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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Z] Z세대의 개인주의,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요?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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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한 ‘MZ주의’에 이어, 기성세대의 질문에 Z세대가 답하는 ‘Q&Z’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Z세대에게 더 없이 중요해 보이는 ‘나’를 기성세대는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와 알아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는 가공된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감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물음표’입니다. 혹여나 ‘꼰대’라는 말을 들을까 Z세대를 앞에 두고서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데 내심으로는 늘 궁금해합니다. “왜?” Z세대에게 더 없이 중요해 보이는 ‘나’를 기성세대는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요?

Q. 요즘 Z세대는 다 이런가요?

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부장입니다. 지난 연말 한 신입사원의 입사를 축하하기 위한 점심 회식을 하기 위해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오랜만의 신규 입사라 부서원들끼리 조금씩 돈을 모아 당일 파티에서 줄 선물도 샀습니다.

그런데 신입사원은 “저는 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딱 잘라 거절해 모두를 당황케했습니다. 그 싸늘한 말 한 마디에 입사 축하 선물을 준비하며 들떴던 기분도 확 가라앉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입사원에게 거리감을 느낄 만한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신입사원일 때만 해도 점심시간은 선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업무의 연장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번 신입사원은 입사 직후부터 점심시간에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더군요. 자기 관리도 중요하지만, 본인을 위해 마련한 점심식사 한 번은 같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주말에 뭐 했는지 물어보니 “네, 그냥요”라는 답을 돌려받은 후부터는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껏해야 날씨 이야기를 하다가 적당히 웃고 인사하고 돌아섭니다. 저는 신입사원과 좀 더 친해지고 싶습니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Z세대는 다 이런가요?

A. 직장문화에도 ‘뉴노멀’이 시작됐습니다.

Z세대와 함께 하는 직장문화를 얘기하기 전 먼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개인화라는 단어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Z세대를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기준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기의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Z세대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개인주의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인화’에서 ‘개인주의’로 이행해가는 세대입니다.

개인화와 개인주의는 다릅니다. 개인주의는 좀 더 이상적인 것입니다. 모든 개인이 존중받는 것이 개인주의라고 보면 됩니다. 개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와 평등입니다. 여기서 자유는 자율성을 의미합니다. 단지 자율성은 모두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모든 개인은 평등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율성을 제한 받습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주의하에서 모든 개인은 서로를 배려합니다.

개인화는 좀 다릅니다. 개인화의 뜻은 ‘개별적인 것’에 더 가깝습니다. 개인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연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무심합니다. 각자의 플랫폼이 다르고 정보를 전달받는 매체도 다르며 삶의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거리두기는 개인화를 상징하는 모습입니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거리를 두고 사는 사회가 개인화된 사회이지요.

Z세대의 삶에는 개인주의와 개인화가 혼합돼 있습니다. Z세대는 매우 세분화된 취향을 가진 세대입니다. 모든 Z세대는 무엇인가의 팬이기도 하지요. 이 취향은 각자의 세계, 각자의 매체를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축구를 좋아하는 Z세대가 있다고 합시다. Z세대는 축구를 즐기기 위한 커뮤니티를 새로 만듭니다. 기존의 지인들과는 겹치지 않는 커뮤니티죠. 이런 커뮤니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Z세대는 그렇게 각자의 취향을 각자 즐기며 살아가는 개인화된 삶을 삽니다. 각자를 떨어트려 놓는 울타리는 ‘일’이 아닙니다. 취향입니다.

이런 점에서 Z세대의 취향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은 종종 취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Z세대는 기성세대를 보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에 자신을 바쳐 헌신했던 노인세대의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일 외에는 즐길 거리가 없어 우울증에 빠지는 베이비붐 세대를 보면서 일에 헌신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Z세대가 일을 대충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Z세대 역시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Z세대에게는 일만큼 나의 삶이 중요합니다. 취향을 존중받고 싶어하지요.

이런 Z세대와 친해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Z세대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존중하다 보면 그저 내버려두기 쉽습니다. 대신 방법은 있습니다. Z세대가 직장에서, 일에서 ‘취향’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둘도 없는 친구들을 만나 모임을 형성하고 이들을 통해 일을 배우고 활력을 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며 직장 내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속감을 얻는 사람들도 있고요. 개인주의는 이때 발휘됩니다. 거리두기를 좋아하는 Z세대지만 연대에 대한 욕구는 늘 있습니다. 다양한 공동체 문화, 이를테면 살롱문화 같은 것을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세요. Z세대는 언제나 공동체에 소속되고 싶어합니다. 그런 Z세대를 이끌어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결국 Z세대를 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일 자체로는 부족합니다. 일·직장, Z세대 자신의 취향·정체성이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 기성세대가 Z세대에게 맞춰줘야 하느냐고요? 고대 로마의 집정관 키케로가 정적 카틸리나를 축출할 때 했던 연설, 일명 ‘카틸리나 반박문’에서 유래된 속담이 있습니다. 라틴어로 ‘Autres temps, autres moeurs’입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other times, other customs’, 시대가 다르면 풍속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대가 거듭되면 또 다른 ‘노멀’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성세대는 늘 세태를 한탄하지만 청년은 늘 ‘뉴노멀’을 만들어갑니다.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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