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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이번 달부터 ‘the Column, inspired by HCS’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the Column, inspired by HCS에서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브랜딩 활동과 디지털 비즈니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짚어 보는 외부 필진들의 칼럼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첫번째 순서로 최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일대에서 열린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 다녀온 조진혁 아레나옴므 플러스 에디터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조진혁 에디터가 다빈치모텔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읽어냈을지, 함께 들여다보시죠.
간절히 영감 받고 싶다. 글쟁이들만의 바람은 아니다. 지난 몇 개월간 만난 인터뷰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시 쓰는 20대, 음악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프로듀서, 신박한 소재를 찾는 영화인 등 창작자들은 새로운 영감에 목말라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요즘은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 아닌가. 새로운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니 기획이란 것은 절망에 부딪치는 게 일상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 모텔에 방문했다. 잠깐 쉬고 싶었다.
출처=현대카드 페이스북
다빈치모텔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페이스(언더스테이지, 스토리지, 뮤직 라이브러리, 바이닐앤플라스틱)에 위치했다. 바이닐앤플라스틱 앞마당에 세워진 라스베거스 초입에서 떼다 놓은 듯 한 커다란 간판이 인상적이다. 장거리 주행을 하다 충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의 모터 호텔에서 착안한 문화 행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머릿속에 더 이상 꺼내 먹을 아이디어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충전소인 셈이다.
다빈치모텔의 정확한 기획의도를 살펴보면 이렇다. '다양한 문화 장르와 형식, 인물들을 융합해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선사하는 현대카드의 새로운 문화 프로젝트.' 의도를 파악하니 전두엽이 찌릿하지 않은가. 다빈치 모텔은 단순히 현대카드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행사가 아닌 동시대 문화인들의 고민을 깊게 분석하고 제시한 솔루션이었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은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의 모터 호텔에서 그 콘셉트를 착안했다. (출처=현대카드 유튜브)
지금 시대의 창작자들은 검색과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에 지친 상태다. 기대하지 않은 분야에서 신선한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기를 원하며, 동시에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처럼 한 가지 장르 만을 파고드는 게 아닌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문화 생태계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빈치 모텔이 표방한 복합 문화 행사는 ‘시대의 요구’라는 생각이 스쳤다. 동의하는 동지들은 얼마나 될까. 올해가 첫 행사임에도 티켓은 오픈 5분만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다빈치모텔 숙박객, 아니 관객이 2000여명에 달했다. 기자가 다빈치모텔을 방문한 시간은 금요일 점심이 조금 지난 이른 오후였지만, 이미 저마다 다른 스타일과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스토리지 입구 앞에 긴 줄을 그리고 있었다.
다빈치모텔의 숙박객(?)들은 이른 오후부터 긴 줄을 그리고 있었다. (출처=현대카드 페이스북)
다빈치모텔은 각 공간마다 다른 성질의 이벤트가 전개됐다. 먼저 언더스테이지에서는 지금 가장 주목 받는 뮤지션 12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센스, 장범준, 선우정아, 이희문 등 혁신적인 시도와 높은 완성도로 무장한 이들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르네상스를 방불케 하는 공연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현대카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빈치모텔에서는 장범준, 이센스 등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언더스테이지 위에 위치한 뮤직 라이브러리 1층 또한 북새통이었다. 팝콘과 음료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시크릿 게스트인 잔나비의 공연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뮤직 라이브러리 광장을 가득 매웠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하루 한 번 시크릿 게스트가 등장해 공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튿날은 윤종신이었다. 뉴욕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국내 공연이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잔나비와 윤종신의 공연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토크로 채워졌다. 한국 문학을 이끄는 젊은 소설가 김금희와 시인 박준, 대한민국 2030이라면 한 번쯤 가입을 고민했을 독서 모임 트레바리의 대표 윤수영, 감각적인 그림을 선보이고 있는 비주얼 아티스트 NOVO 등이 관객들에게 영감과 소통의 시간을 선사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는 잔나비, 윤종신의 시크릿 공연, 소설가 김금희의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뮤직 라이브러리가 관객의 감성을 건드렸다면, 스토리지에서는 아이디어를 자극했다. 첫 번째 토크의 주인공 하정우는 하루 3만보 이상 걷는 일상과 정성 들여 만든 한 끼 식단 등 소박한 일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수석 디자이너 김훈은 세계 패션 트렌드와 디자이너의 길에 대한 생각을 전했으며, 웹툰 작가 주호민은 상상이 어떻게 만화가 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었다. 현대카드 CEO 정태영 부회장은 ‘혼술, 혼밥 등 혼자의 시대에 미니멀리즘은 맞지 않는 어법’이라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미니멀리즘이 종식되어가는 시점에 현대카드의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전개할지 그 방향성을 위트 있지만, 솔직한 화법으로 전해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었다.
