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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주의] MZ세대의 행복 찾기, MBTI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MZ세대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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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제대로 읽어보고자 ‘MZ주의’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MZ주의 첫 번째 이야기는 MBTI 입니다. MZ세대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남과 비교하기, 단순화시켜 일반화하기에 익숙합니다. 왜 그런 속성이 생긴 것인지, 이 속성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가 소개합니다.



20~30대 MZ세대 중 MBTI 검사를 해본 적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8명이다. 웬만해서는 자신의 MBTI 유형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MZ세대가 많다는 얘기다. 직원을 고용할 때도 부서 배치를 할 때도 MBTI를 묻는 직장이 있을 정도이니 MBTI는 이제 우리 주변 어디서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MBTI는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는 심리 검사다. 성격이 외향적(Extraversion)인지 내향적(Introversion)인지, 감각(Sensing)이 먼저인지 직관(iNtuition)이 먼저인지, 사고(Thinking)를 우선하는지 감정(Feeling)을 우선하는지, 판단형(Judging)인지 인식형(Perceiving)인지를 따져 설명해준다. INFP라면 개인주의적이고 창의적이며 낭만적이지만 융통성 있는 성격을 지녔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MBTI 지표 (출처=shutterstock)

이 검사가 인기를 얻자 검사 방식과 결과의 맹점을 알려주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주로 접하고 풀어내는 무료 MBTI 검사는 정식 MBTI 검사와는 거리가 있는 약식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보고하는 형태의 심리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 당시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고, 추상적인 문항이 많아 검사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MBTI를 막상 심리 검사로 활용하지 않는다.

MZ세대가 MBTI의 이런 문제들을 모르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30대 MZ세대의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들만이 ‘MBTI 검사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MZ세대는 MBTI 검사를 믿는 것처럼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MZ세대는 행복해지기 위해 MBTI 검사를 하고, 말하고, 믿는다.

외적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소셜미디어가 우울감 키우기도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Ipsos)가 2019년에 전 세계 2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21위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유독 MZ세대의 행복도가 낮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3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코로나 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기별로 실시하는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20~30대의 우울 점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이유로 꼽힐 만한 것은 많다. 불안정한 고용 상황, 높은 주거비, 불확실한 노후, 낮은 출산율. 외적인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MZ세대의 내적 심리에서도 행복감을 떨어트리고 우울감을 높이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MZ세대는 내적인 가치보다 외적인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서도 그렇고 다른 사회의 MZ세대와 비교해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외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은 경제적 성공이나 외모를 가꾸는 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에 더 몰두한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 내적 가치는 자기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일 같은 것을 가리킨다.

내적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행복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의 근거는 심리학 이론인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기결정성 이론이란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압력보다 자발적인 선택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교육학에서 많이 인용되곤 한다. 내적 동기를 만드는 것은 세 가지 욕구, 자율성(autonomy), 유능감(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다. 자율성은 자발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고 유능감은 과정을 즐기고 성취감을 느끼려는 욕구다. 관계성은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삶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생긴다. 외적인 동기, 외부의 인정이 없어도 내적인 동기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출처=managinglifeatwork.com)

그런데 한국의 MZ세대는 스스로 존중하는 것보다 외부의 인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외부의 시선을 끊임 없이 의식한다. 소셜미디어는 MZ세대가 외부와 끊임없이 연결되도록 해주는 매체다. 보여지고 보는 삶을 살면서, MZ세대는 우울해지기도 한다. 실제 소셜미디어가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에드슨 탠독 주니어(Edson C. Tandoc Jr)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은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은 우울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삶은 편집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편집된 삶을 실제의 삶이라고 착각하면서 자신과 비교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MBTI, MZ세대가 왜 행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

MZ세대는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소확행’,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일상에서 행복감을 찾으려는 MZ세대의 몸부림에 가까웠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태도는 행복해지고자 하는 이유에서 생겨난 것이다. 아예 현재의 삶에만 집중해 즐기려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도 탄생했다.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다 보면 현재에 행복해지기 어려우니 현재만을 즐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MBTI를 믿는 MZ세대는 이 연장선상에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소확행이나 워라밸, 욜로 같은 것들은 삶의 태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MZ세대 스스로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워라밸을 지키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은 일대로 잘 하면서도 스스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영리함도 갖춰야 한다. 욜로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도 갖춰야 한다. 소확행은 언뜻 손쉬워 보이지만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점에서 가장 까다롭다.

그런데 MBTI는 좀 다르다. 지금껏 왜 행복해지지 못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가깝다. ‘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다.

(출처=shutterstock)

많은 MZ세대는 수없이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꽤 많은 대학에서 졸업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수업에서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제다. 그게 아니더라도 MZ세대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줄여서 자소서를 써왔다. 거의 대부분 자소서의 첫 번째 질문은 ‘자신을 소개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질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 건설사에 취직할 준비를 할 때는 건축에 관심이 있던 내가 됐고, 마케팅 부문에 지원할 때는 필요한 것을 잘 짚어내고 소통을 잘하는 나로 탈바꿈했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볼 여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런 MZ세대에게 MBTI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명쾌하게 내려주는 도구다. 외모, 경제적 조건, 학벌, 직업 같은 것은 MBTI를 따지는 데는 전혀 필요 없다. 오롯이 내가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만 평가하면 된다. MBTI가 어떤 부분에서 강한 설득력을 가지는지에 대한 해답을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MBTI는 그간 MZ세대가 왜 행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을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MZ세대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그럴 만한 도구가 없었을 뿐이다.

행복해지고 싶은 MZ세대를 위해서

MZ세대는 그저 MBTI 검사를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MBTI 검사 결과는 온갖 곳에 쓰인다. MBTI 유형으로 토론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INTP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ENFP와 INFJ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쳐 흐른다. 밈도 만든다. MBTI 유형별 행동 패턴을 밈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유명인의 MBTI 유형을 묻고 자신과 비교해 가늠하기도 한다.

MBTI 검사 결과가 혈액형 성격 유형과 다름없다고 폄하하는 입장에서는 이 유행이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만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행복감을 높이려는, 그래서 내적인 가치에 집중하려는 MZ세대의 동기를 알고 나면 달리 보인다. MBTI를 따지고 묻는 행동은 ‘너는 누구인가’를 묻는 행동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자신의 MBTI를 밝히는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MBTI 유행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은 MZ세대의 내적 가치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MBTI 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사그라들더라도 다른 방식의 ‘나를 알기’ 유행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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