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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 제품으로 소개하는 CES 2023 4대 트렌드


라스베가스 CES에서 만난 올해의 테크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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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CES

CES는 거대한 전시회다. 엄밀히 말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테크 관련 전시회 중 하나이다. 2023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린 CES 2023에는 173개국에서 3,2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가 참가하고, 약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다고 알려졌다.

올해 주최 측에서 얘기하는 CES 2023 트렌드는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 웹 3.0/ 지속 가능성/ 인간 안보였지만(해당 주제는 제품보다 주로 콘퍼런스를 통해 이야기됐다), 실제 전시된 제품 트렌드는 모빌리티와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 게이밍이었다고 판단한다. 구글 뉴스 검색을 통해 얼마나 많은 관련 기사가 작성됐는지를 찾아본 결과다.

2023년 1월 15일 기준 관련 기사는 모빌리티(2,470만 건), 게이밍(1,170만 건), 스마트홈(905만 건), 디지털 헬스(643만 건) 순으로 집계된다. 메타버스(약 77만 건)와 웹3(약 20만 건)는 사실 별 관심을 못 받았고, 오히려 장애인을 위한 기술(1,320만 건)과 로봇(983만 건)이 더 많은 시선을 끌었다.

실제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CES 2023 트렌드를 정리해 봤다.

1. 모빌리티 - 엠.비전 투(M.VISION TO)

<출처 =  현대 모비스 보도자료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hyundai-mobis-to-unveil-new-technologies-for-purpose-built-mobility-at-ces-2023-301694528.html >

이번 CES 2023에서는 자율주행차나 드론(플라잉카) 관련 이야기가 줄어들고,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과 반도체,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었다. 카운터포인트가 집계한 CES 2023 모빌리티 관련 발표 분석을 보면, 전기차 관련된 내용이 31.2%로 가장 많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정책(7,500달러 할인)으로 인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거라 생각한 탓이다.

퀄컴이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칩(Snapdragon Ride Flex SoC)을 발표하고, LG와 마그나, 삼성의 하만, 블랙베리, 엔비디아 등이 향상된 전기차 솔루션을 선보였다. 누가 뭐래도 올해의 인기 스타는 소니가 혼다와 함께 선보인 아필라(Afeela) 전기차와 BMW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아이비전 디(iVision Dee)다. 디자인이 예쁜데다 새로운 운전 경험을 제공하겠다 장담한 탓이다.

현대 모비스에서 선보인 엠.비전 투는 개발 중인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차량이지, 실제로 판매될 차는 아니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차량이라서, 상용화가 되어도 공유 차량이나 대중교통에 먼저 쓰일 예정이다. 다만 차량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증강 현실로 정보를 제공하고, 이(e) 코너 모듈을 이용해 게처럼 옆으로 이동하는 등, 앞으로 구현될 전기차의 모습을 미리 보여줬다.

지난 10년은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는 흐름 위에 있었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전기차를 운전하며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지금은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제품이지만, 한번 보급되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전기차 플랫폼이 앞으로 운전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 스마트홈 - 무이 보드 2세대(Mui Board 2nd Gen)

<출처 = 무이랩(mui Lab) 홈페이지 https://muilab.com/en/>

‘매터(Matter)’라는 오픈소스 사물인터넷 표준이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삼성 등이 참여한 커넥티비티 스탠더즈 얼라이언스(CSA)에서 제정한 표준으로, 기존에 각자 따로 놀던 사물 인터넷(스마트 홈) 기기들을 같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표준을 지원하는 기기를 산다면, 어느 회사에서 만들던 상관 없이 함께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HCA) 표준도 있다. LG, 삼성, 하이얼 같은 주요 가전제품 회사들이 참여한 HCA에서 만든 표준으로, 각각의 스마트홈 플랫폼이 상호 연동되도록 만드는 표준이다. 이번 CES 2023에서는 LG와 삼성 모두, 자사의 스마트홈 앱을 이용해 다른 회사 가전을 조작하거나, 다른 회사 스마트홈 앱을 이용해 LG와 삼성의 가전 기기를 조작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무이 랩(mui Lab)에선 기존 ‘무이 보드’를 매터 지원 장치로 업그레이드한 ‘무이 보드 2세대’를 선보였다. 무이 보드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그냥 나무 가구처럼 보이지만, 필요할 땐 빛이 나며 스마트홈 허브로 쓸 수 있는 장치다. 라디오를 듣거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타이머 등으로 쓸 수도 있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인간을 배려하는 캄테크(Calm technology) 철학이 반영됐다. 1세대 제품은 아마존 알렉사만 지원하지만, 이번 업그레이드로 다른 스마트홈 플랫폼에도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애플 홈 및 삼성 스마트싱즈 같은 스마트홈 4대 플랫폼이 모두 매터를 지원하거나, 지원하도록 업데이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CES 2023에선 다른 매터 지원 조명 장치, 스마트 스위치, 스마트 플러그 등도 많이 발표됐다. 지금까진 이들이 따로 놀거나, 서로 연결되도록 설정하기 어려웠지만, 매터는 그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아직 모든 제품이 매터를 지원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면, 예전에 말하던 진짜 스마트홈 세상이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

