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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패션, 음식, 문화, 콘텐츠까지. 유행은 돌고 돕니다.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새로운 칼럼, Old & New에서는 과거와 닮은 현재를 이야기해봅니다. 첫 화에서는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가 12년 전에도, 지금도 사그라지지 않는 프로스포츠의 인기 원인을 비교 분석해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old 2012년 7월 30일자 한 일간지에 실린 프로야구 관중 구성에 관한 기사. “20대 관중이 과반수를 넘어섰고, 관중 증가율은 10대가 가장 높았다.
#new 2024년 7월 7일자 한 일간지에 실린 프로야구 관중 구성에 관한 기사. “최근 프로야구의 흥행 돌풍을 이끄는 주체는 ‘2030 세대’이다.”
확실히 2024년, 프로스포츠 열기는 뜨겁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이 1000만명을 넘어섰을뿐 아니라 축구장을 찾은 관중도 200만명이 넘었다. 일제히 그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해석 중 하나는 젊은 세대의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12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나왔다. ‘젊은이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는다’.
2030 젊은 세대가 프로스포츠에 빠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때와 지금, 분위기가 다르다. 무엇이, 왜 달라졌을까?
그때와 지금, 영향력이 다르다
지금의 프로스포츠 인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스포츠 경기 자체보다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부분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야구의 영향력이 커졌다. 10여년 전의 2030 세대가 프로야구 경기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경기뿐 아니라 응원 문화, 굿즈, OTT 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 신인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에도 깊이 관여한다.
한 가지 간과하면 안될 점은 이 젊은 층이 경기에는 관심이 없고 경기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한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 팬이 된 이들은 투수가 던지는 볼이 ‘포심 패스트볼(직구)’인지 ‘포크볼(검지와 중지 사이에 야구공을 끼듯이 잡아 던지는 구종)’인지 구종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경기를 모른 채 마냥 응원 문화만 즐기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작전, 선수 구성, 구단의 전략 등 흐름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아웃·세이프만 아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이들에게 프로야구가 매력적인 이유는 경기를 둘러싼 문화 전반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특히 응원 문화가 중요하다. 2030 세대는 야구를 통해 ‘소셜 네트워킹’을 한다. 경기장에서는 같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함께 소리치고 서로 동화된다. 경기장 밖에서는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 접속한다. 야구를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본다는 얘기다. 경기를 볼 때는 혼자 보더라도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영상을 찾아보고 반응을 살펴보며 팬덤 활동을 한다.
마치 K팝 팬덤과 같다. K팝 팬들은 결코 혼자 즐기지 않는다. 노래가 좋아서, 무대 위 모습이 흥미로워서 팬이 되었다가도 소셜 네트워킹을 하며 팬덤에 깊이 관여된다. 마찬가지로 프로스포츠 팬이 된 젊은 세대는 어떤 이유에서든 팬덤에 속하게 되었다가 소셜 네트워킹을 하면서 고관여층 팬이 된다.
이들이 하는 소셜 네트워킹은 다양하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일이다. 최근 프로야구 관중 수가 1000만명을 넘은 것을 두고 ‘숏폼’ 등을 허용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택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 일리 있는 분석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돌려보고 끊어보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보는 일은 팬덤 활동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대포’라고 부르는 카메라를 들고 야구장을 방문하는 젊은층을 최근에는 매우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모습이 낯선 것이 아니다. K팝 팬덤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종종 프로스포츠에서 젊은 팬덤이 무시당하는 이유 중 하나가 K팝 팬덤을 닮은 이 모습 때문이다. 대포를 들고 다니는 이들에게 선수들의 외적인 모습만 좇는다, 경기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하곤 한다.
그러나 K팝 팬덤이 고해상도 사진만큼이나 아티스트의 무대와 작품을 아끼는 것처럼 프로스포츠 팬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경기를 관람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경기 내용을 즐기면서도 선수들의 모습, 경기 뒷이야기 같은 여타의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것이 스포츠와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젊은 프로스포츠 팬덤에게 경기 내용과 여타의 콘텐츠는 덩어리진 하나의 ‘내러티브’로 인식된다.
K팝에서 스포츠로 확장되는 팬덤
10년 전의 프로스포츠 팬덤에는 내러티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는 유튜브 쇼츠도 없었다. 트위터를 날아다니는 트윗들은 조금 더 진지하고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10년 사이 미디어 환경이 변하고 팬덤은 발전했다. 그러면서 팬덤의 외연이 확장됐다. 아이돌 그룹, 배우 등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었던 팬덤이 스포츠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프로스포츠 팬덤은 마치 K팝 팬덤과 같다. 경기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단에서 제작하는 자체 콘텐츠, 굿즈를 비롯해 팬덤이 만드는 2차 콘텐츠, 밈 등은 K팝 팬덤에서 그대로 이식된 것이다. 지금의 20~30대가 어떤 식으로든 K팝 팬덤을 경험해본 적 있는 세대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이해가 쉬워진다. 이들은 10대에는 K팝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다가 20~30대 들어 다른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프로스포츠가 된 것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야구에는 독특한 응원 문화가 있다. 야구 선수마다 주제가가 있고 주제가에 맞는 율동이 있다. 응원단장을 따라 한목소리로 노래하고 몸을 흔든다. 무대 아래에서 아티스트를 향해 외치는 응원법에 익숙한 20~30대 라면 매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다.
2030 세대부터, 심지어는 어린 10대 관객까지 느는 것을 기민하게 포착한 프로스포츠 구단들에서는 스포츠 경기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서 즐기는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축구장에는 ‘엄마아빠존’이 생겼고 야구장에는 ‘바비큐존’이 생겼다. 아이를 데리고 축구를 볼 수 있고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2023년 인천SSG랜더스필드에 조성한 ‘DUGOUT’ 내부. 사진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
현대카드가 지난해 인천SSG랜더스필드 스카이박스에 조성한 임직원들의 새로운 Work&Life 공간, ‘DUGOUT’도 좋은 예다. 스포츠 팬의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 꾸며 야구에 관심이 많이 않았던 사람도 몰입해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스포츠를 보다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난 점 또한 프로스포츠가 2024년 들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로 꼽힌다.
이 과정을 알고 나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팬덤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 것인가.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이 K팝 팬덤을 경험한 젊은 세대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은 이들이 다음으로 눈길 주는 곳에 주목하게 만든다. 그때까지 당분간 프로스포츠는 지금처럼 높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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