산뜻한 말 맛이 살아 있는 코미디를 만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초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리듬감이 폭죽을 터뜨리며 16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전까지 범죄∙액션∙느와르∙스릴러에 편중되어 있던 한국 영화계에 환기를 불러 일으키는 계기였다.
영화 ‘벌새’ 메인 포스터
이병헌 감독이 추천한 벌새는 1994년의 대치동에서 열 네살 중학생으로 살아가는 ‘은희’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사는 데 바쁜 부모는 막내딸 은희에게 꽤 자주 무심하고, 오빠는 수시로 때리고, 첫사랑 남자 친구는 성숙하지 못하고, 주변 아파트는 철거되고, 성수대교는 붕괴된다.
결코 즐거운 기록은 아니지만, 이병헌 감독이 벌새를 가리켜 재미있는 영화라 추천한 이유는 영화 속 한문 선생님 ‘영지’가 은희에게 남긴 편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게 맞을까.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고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영화 ‘벌새’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
“프랑스 감독 ‘미아 한센-러브’의 2016년 작 ‘다가오는 것들’이라는 영화가 좋았어요. 내용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여자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영화예요. 삶의 풍경, 일상에서 느끼는 슬픔, 기쁨, 환희가 굉장히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 안에서 주인공 ‘은희’가 겪는 상처 혹은 폭력은 어쩌면 관객 대부분이 경험했을 만큼 일상적이라 차마 징징댈 수조차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벌새만큼은 그 사소한 기억, 인물, 시대를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들여다본다. 관객들 또한 이 작은 영화가 지난해 8월 말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상영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4만 명이 넘는 놀라운 관객수를 기록하도록 관심을 기울였다.
영화 ‘다가오는 것들’ 메인 포스터
김보라 감독이 추천한 영화 다가오는 것들은 중년 여성 ‘나탈리’의 풍경을 보듬는다. 자녀들은 각자의 삶으로, 남편은 다른 여자에게로, 홀어머니는 죽음으로 나탈리 곁을 떠난다. 몸은 늙어만 가고, 철학 교사로서의 명성 또한 예전만 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탈리의 달라진 삶을 손에 쥐었던 무언가를 잃는 상실로 해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맞이하는 나탈리의 단단한 자세를 통해 그 시기를 겪었을, 겪고 있을, 앞으로 겪을 관객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영화 ‘스윙키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
“최근에 ‘닥터 슬립’을 봤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존경하고 좋아하던 감독님인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샤이닝’이라는 후속 편 같은 느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더라고요. 샤이닝을 본 후 봐야 하는 영화이지만, 이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아요. 재미도 있고요. 수십 년 만에 고전을 바탕으로 후속작을 만들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새로운 세대에 과거의 명작을 소개하고 부활시키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스윙키즈’는 감각적인 음악으로 영화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린 강형철 감독의 전작 ‘과속 스캔들’과 ‘써니’처럼, 경쾌한 탭댄스 사운드를 활용해 영화 속 비극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강형철표’ 영화였다. 반면 6∙25 전쟁 포로들의 춤추는 발 아래 이념 대립으로 인한 고통이 놓여져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강형철 감독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지점이었다.
영화 ‘닥터 슬립’ 메인 포스터
1980년에 개봉한 호러 영화의 고전 샤이닝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닥터 슬립 또한 한편으론 샤이닝과 궤를 같이하면서, 또 한편으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샤이닝이 그러했듯 닥터 슬립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샤이닝에서 ‘오버룩 호텔’에 틀어박혀 미치고 만 ‘잭 토런스’의 아들로 등장했던 ‘대니 토런스’가 닥터 슬립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점에서는 두 영화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닥터 슬립 속 대니 토런스는 샤이닝 능력(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깃든 영혼과 소통할 수 있는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해치는 비밀 조직 ‘트루 낫’과 맞섬으로써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를 벗어나 성장한다. 샤이닝이 정통 호러 영화의 색채를 지닌 데 비해, 닥터 슬립은 마치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선악이 맞서 싸우는 플롯에 집중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점 또한 눈 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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