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Talk] 물놀이의 계절, 여름 휴가 떠나기 전 꼭 확인해야 하는 내 디지털 기기의 ‘방수방진’

최신의, 따끈따끈하고, 생생한 테크 씬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테크토크(Tech Talk)’. 여름 휴가철 물놀이를 즐기면서 나의 디지털 기기는 안전할까요? 기기들의 방수방전에 대해 김재이 IT 칼럼니스트가 자세하게 알려드립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항상 체감하고 있지만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뜨겁다. 매년마다 이렇게 체감온도가 높아지니 우리나라 기후도 변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느꼈던 고온다습한 환경이 동북아시아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이 같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일찍부터 산과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떠나는 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추억을 저장할 사진 또는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게 아닐까? 이를 IT스럽게 표현한다면 ‘아날로그 감성을 디지털로 담아오고 싶다’ 정도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중요한 점은 불볕더위 속에서 디지털 기기를 잘 보호해서 써야 한다는 것! 특히나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 기기는 물에 취약하기 때문에 침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수방진을 지원하는 애플 아이폰 [사진=애플]>

최근에는 생활방수를 지원하는 디지털 기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손안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부터 손목에 항시 착용하는 스마트워치, 카메라와 각종 액세서리들도 대체적으로 방수방진을 지원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100% 물에 저항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조건에만 저항 할뿐 기준치를 넘어서게 된다면 고장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IT 기기의 방수방진 성능을 알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IEC-529 규정에 따라 고체 침투 또는 물의 침투에 대한 보호 등급을 구분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이러한 규정을 방진과 방수라 표현하고 있다. 간혹 디지털 기기를 구매할 때 ‘IP57’ 또는 ‘IPX7’ 등의 보호수준을 규정한 등급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등급이 바로 방수방진 기준을 의미한다. 기준에 따라 구매자가 좀 더 수월하게 방수방진의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의 방수방진 등급은 ‘IP68’로 모두 동일하다. 이 등급의 가장 앞에 위치한 ‘IP’는 방수방진 규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때문에 방수방진 등급을 편의상 ‘IP등급’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카메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용 디바이스는 ‘IP등급’에 따라 방수방진 성능이 결정된다. ‘IP’ 등급은 뒤에 두 개의 숫자로 구분된다. 앞자리 수는 ‘방진’을, 뒷자리수는 ‘방수’ 수준을 가리킨다.
‘방진’은 먼지나 각종 이물질로부터 얼마나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방수’는 말 그대로 물에 저항도를 표시해준다.

<모토로라 러기드 스마트폰 디파이 [사진=모토로라]>

모래 알갱이부터 먼지까지 버틴다…방진은 앞자릿수

‘방진’은 0단계에서부터 6단계까지 총 7단계로 구분된다. 0등급은 편의상 ‘X’라 표기하기도 한다. 두 등급 모두 보호 못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 가령 ‘IPX6’이라고 한다면 방진은 0등급에 해당돼 이물질에 대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방수’와 달리 ‘방진’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환경적인 면도 있다. 예컨대 극한의 사막지역이나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는 곳을 비롯해 여름철 해수욕장과 같은 환경이라면 ‘방진’의 역할은 커진다. 또는 산업현장에서 먼지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면 ‘방진’ 등급을 한번쯤을 살펴봐야 한다. 게다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지에 맞춰 방진 등급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방진 1등급은 지름이 50mm 이상의 고체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50mm 이상의 작은 모래 알갱이가 IT 기기 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다. 2등급은 이보다 작은 지름 12mm 이상의 고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3등급은 2.5mm, 4등급은 1mm 이상의 공구나 전선 또는 기타 물체에 대해서 보호받을 수 있다. 아주 작은 알갱이뿐만 아니라 가늘고 얇은 전선이나 또는 IT 기기를 해칠 수 있는 길다란 물체에 대해서도 견딜 수 있다는 뜻이다. 6등급은 틈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먼지 등 이물질에 완전하게 보호된다는 의미다. 즉, ‘IP6X’라 표시됐다고 한다면 이물질에 대해 완전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EC-529 규정에 따른 방진 보호 등급

