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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들여다보는 ‘MZ주의’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MZ세대의 막연한 부담감과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와 알아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금쪽이’는 MZ세대에게 여러모로 심란한 단어다.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비롯된 금쪽이는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자녀를 일컫는 단어다. 이 프로그램이 흥행하자 뒤이어 방영한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MZ세대에게 ‘힐링 프로그램’ 역할을 했다. 게스트가 출연해 자신의 문제 행동과 어릴 적 상처를 털어 놓고 솔루션을 얻는 구성이 이 시대의 금쪽이, 즉 MZ세대에게 마치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금쪽이는 피하고 싶은 단어이기도 하다. MZ세대를 두고 금쪽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성세대의 문법에 따르지 않는 MZ세대만의 논리는 종종 이 세대를 ‘아웃사이더’ 내지는 ‘문제아’처럼 여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쪽이는 MZ세대에게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비혼·비출산 다짐하게 되는 이유’, ‘금쪽이가 결혼·육아 공포 키운다’, ‘금쪽이 때문에 아이 안 낳고 싶대요’ 등의 반응을 보면 MZ세대에게는 금쪽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다.
또 다른 조사 결과가 있다.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어본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출산 의향 여성의 35%는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매우 추상적이다. ‘자신이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은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언론사가 비출산 의향이 있는 시민에게 물어본 결과, 52%가 ‘구체적 이유보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든 사람보다 막연한 부담감과 불안감을 꼽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결과다.
비교하는 MZ세대
기성세대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고 혀를 차지만 MZ세대는 불안을 느낀다. 확대해 보자면 MZ세대에게 모든 메시지는 불안을 상징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도, 하락한다는 것도 불안감을 일으킨다. 남들이 돈을 벌어도, 빚을 진 사람이 늘어나도 불안하다. 흔히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는 이상동기 범죄가 일어났을 때 불안감을 가장 많이 호소한 것도 MZ세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치안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안정적이지만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젊은 층의 불안감이 더 높다.
MZ세대는 ‘불안의 세대’다. MZ세대의 많은 행동양식은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8만 명에 달하는 청년 니트족(NEET,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나 0.7명으로 수렴하는 세계 최하위 출산율, 젊을수록 많은 우울증 환자 수 같은 것은 ‘불안의 세대’를 증명하는 수치다.
왜 MZ세대는 모든 것에 불안을 느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MZ세대가 타인을 끊임 없이 의식하는 비교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흔히 MZ세대라면 ‘나’를 중시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MZ세대가 소셜미디어 네이티브 세대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MZ세대는 남과 비교하는 일을 체화해 살아간다. 소셜미디어 자체가 끊임 없이 남의 행동을 체크하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른 사람을 보면서 결정할 때가 많다. 사소하게는 주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소셜미디어로 보고 따라 구입하는 것부터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보내는 일처럼 사생활의 영역에도 소셜미디어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타인의 삶의 조각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면서 MZ세대는 자연스럽게 남과 나를 비교하고 가늠한다.
그러면서도 MZ세대는 ‘남과 같이’ 살고 싶어한다. 남과 같이 살고 싶다는 얘기는 남들이 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것과 동시에 남들만큼은 살고 싶다는 욕구를 포함한다. 육아와 관련된 유튜브 계정을 주로 구독하는 MZ세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자신의 육아 모습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확인하고 무엇을 사용하며 어디를 가는지 정보를 얻기 위해 채널을 구독한다. 단지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남들처럼 살기 위한 정보를 깨우친다. 소셜미디어 네이티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들처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운다.
MZ세대의 불안감에 ‘공감’해야
비교하는 MZ세대는 끊임 없이 불안감을 느낀다. 나의 정체성이 내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고 외부의 환경에 좌우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체성의 기반이 약하다는 말이다.
MZ세대가 누구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자신의 지위에 매우 민감하다. ‘벼락거지’라는 용어가 대표적이다. 벼락거지란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갑자기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벼락거지가 되고 싶지 않은 MZ세대는 내가 갑자기 끌어내려지는 것도, 남이 부당하거나 손쉬운 이득을 얻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재테크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은 이를 방증한다.
MZ세대의 재테크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최소한 남들만큼 살기 위한, 남들처럼 살고 싶은 욕망의 발로다. MZ세대 사이의 코인 열풍, 부동산 ‘영끌’은 남들이 다 하니까 몰려와 시작하는 군중심리 같은 것이 아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MZ세대의 비출산은 단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MZ세대는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금쪽이 같은 아이로 키울까봐, 혹여나 건강하지 못한 아이를 낳을까봐, 아이를 낳고 나서 삶이 달라질까봐, 불안한 MZ세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발빠른 사람들은 MZ세대의 불안감을 읽어내리고 있다. MZ세대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한 육아 상담 서비스는 물론이고,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국내 정신건강 시장 규모도 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20대의 우울증 환자 수를 고려해보면 정신건강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니 MZ세대의 불안감을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시 말하자면 M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MZ세대의 심리 저변에 있는 불안감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영끌하지 마라’, ‘코인에 빠지지 마라’, ‘아이 낳아라’ 말하는 것이 MZ세대에게는 답답한 잔소리로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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