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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들여다보는 ‘MZ주의’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SNS 등에서 유행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을 이르는 말인 ‘밈(mem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MZ세대는 서로 문화를 공유하지 않아도 각자의 취향 존중을 바탕으로 밈으로 말하는 현상에 대해서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가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MZ세대는 분열된 세대다. 문화적으로 흩어져 있는 세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세대에는 공유하는 문화적 경험이 있었다. TV 프로그램이든 대중가요든 또래 집단이 듣고 보는 콘텐츠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웬만해서는 대화가 통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지금 MZ세대는 좀 다르다. 친한 친구끼리도 완전히 다른 콘텐츠를 향유하는 일이 잦다. TV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을 보는 친구와 TV를 보지 않고 OTT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는 친구끼리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유튜브 채널 ‘햄지’의 구독자는 1000만 명이 넘지만 아예 채널 자체를 모르는 MZ세대도 많다. 개그맨 김경욱이 연기한 캐릭터 ‘다나카’가 한창 유행했지만 관련 콘텐츠를 한 번도 안 본 MZ세대도 많다.
모든 세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MZ세대에서는 이 모습은 조금 더 두드러진다. MZ세대가 이용하는 매체가 더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콘텐츠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TV를 일주일에 5일 이상 보는 50대는 90%, 60대는 96.6%였다. 그러나 MZ세대의 TV 이용 빈도는 낮았다. 주 5일 이상 TV를 보는 20대는 41.4%에 불과했다. 30대에서도 67.8%였다. 대신 스마트폰 이용 빈도는 매우 높았다. 20대 98.8%, 30대 99.4%였다.
이 통계 결과는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리 더 이상 하나의 통일된 매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신 MZ세대는 각자의 매체로 각자의 콘텐츠를 즐긴다. 유튜브, 틱톡, 여러 소셜미디어가 즐길 거리를 제공해준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콘텐츠를 각자의 매체로 즐기는 '개인화'는 원래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미디어 이용방식처럼 보였다. TV는 대중매체라는 말에 걸맞게 하나의 콘텐츠를 다수의 대중이 즐기는 형식으로 콘텐츠를 공급한다. 시청자에게는 선택할 기회가 적다. 그러나 유튜브는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볼 수 있다. 보고 싶을 법한 콘텐츠를 알고리즘이 추천해주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가 콘텐츠에 대해 의견을 남길 수 있고 제작자와 소통할 수 있다. 참여의 기회가 더 많고 불필요한 콘텐츠 소비 없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대중매체의 일방향성을 보완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개인화된 콘텐츠가 소통, 공유, 참여 같은 가치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묻는다면 마냥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이미 2001년에 이를 예측한 바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예상치 않은, 선택하지 않은 대화 기회를 많이 잃고 있다."
MZ세대는 밈으로 이야기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드라마다. 단, 넷플릭스 가입자만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자연히 '더 글로리'를 시청한 MZ세대보다 시청하지 않은 MZ세대가 더 많다. 대신 '더 글로리'가 어떤 내용인지는 대개 안다. '더 글로리'에서 어떤 부분이 호평을 얻었는지도 알기도 한다. '더 글로리'을 가지고 여러 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MZ세대는 더 이상 전체 콘텐츠를 알지 않아도 된다. 밈으로도 충분히 콘텐츠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똥 밟았네' 노래가 밈이 되어도 그 노래가 처음 등장했던 애니메이션 '포텐독'을 찾아보지는 않는다. 가수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의 가사 '세상이 왜 이래'에 감명을 받아 패러디를 만들어내지만 굳이 노래를 찾아 듣지 않는다.
애초에 밈이라는 것이 별 의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2002년 첫 방영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배우 김영철이 극중에 했던 대사 '사딸라'는 밈이 되었다. 원래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극중에서 미군과 임금을 협상하는 장면이었는데 주인공이 무조건 '사딸라'를 외치던 장면만이 남아 밈이 되었다. 이를테면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말해야 할 때 대신 '사딸라'를 외치는 식이다. 이 때 '사딸라'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그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딸라'가 쓰일 뿐이다. 그러니 밈은 오래 가기도 어렵다. 몇 번 반복되고 나면 그 유쾌함이나 기발함이 빛을 바랜다. 밈으로 이뤄진 MZ세대 문화가 오래, 넓게 공유되기 어려운 이유다.
다시 말해 MZ세대는 끊임없이 밈으로 대화하지만 그 밈은 계속해서 바뀐다. 사실 밈으로 대화하는 MZ세대도 일부분에 불과하다. 밈을 모른다고 해서 굳이 찾아 배울 필요는 없다. 예전에는 드라마 재방송을 보거나 TV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한 영상을 다시 보곤 했을지 모르지만, 요즘 밈은 쉽고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몰라도 '사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다. 가끔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이지 못하게 되더라도 일시적인 일에 불과하다. 오히려 밈을 반복적으로 오래 쓰는 MZ세대가 있다면 '촌스럽다'고 구박 받을지도 모른다.
공유하는 문화적 기억이 없는 세대
마케팅 측면에서도 MZ세대 문화의 짧은 유통기한, 좁은 영역은 눈여겨볼 만하다. 유튜버 박세미가 분장한 개그 캐릭터 ‘서준맘’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존재를 모르는 MZ세대도 무척 많다. 그런 경우에는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광고일지라도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각자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MZ세대의 공통된 감성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MZ세대는 공유하는 문화적 기억이 사라져 가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MZ세대에게 몇몇 지배적인 문화적 기억이 남아 있다. 어릴적 TV에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대화가 가능하다. 아이돌그룹 동방신기가 얻었던 인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기억에 한정된 것이다. 지금 MZ세대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는 거의 없다.
대신 MZ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취향이다. MZ세대는 각자의 취향대로 문화를 즐긴다. MZ세대의 취향에는 고급이거나 저급인 것이 없다. 그건 MZ세대의 취향이 주로 온라인에서 형성되고 향유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의 계급이 의미 없어지는 공간이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의사도, 국가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 하는 대학생도,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웹툰은 계급과 무관한 콘텐츠다. 웹툰에도 세분화된 장르가 있는데 세분화된 장르에 대한 취향은 기존의 계급과는 상관없이 온전히 개인의 기호에 따라 결정된다.
MZ세대의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하다. 취향을 형성하는데 어떤 사회적 압력이 없기 때문에 취향을 계발하는 일도 개인적으로 이뤄진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같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고 주변에서 ‘시청하라’는 추천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내키지 않다면 보지 않을 수 있다. 취향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남들 몰래 즐기던 하위문화도 취향의 일부로 존중받고 있다. 남성 간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을 일컫는 BL, 일본 애니메이션, 피규어 같은 하위문화 장르를 즐기는 사람들도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일군을 이루며 마음껏 취향을 드러낸다. 조금 더 극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MZ세대는 각자의 취향을 가진다.
취향들은 일관적이지도 않다. 어떤 MZ세대 여성이 격투기를 좋아하면서 화장품 수집에 열을 올리는 취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채식주의와 카레이싱은 동시에 취향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취향이 가치관이나 신념과도 연결되던 예전 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MZ세대의 취향은 즉흥적이고 비일관적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MZ세대에게 ‘취향 존중’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취향을 지적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짚는 것과 같다. MZ세대 스스로도 자신의 취향이 형성된 과정을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취향에 이유를 묻는 것 또한 옳지 않은 행동이다.
어떤 부분에서 MZ세대의 취향은 밈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밈처럼 길지 않은 수명을 가진 취향도 꽤 많고 분절적이며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크게 관계없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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