스토리지에서는 배우 하정우, 만화가 주호민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콘들이 관객들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공연과 토크를 듣다가 잠깐 휴식이 필요할 때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을 찾았다. 패션, 코스메틱, 주류 등 여러 브랜드들의 전시 부스에서 제품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빈치모텔의 콘셉트를 전시한 공간도 인상적이었다. 캘리포니아 모터 호텔의 객실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객실에선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는 여러 브랜드들의 전시 부스가 마련됐다. (출처=현대카드 페이스북)
다빈치모텔을 나서 맞닥뜨린 이태원에서는 할로윈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신기루 같았던 다빈치모텔은 다시 캘리포니아의 사막으로 사라질 테지만 분장한 사람들, 존재가 곧 놀이인 시간이 마법처럼 펼쳐졌다. 환상과 즐거움, 새로운 놀이 문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감하는 과정은 계속됐다. 확신도 생겼다. 다빈치모텔에서 얻은 영감은 창조적으로 발산되고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 문화와 산업계에서 벌어질 새로운 현상들의 출발점은 어쩌면 다빈치모텔일지도 모르겠다.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다
현대카드 CEO 정태영 부회장의 현대카드 이야기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페이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에서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강연하고 있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의 연사로 나선 정태영 부회장의 토크는 20대에게 제대로 통한 듯 했다. 현대카드의 스페이스와 브랜딩에 담긴 철학을 설명하는 그의 위트 있는 강연은 꽤 인상적이었다.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 브랜드의 성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현대카드가 진정성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진정성을 나타내려면 남들과는 뭔가 달라야 해’라는 생각에 도리어 약간의 조작이 들어가게 된다”며 “현대카드는 진정성은 접어두고, 오히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광고, 디자인, 행사 등 현대카드의 브랜딩에 있는 그대로 표현(express)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공간들의 뒷얘기도 전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 건물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주세페 테라니(Giuseppe Terragni)가 고안한 이태리의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당청사로 쓰였던 ‘까사 델 파시오(Casa del Fascio)’ 등을 찾아 ‘숫자를 공간으로 구현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공부했다”며 “어떤 한가지 분야에 뛰어 들기 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깊이 파고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사옥에 있는 카드팩토리에 대한 설명에선 "언젠가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카드 산업을 이렇게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만들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일년 간 미니멀리즘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보여줘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며 "현대카드는 올해 미니멀리즘은 끝났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은 요즘과 같은 혼자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막상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난 세계는 혼돈의 세계로 가는 거예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정한 방향은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정제된 디자인에 표현주의에서 오는 느낌을 잘 버무려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이 만들어진 배경도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강연만 듣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하루 종일 음악만 듣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로한 일일 수 있다”며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강연과 음악의 두가지를 잘 섞어 러스티(rusty)하게 엮은 문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관객이 디지털 현대카드에 사활을 건 이유를 묻자 정태영 부회장은 "그간 브랜딩 등에 두었던 관심을 다소 접고, 최근 몇 년 간은 회사의 모든 역량을 디지털에 쏟아 부었다”며 “이것이 우리가 미래에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기업들에게 AI(인공지능)는 이를 다루거나 혹은 아예 다루지 않거나 였지만, 6~7년 전부터 구글 등에서 AI 전문가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제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대카드는 AI 기술을 현실의 비즈니스에 접목해 누구나 쉽게 AI를 다룰 수 있는 ‘AI 민주화’의 초석을 다져왔고,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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