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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은 기성세대가 질문하고 Z세대가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Q&Z’. 이번 편에서는 Z세대가 열광하지만 기성세대엔 ‘미지수 문화’인 밈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와 알아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는 가공된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멋지다 연진아” 하니 “언젯적 연진이?” 핀잔만 들어
Q. Z세대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얼마 전 딸이 아들에게 “그게 뭔데 씹덕아”라고 말하더군요. 처음 들어보는 비속어에 놀라 야단을 쳤지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아들이 오히려 저를 나무라더군요. “아빠, 이건 ‘밈(meme)’이에요”라고요. 둘이서 “T발, C야?”라는 자칫 욕설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을 주고받으며 낄낄 웃기도 했습니다. 옆에서 듣던 저는 또다시 눈살을 찌푸렸지만요.
아이들과 소통해보겠다는 의지로 요즘 Z세대가 즐겨 쓰는 밈이 무엇인지 열심히 공부한 적도 있어요. 언제 밈을 써볼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멋지다, 연진아”라고 던져 보았지요.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쓰는 게 아니에요, 아빠” “언젯적 ‘연진이’예요?” 핀잔만 먹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요즘 Z세대에게 밈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밈은 유행하는 이유도, 의미도 없는 일종의 또래문화
Z. ‘밈(meme)’이라는 말의 어원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밈은 학술적인 것이 아닙니다. 쉽게 풀자면 ‘인터넷 유행’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배우 김영철씨가 유행시킨 ‘사딸라!’가 바로 밈입니다. 가수 비의 노래에서 비롯된 ‘깡’ 유행 역시 밈의 일종이죠.
밈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게 뭔데 씹덕아’는 비속어가 아니라 알 필요 없는 정보를 접했을 때 내뱉는 반응일 뿐입니다. ‘T발, C야?’는 심리검사 지표로 알려진 MBTI에서 비롯된 것으로 T 유형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논리적인 반면 공감 능력이 낮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감 섞인 반응을 기대하며 내뱉은 이야기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답이 돌아왔을 때 허탈하게 웃으며 ‘너 T야?’라고 물어보는 식입니다. 두 표현 다 대화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불과합니다.
상당수의 밈에는 유행하는 이유도, 담긴 의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때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남성 접대부를 가리키는 ‘호스트’ 컨셉으로 활동한 개그맨이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다나카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두고 이 유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복합적으로 분석해내는 평론가들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런 유행에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저 재미있었을 뿐, 다나카라는 캐릭터에는 젠더·민족적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밈은 일종의 또래문화 같은 것입니다. 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보편적인 또래문화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건 변화한 미디어 환경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2명은 TV를 보지 않습니다. 적은 수처럼 보이지만 40대의 TV 이용률이 약 95%, 50대는 96%에 이른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유행했다 하더라도 평균 시청률 41%가 넘었던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끈다고 하지만 여학생 집단을 사로 잡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어느 연예인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스타일을 따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배적인 또래문화를 찾기란 좀 어렵습니다.
대신 Z세대는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Z세대의 취향은 매우 다양해서 사실 Z세대의 지배적인 취향이 무엇이라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Z세대에게서는 팝업스토어가 유행하고 있다지만 한 달에도 수십 개 열리는 팝업스토어의 주제는 매우 다양해서 “지금 Z세대에게서 유행하는 것은 OO입니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무작정 따라하기 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대신 Z세대가 공유하는 것이 있습니다. 밈입니다. Z세대를 각자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알고리즘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의 알고리즘인데 이 소셜미디어들은 Z세대에게 공통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다시 말하자면 Z세대가 밈을 통해 얻는 것은 감정입니다.
Z세대는 공통된 문화가 아니라 감정을 공유합니다. Z세대를 하나로 사로 잡는 것들을 떠올려 보세요. 불공정한 상황에 대한 분노, 취향으로 인해 얻는 즐거움 같은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팝업스토어는 Z세대의 일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팝업스토어를 다니는 Z세대는 없을 뿐더러 대부분 Z세대는 자신의 관심사 밖에 있는 팝업스토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시피 합니다. 대신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자됐던 신조어 ‘소확행’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Z세대에게는 거창한 것이 없습니다. Z세대가 좋아하는 것들은 매우 소소합니다. 이모티콘 캐릭터 ‘망그러진곰’ 팝업스토어에서 Z세대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작고 소소한 캐릭터 상품입니다.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앞에서 밤을 새며 획득한 제품은 그리 크지 않은 키링입니다.
밈도 마찬가지입니다. Z세대는 밈에 거창한 의미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저 밈을 쓰는 순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순간을 가장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밈은, Z세대의 감정은 지속력이 약합니다. 밈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밈은 기성세대가 인지할 정도가 되면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기성세대가 밈을 사용하는 순간 그 즐거움은 빛을 바래거든요. 마치 또래문화처럼 밈은 Z세대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가 ‘흉내낸다’고 생각하는 순간 흥은 깨집니다. 그러니 레거시미디어에서 밈을 사용할 때는 이미 Z세대는 다른 밈을 쓰고 있을지 모릅니다. 레거시미디어에서 밈을 사용할 수 있는 타이밍은 찰나적으로 지나갑니다. 너무 이르면 Z세대도 밈을 모르고 너무 늦으면 Z세대가 밈을 외면합니다.
기성세대가 밈을 대하는 자세를 이런 사실들에서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밈을 알고자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밈에 화들짝 놀랄 필요도 없습니다. 기성세대가 미처 다 알 수 없는 Z세대의 ‘미지수 문화’ 중 하나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최근에 유행하는 신조어 중 하나가 ‘원영적 사고’입니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두고 ‘원영적 사고’라고 일컫습니다.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장원영의 말투를 따라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사고를 전환하는 식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걸 두고 ‘Z세대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구나’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그저 Z세대는 원영적 사고가 재미있어 보일 뿐입니다. Z세대의 본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입니다.
밈은 찰나에 불과하고 감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소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Z세대가 즐기는 많은 것들이 밈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나면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밈을 다 아는 Z세대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기성세대는 Z세대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밈을 익히고 신조어를 연구합니다. 그러나 막상 Z세대는 자신의 알고리즘에 포착된 밈만 압니다. 밈을 모른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초조함을 느끼는 것은 기성세대 뿐입니다. Z세대는 모르는 밈을 사용하는 다른 Z세대에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게 뭔데 씹덕아”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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