<방수등급에 따라 견딜 수 있는 물의 양과 압력, 침수 저항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소니]>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물에 견딜 수 있을까…방수는 뒷자릿수

방수는 방진 대비 좀 더 구분이 확장된다. 0단계부터 8단계까지 총 9단계로 이뤄져 있다. 0등급은 방진과 마찬가지로 방수가 되지 않는 기기라는 의미다. 방수 등급에는 좀 더 디테일한 기준이 포함된다. 물이 어느 방향에서 얼마만큼 부딪치는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1등급은 수직으로 낙하하는 물방울로부터 보호된다. 2등급은 기기를 15도 정도 눕혔을 때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등급부터는 각도가 더 커지고 견딜 수 있는 물의 양도 많아진다. 4등급은 어떤 방향에서 물이 뿌려진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1~4등급은 생활방수 수준에 물이 닿는 정도를 말했다면 5등급부터는 방향보다는 물줄기 압력에 의해 보호 등급이 구분된다. 낮은 압력에서 견딘다는 의미로 6등급은 좀 더 센 압력의 물줄기로부터 기기를 안전하게 해준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수도꼭지에 연결한 호스가 있다면 물을 틀었을 때 바닥에 부딪쳐 튕겨 나온 물방울이 기기에 닿는 정도가 1~4등급,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그대로 맞거나 호스 앞을 부여잡아 물줄기를 더 세게 했을 때 직접적으로 맞는 정도가 5~6등급이라고 비유해볼 수 있다. 5등급은 호스로 모아 발사되는 물에 대한 저항을, 6등급은 호스 앞을 작게 만들어 물의 압력을 더 세게 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이를 저압과 고압 정도로 구분할 수도 있다.

더 상위 등급부터는 침수와 관련된다. 얼마나 IT기기가 바깥이 아니라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지를 말한다. 또한 물속의 경우 더 깊이 내려갈수록 압력이 더해지기 때문에 깊이를 기준 삼는다. 7등급은 15cm에서 1m까지 침수에 보호 효과를, 8등급은 1m 수준에서 장기간 침수를 보호해준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제조사마다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달리 표시되기 때문에 꼭 설명서를 읽어봐야 한다는 점이다.

IEC-529 규정에 따른 방수 보호 등급

<바다 속 촬영을 위해서는 카메라를 완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하우징 액세서리를 모두 갖춰야 한다. 그만큼 염수에 디지털 기기는 취약하다>

예외는 늘 주변에…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

이제는 앞서 제시한 아이폰14 시리즈의 방수방진 수준을 해석해볼 수 있다. 아이폰14 시리즈의 방수방진 등급은 ‘IP68’. 즉, 완전 방진과 1m 수심에서도 장시간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방수 기능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잠깐! 앞서 IP68등급이라고 할지라도 제조사가 명시한 설명서를 꼭 참고해야 한다고 권한 바 있다. IP기준은 사용자가 좀 더 쉽게 방수방진에 대한 성능 이해도를 높이는 정도 일뿐, 세세한 사항은 제조사가 적시한 방수방진 정도를 체크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 방수 및 방진에 대해 최대 수심 6m에서 최대 30분가량 버틸 수 있다고 적어 놨다. 또한 제한된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된 테스트이며, 생활방수 및 방진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으며 제품이 자연스럽게 마모됨에 따라 그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이 물어 젖어 있을 때 충전 시도를 금지하고 청소 및 건조 방법은 별도 설명서를 참조하기를 권한다. 게다가 ‘액체에 의한 손상은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다.

<방수 등급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보호책을 마련해 놓는다면 수영장 또는 바다 속에서 원하는 사진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사진은 방수팩을 통해 보호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결과 [사진=필자제공]>

요약하자면, ‘내 기기의 방수방진 성능은 표시된 IP등급으로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표시된 IP등급은 내가 가진 기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최대치의 성능이다’, ‘고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써야 한다’로 귀결할 수 있다.

IT칼럼리스트 김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