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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들여다보는 ‘MZ주의’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MZ세대에게는 흔하다는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 편하게 먹고 싶어하는 ‘혼밥’에 대해 알아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서울시에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 즉 ‘혼밥’을 한다고 응답한 MZ세대는 10명 중 9명에 가까웠다. 다른 조사 결과들과 비슷한 수치다.
여러 설문조사를 보면 혼밥의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 편하게 먹고 싶어서다. 주목할 부분은 ‘마음 편하게’라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 감성은 MZ세대에게 흔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MZ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자발적 아싸라고 말한 사람은 50.7%로 과반수가 넘었다.
자발적 아싸는 친구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친한 친구가 적어도 3명 이상 있다고 응답한 자발적 아싸는 64%에 달했다. 자발적 아싸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 혼밥을 하면서도 친구와 카톡을 하는 MZ세대는 자발적 아싸다. 친한 직장동료와 여행은 함께 가는데 회식은 불참하는 게 자발적 아싸가 하는 일이다.
왜 MZ세대는 자발적 아싸가 되고자 할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연구팀은 ‘트렌드 코리아 2018’을 통해 ‘관계의 가성비’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은 적게 들면서 외로움은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관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일정에 맞춰 동행을 구해 다니는 MZ세대의 모습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자발적 아싸는 이런 관계의 가성비를 생각한다. MZ세대는 어느 것에서보다 대인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걸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자발적 아싸로 귀결된다. 혼밥을 먹고 혼여를 하는 타이밍은 온전히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즉 에너지 소모가 많을 때, 잠시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을 쉬고 싶을 때 MZ세대는 혼밥을 먹기로 결심한다. 대신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 소셜미디어나 메신저의 끈은 놓지 않는다.
관계의 가성비는 관계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과 같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 유지되어야 하는 관계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두고 MZ세대의 태도가 엇갈리는 이유다. 어떤 MZ세대는 직장에서 아싸를 자처한다. 직장의 인간관계가 그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가며 상사와 함께 점심시간을 보내야 하고 업무가 끝난 후에도 회식을 해야 하는 관계의 효용을 따져보다가 아싸로 살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발적 아싸는 자신의 행동을 굳이 이해받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자발적 아싸는 부적응자처럼 보인다. 종종 자발적 아싸를 타이르기 위해 애쓰기도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자발적 아싸는 자신의 행동을 이해받고 납득시키는 일 역시 인간관계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오해받는 것을 선택하는 게 MZ세대 자발적 아싸의 모습이다.
분주한 무기력증
자발적 아싸는 일견 무료한 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발적 아싸가 된 이유를 두고 ‘워라밸 등 나의 시간과 여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시험이나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자발적 아싸가 되었다는 응답도 꽤 있었다.
자발적 아싸는 내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다소 분주하다. 직장동료와는 데면데면하고 회식에는 불참하지만 퇴근 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영어공부를 한다. 학교에서는 혼밥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취미생활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분주한 모습을 무력감, 즉 무기력함과 연결시켰다. 이에 따르면 무기력함을 깊이 억압한 사람은 오히려 더 분주하게 행동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무기력함은 자발적 아싸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다. 관계에서 효율성을 따지게 된 것도, 밖에서 에너지를 아껴 두었다가 쓰는 것도, 사실은 무기력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자발적 아싸에게서 자주 보이는 행동 중 하나가 ‘잠수’를 타는 것, 카카오톡 등 메시지를 ‘읽씹’ 혹은 ‘안읽씹’ 하는 것이다. 읽씹 또는안읽씹은 메시지를 읽거나 아예 읽지 않고 그대로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자발적 아싸는 당당하게 혼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력이 소진되어 있다. 가끔은 너무 무기력해져서 주변과 연락을 끊어야 할 정도다.
기력이 소진되었다는 것은 아싸를 자청하는 MZ세대가 그만큼 많은 일을 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자발적 아싸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이 학교 현장이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청소년기부터 학업에 매진했던 MZ세대는 막상 대인관계를 넓혀야 하는 지점에서 기력이 소진되었다. 계속해서 성적에 매진해야 하는 환경은 극심한 피로감을 낳았다. 피로감은 번아웃 증후군, 우리 말로 소진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더 분주하게, 더 외롭게
역사상 가장 복잡한 사회에서 살며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우울한 미래 전망은 저절로 MZ세대의 어깨에서 힘이 빠지게 만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느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열심히 살면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마냥 달릴 수는 없으니 어느 한 가지 맥을 놓아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MZ세대는 그 부분으로 대인관계를 꼽았다.
대인관계를 차단해버리는 것은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MZ세대는 늘 성과를 내며 살아야 하는데 대인관계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MZ세대에게 대인관계는 잉여(剩餘)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성적이나 연봉, 점수나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니 가장 먼저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인관계다.
그렇게 혼밥을 하면서 MZ세대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다. 혼밥을 하는 MZ세대를 살펴보면 사색에 잠겨 여유를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개는 다른 무엇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책을 읽는 등이다. 혼밥하는 MZ세대는 점점 멀티태스킹에 익숙해지는데 멀티태스킹은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부담이다.
그러니까 혼밥이나 혼술, 혼영(영화)은 번아웃된 MZ세대에게 온전한 휴식이 되지 못한다. 혼술을 하면서 와인의 라벨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혼영한 다음 영화 감상을 길게 적어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자발적 아싸의 행동은 결코 휴식이 아니다.
번아웃이 혼밥을 이끌고 다시 번아웃으로 빠지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몇몇 연구 결과에서도 미루어볼 수 있다. 도시 거주자 중에서 혼밥을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자살을 생각할 확률도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혼밥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울감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들을 볼 때 혼밥은 행복감보다 우울감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MZ세대의 혼밥이 번아웃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서 혼밥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MZ세대가 혼밥을 선택하는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혼밥은 일종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롯이 혼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급박하게 몰아치던 강박적 사고에서 벗어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또 다른 번아웃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몰아치는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다.
휴식의 차원에서 혼밥을 포함한 자발적 아싸 행위는 MZ세대에게 필수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늘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해야 하는 MZ세대가 홀로 있고 싶어 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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