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팅,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다

AI, 데이터 등 최신 테크 트렌드를 망라하는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테크 라이브러리(Tech Library)’. 이번 편에서는 공간 컴퓨팅의 개념과 발전 역사, 그리고 주요 IT 기업들이 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지 윤준탁 테크 칼럼니스트와 함께 살펴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우리의 삶과 업무 방식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공간 컴퓨팅은 기존의 컴퓨팅 환경을 새롭게 정의하며,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사진 미드저니

공간 컴퓨팅이란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은 물리적 공간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여 사람들이 공간, 물체, 데이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며, 위치 기반 서비스, 컴퓨터 비전, 센서 기술 등과 결합되어 작동합니다. 공간 컴퓨팅은 단순히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실제 공간에서 디지털 정보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간 컴퓨팅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일 것입니다. 그러나 공간 컴퓨팅은 단순히 VR 헤드셋을 통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표준 비즈니스 센서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LiDAR(빛 감지 및 거리 측정), 이미지, 비디오, 그리고 기타 3차원 데이터를 통합하여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디지털 공간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공간 컴퓨팅의 기원은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년대에 컴퓨터 과학자 아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세계 최초의 AR 시스템인 ‘Sword of Damocles(다모클레스의 칼)’를 개발하며 공간 컴퓨팅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웨어러블 컴퓨팅과 HMD(Head-Mounted Display·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기술의 발전으로 공간 컴퓨팅의 실질적인 응용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용어는 2003년, MIT 미디어랩(MIT Media Lab) 출신의 시몬 그린우드(Simon Greenwold)가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환경을 연결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이후 발전된 다양한 기술들이 그의 비전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은 GPS, LiDAR, 카메라 센서 등을 활용해 삼각측정 방식을 통해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주행 환경 내 객체와의 근접성을 계산합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GPS 기술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공간 컴퓨팅이 대중화될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구글 맵스와 같은 위치 기반 서비스는 공간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공간 컴퓨팅의 초기 형태를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결합. 사진 Apple 공식 유튜브 캡처

IT 기업이 선도하는 공간 컴퓨팅

이미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은 공간 컴퓨팅 기술을 통해 사용자 경험과 생산성을 혁신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공간 컴퓨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며, AR과 VR 중심의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Vision Pro)라는 별도의 공간 컴퓨팅 기기를 개발하여 기존의 AR·VR 디바이스와 차별화를 이루었습니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가 물리적 공간에서 앱, 콘텐츠, 정보를 3D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기로 단순한 확장 현실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단순한 업무용 도구를 넘어 영화와 음악 감상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과 화상회의 같은 다양한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공간의 제약 없이 대형 화면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회사 동료와 함께 작업을 위한 MS 오피스 앱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비전 프로는 기존 AR, VR 기기가 제공하지 못했던 몰입갑을 제공해 물리적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넘어 사용자가 있는 공간 전체를 컴퓨팅 환경으로 변환합니다.

메타는 2023년 10월에 혼합현실(MR) 기능을 대폭 강화한 '퀘스트3'를 출시하며 공간 컴퓨팅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퀘스트3는 컬러 패스스루 카메라를 통해 실제 주변 환경을 보여주며, 이를 기반으로 가상 객체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용자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으며, 이는 원격 협업 환경이나 새로운 유형의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메타는 이처럼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를 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업무와 협업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렌즈(HoloLens)를 통해 공간 컴퓨팅 기술을 산업 및 업무 환경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 의료, 교육 분야에서 홀로렌즈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료진은 혼합현실을 통해 수술 절차를 시뮬레이션하고, 학생들은 3D로 모델링된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혼합현실(MR) 기기 퀘스트 3. 사진 Meta 공식 홈페이지 캡처

공간 컴퓨팅의 미래

미래의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 디바이스의 경계를 넘어설 것입니다. 현재 관련 기기는 눈앞에 착용하는 커다란 고글 형태로 제공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가벼운 안경이나 심지어 콘택트렌즈로도 동일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이동 중에도 손쉽게 몰입형 환경을 경험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 설계하듯, 우리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다루며 더욱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간 컴퓨팅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데이터 통합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기업은 서로 다른 데이터를 공간 컴퓨팅 내부로 가져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운영 체제 간 형식이 다르고, 표준화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AI가 이러한 장애물을 낮출 것으로 보입니다. AI는 사용자의 언어와 행동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여 자동화 처리가 가능한 AI 에이전트와 결합될 수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AI가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게 되며, 사용자는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기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헤드셋을 착용하면 AI 에이전트가 즉시 맞춤형 정보를 공간 컴퓨팅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주식 시장의 변화와 같은 금융 정보나 주요 일정을 화면과 음성을 통해 사용자의 추가 지시 없이도 자동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AI와 공간 컴퓨팅의 결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AI 시스템이 공간 컴퓨팅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기업들은 AI와 공간 컴퓨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간 컴퓨팅이 만들어 낼 데이터는 지금까지 수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빅데이터를 제공할 것입니다. 기존의 2D 데이터가 아닌, 공간 컴퓨팅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공간 컴퓨팅 내에서 생성되는 콘텐츠와 데이터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를 창출할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 공간 컴퓨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직업 세계에 깊숙이 스며들 것입니다. 이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며, 공간 컴퓨팅의 발전을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 Pixabay

윤준탁 테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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