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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기성세대의 질문에 Z세대가 답하는 ‘Q&Z’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Z세대의 무기력함과 열정을 가르는 것이 무엇인지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와 알아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는 가공된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무덤덤한 표정에 생기 없더니, 회사 밖에선 200% 달라져
20대 사원 A씨는 회사에서 늘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소리 내어 웃는 일이 드물뿐더러 업무를 줘도 “네”, 질책을 해도 “네”, 칭찬을 해도 무덤덤하게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합니다. 맡은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소 무기력해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좋을텐데, 가끔 그런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길을 걷다가 점심을 먹고 있는 A씨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고 활기차 보여 내심 깜짝 놀랐습니다.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알던 A씨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A씨 뿐만이 아닙니다. 종종 생기 없이 피곤해 보이고 무기력한 것처럼 느껴지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가끔은 일하는 게 싫은 것인지, 열정을 가지고 활기차게 일할 수 없을지 말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꼰대’처럼 보일까봐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지만요
Z세대가 가진 ‘한정된 에너지’ 이해할 필요 있어
Z세대가 겪는 ‘번아웃’은 이제 사회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20~30대의 43.9%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어요. 청년들은 이 조사에서 ‘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하고 우울하다’,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고 답했죠.
동시에 Z세대는 열정적이기도 합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무려 68.7%는 자신을 ‘누군가의 팬’이라고 답했습니다. 어쩌 2000년대 활짝 꽃피운 K컬처의 영향을 받은 세대인 Z세대가 연예인, 취미활동, 물건 등에 애착을 갖고 팬덤을 형성하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업무에 지쳐 번아웃을 겪는 Z세대와 ‘누군가의 팬’인 Z세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Z세대를 이해하려면, Z세대에게 주어진 ‘한정된 양의 에너지’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듯이,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입니다. Z세대는 ‘나’를 아는 것에 무궁무진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 예시는 최근 Z세대의 자기소개 필수 항목이 된 MBTI일 겁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세대가 “MBTI는 임상심리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판해도 Z세대는 MBTI를 활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복잡하고 다채로운 ‘나’를 소개하는 데 MBTI만큼 명확한 도구도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직업이 무엇이든, 재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든, 외모가 어떻든 관계 없이 ‘나’ 그대로를 소개할 수 있는 도구가 MBTI입니다.
동시에, Z세대는 ‘나’를 해할 수도 있는 것을 피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현상이 그 사례에 속합니다. 저출산 현상은 매우 복합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지만 한편으로는 Z세대의 ‘나’에 대한 관심과 한정된 에너지 때문에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Z세대는 ‘나’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나의 여가, 나의 관심사가 침해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것들이 너무 중요하다 보니 다른 것에 에너지를 쓰려 하지 않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나’를 잃어버리는 게 두려운 거죠. 그런데 아직 사회,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려면 결국 ‘나’를 희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애과업보다 ‘나’가 더 중요한 Z세대는 어렵지 않게 출산·육아를 포기합니다.
일에 ‘의미’ 붙여주기
Z세대가 느끼는 ‘일’의 무게 역시 다릅니다. 사실 Z세대는 이전 세대처럼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일도 ‘나’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연구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Z세대에게 ‘일’의 정의는 기성세대와 다릅니다. 기성세대의 상당수는 ‘일’이란 ‘직업(職業,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성과 능력에 따라 계속해 종사하는 일)을 갖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Z세대 상당수에게 일은 ‘업무(業務, 직장 같은 곳에서 맡아서 하는 일)를 하는 것’입니다.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어진 과업’이 아니라 단지 ‘수행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는 거죠.
Z세대는 기성세대를 보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업에 몰두해 평생을 일에 바친 기성세대가 은퇴 후에 공허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일이 나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대신 Z세대에게 일은 진짜 ‘나’를 지탱하게 하는 수단이 됩니다. 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Z세대가 직장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 1위 역시 ‘경제활동 수단’이라는 점도 같이 바라볼 필요가 있죠.
만약 상사가 후배 사원에게 일에 열정을 가지도록 요구하려면, 일이 그 후배의 ‘나’와 이어져야 합니다. 적성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일이 Z세대 사원의 ‘나’에게 의미를 갖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임원은 한 직원에게 다소 어려운 업무를 지시했습니다. 그러고는 그걸 수행할 수 있게 물심양면 도왔지요. 어려운 업무, 그렇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업무를 연속으로 수행하고 나서 Z세대 직원은 일을 통해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인정 받고, 그 동력으로 다시 일에 몰두하면서 Z세대 직원은 취미만큼 일에 애정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Z세대에게 일이 ‘나’와 관련된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업무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일 겁니다. 가끔 보이는 눈에 띄게 열정적인 Z세대 사원들을 떠올려보세요. ‘Z세대는 극과 극’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테지만, 사실은 방향이 다를 뿐 둘은 같은 Z세대죠. 열정적인 Z세대는 다른 무엇보다 일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업무에 에너지를 쏟습니다.
Z세대 직원에게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의미’를 쥐어주는 일과 같습니다. 그러려면 Z세대 직원의 ‘나’를 알아야 합니다. 직원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파악해야 하죠. 그건 사적으로 친해지는 일과 다릅니다. Z세대 직원이 좋아하는 것, 몰두하는 것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파악한다면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업무를 조율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업무를 지시할 것인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Z세대 직원 스스로도 회사 안에서 ‘나’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한 직장 동료나 심리 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 건강을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최근엔 사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어요.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의 경우 2016년부터 무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인 ‘마인드플러스(Mind+)’를 운영하며 임직원 스트레스 케어를 돕고 있습니다. 전문 상담사와의 1:1 심리 상담을 통해 업무 압박, 조직 적응, 경력 관리 등 직무 관련 상담이 가능하죠. 번아웃에 대한 자가 진단과 예방도 가능해서 Z세대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회사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명심하자고요.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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