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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현대카드 카드팩토리 내 팩토리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바리스타 로봇 빌리.
만약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로봇 같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것은 칭찬이 아니다. 당신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것은 물론, 진심을 담고 있지 않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로봇 둘러싼 다양한 우려들도 많다. 가깝게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지도 모른다’거나 멀게는 ‘로봇이 지나치게 똑똑해져 인간의 지능을 앞지르면,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라는 식의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다루었을 것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과 같은 얼굴과 몸매를 가진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창조해 내겠다는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 가끔 그럴듯한 로봇이라도 등장하면 ‘이러다 정말 로봇이 인간을 정복하겠다’ 싶어 섬뜩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면 로봇이란 무엇일까. 로봇은 ‘각각의 행동마다 특별한 조작 없이도 프로그래밍 된 대로 스스로 움직여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기계’를 말한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로봇의 스펙트럼은 더욱더 넓어지고 고도화되는 중이다. 덕분에 그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은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이 지난 2018년 4320만달러에서 오는 2026년 852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로봇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스스로 바닥의 먼지를 찾아다니며 흡입하며 청소하고, 사람과 바둑을 두고 또 이겨버린다. 시리(Siri), 빅스비(Bixby), 에코(Echo) 등 연중무휴 이름만 부르면 그럴듯한 대답을 날리는 챗봇(chatting robot·chatbot)도, 또 상용화를 눈앞에 둔 ‘자율주행차량’도 로봇이다.
미국 핸슨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
(출처=hansonrobotics.com 캡처)
산업의 현장에는 이미 로봇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생산 과정을 담당하고 여기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덧입혀 그 자체로 ‘지능화된 공장’을 만드는 이른바 스마트팩토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나눠 한다는 의미의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Cobot)을’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로봇은 로봇끼리, 인간은 인간끼리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로봇이 소통하며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로봇에게 단순 업무를 넘겨주는 대신 인간은 고도의 업무에 집중해 일의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대카드 바리스타 로봇 빌리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갈고 있다.
현대카드 바리스타 로봇 빌리가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갈고 있다.
지난달 5일 현대카드에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사번은 410713. 이름은 빌리(Billie), 태어난 곳은 독일이라고 했다. 빌리가 일하는 장소는 현대카드 카드팩토리에 있는 팩토리카페다. 그는 바리스타이다. 빌리는 묵묵히 커피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등 커피 음료를 만든다. 고객이 무인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넣으면, 수 분 내에 커피를 쥐어준다. 신기한 건 매번 주문할 때마다 실패하는 법이 없다. 언제 어느때 마셔도 맛과 향이 뛰어나다. 안타까운 건 이 바리스타와는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나와 눈을 맞추며 ‘오늘도 커피 한 잔 마시며 좋을 하루 보내시라’ 그 쉬운 말 한마디를 안 건넨다.
하지만 의아해 할 것 없다. 빌리는 로봇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팔 형상을 본떠 만든 ‘로봇팔(robot arm)’이다. 오직 커피를 내리기 위해 프로그래밍 돼 있기에, 묵묵히 커피만 내릴 뿐이다. 빌리는 버튼을 누르면 추출되는 자판기식 커피를 손으로 옮겨주는 낮은 차원의 로봇이 아니다. 유명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방식을 공부해 학습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이 적용돼 있다. 빌리가 공부한 바리스타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1위를 차지한 적 있는 이종훈 바리스타이다. 때문에 빌리가 만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다. 빌리가 커피 만들기를 담당하고 있기에, 카페에서 일하는 다른 두 명의 직원은 커피 이외의 음료를 만들고 매장을 관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현대카드 기업문화팀 관계자는 “빌리는 현대카드의 비즈니스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의 로봇이지만, 현대카드를 찾는 많은 고객들이 커피 한 잔을 통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향해 나아가는 현대카드의 방향성을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협업하다, 디지털라이제이션 하다사실 빌리의 입사는 직원들에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카드에는 이미 90여대의 로봇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카드 생산 공장인 ‘카드팩토리’가 만들어질 때 13대의 로봇을 도입해 카드 제조에 투입했다. 또 2년 후인 2017년부터는 로봇룸(robot room)을 만들어 이른바 ‘RPA(Robot Process Automation)’을 진행했는데, 30여대에 불과하던 로봇 수가 현재는 70여대가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일상은 현대카드 직원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현대카드 카드팩토리에서 APS(Auto Picking System) 로봇이 카드 제작을 위한 플라스틱 플레이트를 나르고 있다.(출처=Bloomberg)
금융사인 현대카드가 가진 로봇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객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에는 24시간 언제나 고객과 대화하는 챗봇 버디(Buddy)가 일하고 있다. 카드 플레이트를 제외하고는 로봇이 ‘생산’해야 할 물건이 없다고 해서 즉, 제조업이 아니라고 해서 로봇이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로봇은 이미 현대카드의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고객에게 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로봇 몇 대가 들어와 있다고 해서 그 기업이 ‘디지털 컴퍼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로봇이 기업의 업무 환경에 투입되면서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과의 협업에서 잡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지만 기존의 직원들이 로봇이 일으키는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기업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도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로봇을 동료로 맞이하면서 꼭 필요한 작업이지만 단순 업무라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던 업무들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대신 고객과 소통이나, 더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고안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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