3. 디지털 헬스 - 위딩스 유-스캔(Withings U-Scan)

<출처 =  위딩스 홈페이지 https://www.withings.com/us/en/u-scan>

디지털 헬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떠오른 기술 트렌드다. 예전에도 비슷한 기기와 기술이 있긴 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아쉽게도 예전보다 더 나아진 기기를 보긴 어려웠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기기나 원격 의료 관련 솔루션도 인기가 식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제품은 위딩스 유-스캔이다. 매일 소변을 볼 때 변기에 붙은 이 제품으로 소변을 측정해서,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고 한다. 제품은 소변을 판독할 수 있는 리더와 교체 가능한(100회, 약 3개월 사용 가능) 한 카트리지가 포함된다. 카트리지는 2종류로, 18세 이상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뉴트리 발란스 카트리지와 여성을 위한 사이클 싱크 카트리지(배란일 감지 마커가 들어가 있음)다.

의외로 비슷한 제품이 많이 나왔다. Vivoo에선 소변 검사 장치가 설치된 스마트 변기를 선보였고, Casana에선 앉기만 하면 심박수 및 산소포화도,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변기 시트를 전시했다. Valencell에선 손가락 끝에 끼우기만 하면 간단히 혈압을 잴 수 있는 혈압 측정 기기를 만들었다. 모두 FDA 승인이 끝나면, 바로 팔 수 있는 장비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이 모든 흐름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우리, 아니 세상이 늙고 있다. 나이 들면 젊을 때 당연하던 일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된다. 앞서 소개한 기술 제품은 대부분, 디지털 헬스이면서 노년층을 위한 에이징 테크에 속하는 제품이다. 세계 각국의 기술 소비자들이 늙어가면서,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누구도 티 나게 그런 말을 하진 않지만.

4. 게이밍 - 루무스 AR 안경(Lumus AR glasses)

<출처 =  루무스 홈페이지 https://lumusvision.com/news/company/>

게임은 시장 규모가 조금 감소한 2022년에도 약 1,844억 달러(한화 약 235조 원)에 달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그러다보니 CES에도 아주 많은 관련 제품이 출시된다. AMD와 인텔, 엔비디아에서 발표한 최신 칩셋과 게이밍 기술을 비롯해, 게임용 모니터, 게이밍 노트북 컴퓨터, 게임 패드, 휴대용 클라우드 게임기, 게이밍 조명, 게임용 사운드 바까지 없는 것이 없다.

올해 색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해에 비해 AR 글래스 제품이 많이 선보였다는 점이다. 그중 루무스 AR 글래스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볍고 진짜 안경처럼 보이면서도, 독자적인 기술을 이용해 꽤 밝고 선명한 AR 화면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 사실 루무스는 AR 디스플레이 기술을 파는 회사지, 소비자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AR 글래스에 달리는 AR 디스플레이 부품을 판매한다.

그 밖에 38g에 불과한 초경량 AR 안경 Vuzix Ultralite, TCL에서 내놓은 RayNeo X2 AR 안경도 있다. 둘 다 출시 준비가 완료된 소비자용 제품이고 마이크로 LED와 도파관 렌즈를 사용한 제품이다.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일단은 조금 시간을 두고 봐야한다. AR 안경은 지난 2017년부터 계속, 빅테크 기업들이 눈독 들이고 있다고 얘기하던 제품군이다. 올해는 정말, 소비자용 AR 안경을 만나볼 수 있을까?

5. 그리고 남은 이야기

<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블로그 https://blog.playstation.com>

그 밖에도 올해 CES를 사로잡은 소식은 많다. LG에서 출시한 97인치 (전원선을 제외하면) 무선 TV라던가, 삼성 디스플레이에서 (미디어에만) 선보인 접고 늘리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이 있었다.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나중에 어떤 제품이 나올지는 짐작하게 해준다.

지속 가능성은 특정 제품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스마트홈 솔루션이나 전기 자전거 등이 있긴 하다), 많은 전시 부스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흐름이었다.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비료와 화학 물질 사용을 줄이고,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말한다. 거기에 더해 올해는, 기술을 사용해 더욱 에너지 효율적인(에너지 비용 절감) 제품이나 솔루션이 많이 선보였다. 스마트홈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느낄만한 제품이 적다.

이번 CES에서 키워드 중 하나는 accessibility (접근성)였다. 소니가 발표한 장애인용 게임 컨트롤러 ‘프로젝트 레오나르도’, 삼성의 시각장애인용 TV 모드 ‘릴루미노’, 로레알의 손 떠는 사람들을 위한 립스틱 바르는 기구 ‘합타(HAPTA)’, 시각장애인용 디스플레이 ‘닷패드’와 신발 ‘아시라세’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그 밖에 3D 안경을 쓰지 않고 3D 입체 화면을 볼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와 3D 모니터, 몸의 움직임을 스캐닝해 모니터 속 캐릭터를 움직이는 기술도 있었다. 화면이 두 개 달린 노트북 컴퓨터는 많은 참관객이 사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2023 CES는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혁신 보다는, 기존에 쓰던 기술을 잘 갈고 닦은 제품이 많았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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