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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카드회사에서 준 이 카드키, 27살 사장님 뇌리를 ‘번쩍’


현대카드가 중요 프로젝트 맡긴 양지호 프레임바이 대표 세로카드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 개발 "도전하고, 실패에 주눅들지 말라"


2017.11.30


현대카드 제공

지난 15일, 현대카드가 자사 특유의 ‘세로카드’를 위한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국·내외 다른 신용·체크카드 대부분과는 달리 세로 방향으로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런 독특한 형태에서 오는 신선함을 최대한 살리고자, 카드 디자인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디자인에 매우 공을 들이는 회사다. 세로카드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 제작 또한 그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살릴 기획이이다. 하지만 이처럼 큰 프로젝트를 꾸리고 추진한 이는 현대카드 임원이나 디자인팀 소속 베테랑 사원이 아니었다. 올해 초 1인 스타트업을 설립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양지호(27) 프레임바이(FRAME BY) 대표였다.

양지호 대표/현대카드 제공

◇어쩌다 만들게 됐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 대표는 현대카드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영국 킹스턴대에서 제품·가구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학교 다니는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는 디자인한 상품 판매나 술집 아르바이트, 학교 시간강사 활동 등으로 벌었습니다.”
 
그가 현대카드와 첫 인연을 맺은 때는 지난 2월이었다. “2016년에 전역하고서 디자인 스타트업 설립을 계획했는데, 그러다 현대카드가 마련한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스튜디오 블랙’을 알았어요. 마침 사회 초년병인지라 따로 사무실 열 돈이 부족했는데, 여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시설을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동사무실이야 여기 말고도 여럿 있긴 하지만, 컵이나 유리병 하나 디자인까지 신경 쓴 스튜디오 블랙 특유의 섬세함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더군다나 디자인 시제품 찍어내기 좋은 3D 프린터까지 갖춰져 있으니까요.”

스튜디오 블랙 내 라운지 공간/현대카드 제공

휴대전화 케이스 아이디어 또한 스튜디오 블랙에서 얻었다. 
“여기 입주하면 카드키를 받는데, 그 모양새가 굉장히 감각적인데다 완성도도 높더라고요. 남에게도 보여줄 만하다 생각해 제 휴대전화에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카드키를 부착해 다닐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불편하긴 했죠. 그 순간 떠올랐어요. 카드를 잘 보이게 하면서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요.”


스튜디오 블랙 카드키/현대카드 제공

하지만 시작부터 현대카드와 연관지으려던 건 아니었다 한다. “저는 카드를 돋보이게 하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요즘 세상엔 누구나 남에게 보여주고픈 카드 한 장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죠. 스타벅스 멤버십카드건, 헬스장 회원권이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즌권이건 간에요. 하지만 이런 카드들은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놔도 대개 휴대전화 주머니나 지갑에 감춰질 수밖에 없으니, 이를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뽑아 보겠다는 거죠. 당연히 제 입장에선 그게 꼭 현대카드일 필요는 없었고요. 실제로 이 휴대전화 케이스를 상품화를 처음 논의했던 건 일본 쪽 기업이었어요.”
 
그러나 특허 내고 양산형 시제품까지 나온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계약을 미루며 양 대표의 첫 상품화 시도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새 기회는 오래지 않아 열렸다. 
“스튜디오 블랙 크루(직원) 분들도 제가 개발 중이던 제품을 알고 계셨어요. 부족한 물건이지만 좋게 봐주셨는지, ‘현대카드와 어울릴 것 같다’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께서 스튜디오 블랙을 방문하실 때 시제품을 보여 드리자 제안해 주셨고요. 덕분에 지난 7월 6일 정 부회장님께서 오셨을 때 포트폴리오와 시제품을 전해 드릴 수 있었어요.”

그로부터 5일 뒤 양 대표는 정 부회장과 현대카드 디자인 실장, 브랜드 본부장을 만났다. 논의 끝에 휴대전화 케이스 형태는 양 대표가 연구하고, 케이스 겉에 입힐 그림 디자인이나 도색은 디자인실에서 맡기로 정했다. 
현대카드가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한 기업과 협업을 한 첫 번째 사례다. 발매 후 2주가 지난 현재, 이 휴대전화 케이스는 현대카드 선주문량 3만개를 포함해 총 3만4200개가 팔려나갔다 한다.


스튜디오 블랙 내 입주기업 업무공간 중 하나/현대카드 제공

◇인생의 교훈 둘   
스튜디오 블랙에 입주했을 땐, 현대카드와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한다. “솔직히 대기업이 이제 간신히 간판 내건 스타트업과 뭐하러 손을 잡겠나 했죠. 더군다나 현대카드는 강력한 자체 디자인 인력풀까지 거느리고 있으니까요. 다른 스튜디오 블랙 입주 업체와 협업한 선례도 없고요. 그래서 처음엔 차라리 외국 업체와 계약을 맺으려 했던 거에요.”
 
하지만 현대카드는 양 대표에게 협업을 제안하고, 디자인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줬다.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거죠. 겉보기엔 불가능할 것 같아도, 어쩌면 의외로 해볼 만한 도전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죠. 지레 겁먹어 물러섰다가 좋은 기회를 놓칠 뻔 했어요. 게다가 만일 일본 업체와 계약이 잘 풀렸다면 이런 대기업과 일할 기회를 또 얻을 수 있었을까요. 먼젓번에 실패한 게 도리어 행운이었어요. 스타트업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인생의 큰 교훈을 벌써 둘이나 얻었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불행하게만 여기지 말자는 점 말이죠.”
 
◇장래 포부는
현대카드는 앞으로도 양 대표와 함께 협업하고픈 마음이 있다 한다.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디자인실과 함께 새 프로젝트를 고민해 보자 하셨어요. 이번 제품만 보고 함께하길 결심한 게 아니라, 제 장래에 기대를 거신 거라 현대카드 측에선 말씀하시더군요. 물론 저를 좋은 선례로 해서, 훗날 다른 우수한 스타트업 기업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아 보고 싶다 하셨고요.”
 
양 대표 또한 장차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호하는 카드 디자인이 다를 뿐, 누구나 카드를 쓰죠. 또한 의자 디자인엔 호불호가 있을지라도, 의자에 앉지 않는 사람은 없죠. 이처럼 모두가 이용하는 물건에 두루 쓰일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프레임바이’라는 회사 이름에 걸맞게, 개별 상품보다는 품목이 담긴 프레임 카테고리 전체를 포괄하는 디자인을 연구해 보려 합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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