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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새로운 시대의 여행법을 읽는다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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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항공권 전문 여행사 ‘탑항공’ 홈페이지에는 “경영환경 악화로, 10월 1일자로 폐업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1982년 설립된 탑항공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를 기점으로 항공권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크게 성장해,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국내 대표적인 여행사다.

10월 10일,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 ‘트립닷컴(Trip.com)’을 보유한 중국 최대의 OTA(Online Travel Agency) ‘씨트립그룹’이 리브랜딩(rebranding)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CEO 제인 순(Jane Sun)은 아시아 단일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 24시간 고객센터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인 순은 “한국은 온라인 여행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라며, “한국의 전체 여행 예약 트래픽 중 모바일 비중은 73.8%로, 세계 평균인 68%보다 약 5.2%p 높다”고 강조했다.

출처=unsplash.com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오프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물량으로 승부하던 여행사는 몰락했고, 항공권부터 호텔, 렌터카, 액티비티, 투어 프로그램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글로벌 OTA는 부상하고 있다. 패키지 상품에만 치중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내 종합여행사 또한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행자들이 온라인 플랫폼과 자유 여행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해 해외 여행자 수가 2천6백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여행이 곧 일상이 된 시대, 여행의 변화를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과 자유 여행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이하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그 무엇도 아닌 ‘나, 나의 일상, 나의 경험’에 집중하는 새로운 시대의 여행법을 읽어봤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지난 22일 청담동에 위치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찾았을 때, 두 세 명의 방문객이 ‘트래블 컨시어지’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래블 컨시어지는 항공권, 호텔, 자유여행, 해외 패키지 등을 포함해, 여행자가 자신만의 루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일대일로 여행 상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트래블 컨시어지 담당자는 “사실 젊은 세대가 ‘미국 66번 도로(Route 66) 자동차 횡단’과 같이 패키지 상품에 의존하지 않는 자신만의 여행길을 선택한지는 오래됐다”고 말한다. 최근엔 60대 이상의 시니어 고객들도 자녀를 동반하지 않고 부부끼리 자유 여행을 하기 위해, 특정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띄는 건 장기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취학아동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이른바 ‘한 달 살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머무르는데 예술적 관심이 클 경우엔 태국의 ‘빠이’나 ‘치앙마이’를, 산과 바다 등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경험하고 싶을 땐 인도네시아 ‘발리’를 선호한다. 한편 20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우프(WWOOF,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나 ‘헬프엑스(HelpX)’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여행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유기농 농가 등에서 하루 4~6시간 정도 일손을 돕는 대신 식사와 숙박을 제공받는 활동으로, 현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선 일대일로
여행 상담을 제공하는 ‘트래블 컨시어지’를 운영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누리고자 하는 변화가 묻어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으로 여행의 일상성을 강조하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2017년 기준으로 매출 26억 달러, 순이익 9천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약 31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가치를 평가 받을 만큼 성장한 것 또한 맥을 같이 한다.

유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플랜 룸(Plan Room)’

트래블 컨시어지를 지나 ‘플랜 룸(Plan Room)’에 들어서자, 방문자들이 책 여러 권을 쌓아 놓고 읽어가면서 도시의 윤곽선만 표시해 놓은 일명 ‘백지도’에 색연필로 자신의 여행 경로를 그리는 중이었다. 백지도는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도시 위주로 12종 준비되어 있는데, 최근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국내 백지도 목록에 기존에 마련해 놓은 제주도에 더해 다양한 도시를 추가할 계획을 세웠다. 대도시가 아닌 주변 도시에 대한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반영해서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Brand Agile CT팀 김예슬 사원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유명 관광지가 밀집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는 기존에도 많았지만, 그러한 경향이 최근에는 아시아 및 국내 여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항공권 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코리아’가 ‘2017년 하반기에 한국인이 검색한 2018년 출발 예정 항공권’을 조사한 결과 소도시의 성장폭이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 여행지로 일본이 선정됐는데, 도시별 검색 비중 성장폭을 살펴보면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기타큐슈(+2216%), 구마모토(+792%), 시즈오카(+390%), 나가사키(+136%) 순으로 높았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대도시를 가 본 여행자가 신선한 경험을 찾아 새로운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 기인하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여행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어느 유명 관광지를 가더라도 한국 사람에 치여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누릴 기회가 점차 적어지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새로운 시대의 여행자들은 “오사카 왔는데 한국인 줄” “파리 ‘핫플’에 왔는데 한국인이 반이네요”와 같은 여행 후기는 쓰고 싶지 않아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의 여행도 아닌 바로 ‘나’의 여행

“저 역시 베를린에 가방을 두고 왔습니다.” 24일 저녁 6시 30분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다시 찾았을 땐, ‘me, 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 등 독일을 배경으로 한 여러 권의 책을 쓴 손관승 작가가 약 30여 명의 참가자 앞에서 베를린을 향한 애정을 고백하고 있었다. 이 도시 출신의 배우 겸 가수 마릴렌느 디트리히(Marlene Dietrich)가 부른 노래 ‘나는 베를린에 가방을 두고 왔다(Ich hab’ noch einen Koffer in Berlin)’를 빗댄 표현이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매달 멘토와 함께 주제가 있는 여행을 떠나보고자 마련한 ‘트래블 멘토 프로그램’의 10월 주제는 독일과 디자인을 주제로 한 ‘베를린 공간 여행’이었다. 약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 날의 공간 여행은 나치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길 바닥에 그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작은 동판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예술가 공동체들이 무단 점거한 뒤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인 반(反) 예술의 상징 ‘타헬레스(Kunsthaus Tacheles)’에서 끝났다. 공간이 곧 이야기의 조각이 되어 베를린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내년에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한 건축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베를린에선 어떤 공간을 살펴보면 좋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역시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중이었다.

지난 24일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트래블 멘토 프로그램’ 현장

이렇게 여행에서 무엇을 보았는지가 아니라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더 집중하는 흐름은 여행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여행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지점은 출연진들이 여행하는 순간보다, 여행 후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데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최근 방영된 <알쓸신잡3>에서는 출연진이 피렌체와 그 주변 도시를 여행하는데 같은 도시를 돌아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공학 박사인 김진애에게는 미켈란젤로의 삶이, 물리학자인 김상욱에게는 갈릴레오의 생애가 큰 의미로 남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의 방랑자들은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을까? 손광승 작가가 참가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로 그 이유를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곳은 현대 미술을 상징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me’입니다. 흔히 ‘나 자신’이란 뜻으로 받아들이지만, 전 ‘moving energies’란 의미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베를린의 현대 예술엔 그야말로 에너지가 살아 움직이고 있죠. 그런데 여행도 그렇지 않을까요? 여행지에서 얻은 에너지를 내 삶으로 이동시키는 것, 그게 바로 여행이니까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지난 2014년 5월 문을 연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 관한 여행 정보가 수록된 약 1만5천여 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다. 항공권, 호텔, 자유 여행, 패키지 등 개인에게 최적화된 루트를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인 ‘트래블 컨시어지’ 및 멘토와 함께 특별한 주제의 여행을 안내하는 ‘트래블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1월과 12월의 ‘트래블 멘토 프로그램’으로는 각각 ‘캐나다 사진 여행하기’와 ‘일본 료칸 여행하기’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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