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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선보이는 ‘the Column, inspired by HCS’ 시리즈.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브랜딩 활동과 디지털 비즈니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짚어 보는 외부 필진들의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이번에는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RE : ECM〉 전시를 다룹니다. 조진혁 아레나옴므 플러스 에디터가 다녀왔다고 하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미술 작품으로 표현해 낸 획기적인 기획이라고 평가 받는 이번 전시를 조진혁 에디터는 어떻게 읽어냈을지 함께 들여다보시죠.
요즘 유행하는 표현 중 ‘결’이란 것이 있다. 주로 작품이나 대상의 감상을 평가 할 때 쓴다. 기존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결이 다르다’고 한다. 맞다. 여기서 ‘결’이란 사물 표면의 질감을 뜻하는 그 단어다. 그러니까 ‘결’이란 대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 할 때, 적절한 어휘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 쓰이는 단어다. ‘거시기’와 다른 점은 조금 더 우아해 보인다는 것. 정확한 단어 사용을 지향하는 잠원동 한글 지킴이인 나는 ‘결’이란 단어는 사물의 질감을 설명할 때만 쓰기로 했다. 심지어는 언급을 피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결을 입 밖으로 내 뱉은 것은 스토리지에서 열린 〈RE : ECM〉 전시였다.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전시공간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는 〈RE : ECM〉 전(展).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전시공간 스토리지에서는 독일 음반 레이블 ECM 전시가 한창이다. 전시 제목은 위에서 언급한 〈RE : ECM〉. ECM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이쯤에서 ECM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ECM은 ‘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의 약자로, 창업자이자 프로듀서는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다. ECM의 음반은 만프레드 아이허가 선정한 동시대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69년부터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음반을 제작하며 동시대 음악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국내에는 키스 자렛(Keith Jarrett), 칙 코리아(Chick Corea), 펫 메스니(Pat Metheny) 등의 재즈로 유명한 레이블이지만, ECM은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1600여장이 넘는 다양한 음반을 발매해오고 있다. 특히 바로크 이전 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뉴 시리즈’ 라인업은 ECM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다.
ECM이 제작한 음반들. ECM은 ‘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의 약자로, 만프레드 아이허가 만든 음반 레이블이다.
하지만 ECM의 수장 만프레드 아이허에게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었다. 소리다. 클래식 연주자를 재즈 음반에 참여하게 하는 등 그는 다른 영역의 연주자를 조합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냈다. 그는 단순히 스튜디오에서 연주를 녹음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연주자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소리를 만드는 예술가였다. 만프레드 아이허의 철학은 곧 ECM의 태도다. ECM은 소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며 음반을 만든다.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음반의 재킷을 보고, 재킷을 넘기며 내용을 읽고, 공간감이 뚜렷하게 녹음된 음악을 즐기길 권한다. 즉, ECM에게 음반은 소리의 심상을 전하기 위한 복합매개체인 셈. 설명이 좀 복잡한데 정리하자면 다른 레이블과는 결이 다른 음반을 만들어왔다고 하겠다.
〈RE : ECM〉에서는 이러한 만프레드 아이허의 철학을 체험할 수 있었다. 지난 50년간의 여정을 전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ECM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조합을 통한 새로운 발견을 보여준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는 드로잉, 인포그래픽, 이미지 프로젝션, 사운드 설치 등 6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현대음악사에 끼친 ECM의 반항을 재해석하고 변주한 신작을 전시했다.
(왼쪽) 영국의 예술가 샘 윈스턴이 존 케이지의 ‘As it is’를 들으며 그 감상을 표현한 드로잉.
(오른쪽) 마티스 니치케의 ‘Small Places’. 거대한 탁구대 위에 소파를 놓아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영국 출신 작가 샘 윈스턴(Sam Winston)은 존 케이지(John Cage)의 음반 ‘As It Is(있는 그대로)’를 들으며 감상을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샘 윈스턴의 무의식을 볼 수 있는 한편 ‘As It Is’의 소리가 어떻게 시각화 되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연주자들이 연주하지 않는 곡 ‘4’33"'의 드로잉은 곡만큼이나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독일의 사운드 디자이너 마티스 니치케(Mathis Nitschke)는 키스 자렛과 만프레드 아이허가 탁구 치는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거대한 사운드 탁구대를 지하 공간에 설치했다. 작품명은 ‘Small Places(작은 공간들)’. 사운드 탁구대 중앙에는 네트 대신 긴 천막이 내려져 있고 양 끝에는 스피커가 있다. 관람객은 탁구대에 위에 놓인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게 되는데, 이 음악은 1380시간 연속된다.
MMBP는 설치작품 ‘Murmuration(중얼거림)’을 선보였다. 지난 50년간 발매된 ECM의 음반 커버 중 220개의 이미지를 선별해 투명 재질로 인쇄해 출입구 앞 공간에 걸었는데, 마치 ECM 음반 커버로 이루어진 성전과 같다. 관람객은 성안 안에 들어가 ECM의 역사를 시각적으로 체험한다. ‘서현석+하상철’ 작가는 만프레드 아이허와 익명의 뮤지션이 나누는 상상의 대화를 VR(가상현실) 영상으로 선보였다. 어둠 속에서 문장과 소리만 좌우를 오가며 등장해 관람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MMBP의 ‘Murmuration’.
ECM의 획기적인 시도들과 지난 50년 간의 현대음악 역사는 몇 개의 문장으로 추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또렷한 소리들이 조화를 이룬 느낌은 표현하기 어렵다. 동시대 다른 음악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말로 다 할 수 없었기에 스토리지는 작가들과 협업을 시도 했으리라 추측한다. 6명의 작가들은 ECM의 소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말이나 글보다 더 정확하고, 또 어떤 작품은 속 시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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