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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 밤 휴대전화는 꺼 두도록 해요. 그리고 별빛만 바라봐요. 우린 길을 잃고 헤매 왔어요. 우리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렸죠. (Let’s turn off our phones tonight. And rely on the stars. We’ve been so lost lately. We forgot who we are.)”- One Day At A Time 中
공연 시작 전, 무대 양 옆에 설치한 화면에 샘 스미스(26)의 대표곡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의 가사가 떠올랐다. 마치 노랫말이 현실이라도 된 듯, 샘 스미스의 공연이 열린 9일 밤 하늘은 밝은 별들로 빛나고 있었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반짝이는 별빛처럼 공연장을 채웠다. 거대한 무대장비나 화려한 퍼포먼스에 기대는 요즘의 대형 콘서트와 달리, 샘 스미스의 공연은 마음을 건드리는 음성과 악기 소리 만으로도 넓은 공연장을 충실히 채웠다.
‘아임 낫 디 온리 원(I’m Not The Only One)’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샘 스미스의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Sam Smith’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2만여석이 모두 매진돼 공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내한은 그의 두 번째 정규앨범인 ‘더 스릴 오브 잇 올(The Thrill Of It All)’의 발매를 기념하는 아시아 투어 일환이었다.
이번 공연은 ‘듣는 감동’ 그 자체였다. 좌석부터 곡 선정 등 공연의 모든 구성 요소가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샘 스미스의 음색과 아름다운 멜로디에 몰입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좌석은 모두 정해져 있었다. 정해진 자리 없이 자유롭게 서서 즐기는 ‘스탠딩’ 위주였던 앞선 콜드플레이나 켄드릭 라마 공연과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이는 샘 스미스의 요청이었다.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돼야 방해 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공연 시작 후에는 스태프조차 계단이나 길목에 서 있지 못하게 해 관객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거창한 무대 연출이 옅어질수록 공연에서 주목을 받는 영역은 음향이다. 샘 스미스는 공연 전 음향 장비 등을 직접 조율할 정도로 풍성한 소리 만들기에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공연 스태프와 현대카드 역시 더 나은 공연을 위해 음향 장치를 재정비하고 추가 설치하는 등 공연장 내 소리 컨트롤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였을까. 샘 스미스가 악기 연주를 최소화하고 오직 피아노 반주에 맞춰 ‘레이 미 다운(Lay Me Down)’을 부를 때, 2만 여명의 관중은 마치 우주가 멈춘 듯 노래에만 빠져들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최정민(26)씨는 “최근 찾아간 대형 콘서트들은 과도한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로 색칠돼 정작 콘서트의 본질인 음악은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며 “그래서인지 밴드 사운드는 물론 샘 스미스의 감미로우면서도 힘있는 음색을 온몸으로 느끼게 구성된 이번 공연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영국 잡지 ‘더 스타(The Star)’는 샘 스미스의 공연 무대를 두고 “관객석을 향해 돌출된 무대는 팬들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샘 스미스의 공연은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돌출형’인 무대 특성을 십분 살려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추며 많은 교감을 나눴다. 하늘빛 수트를 차려 입고 단정한 미소를 지어 보인 그는 2만여명의 관객들에게 꾸준히 말을 건넸다. 노래 후렴구에선 객석으로 마이크를 넘기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공연 사이사이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요?’ ‘함께 손을 흔들어봐요’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관객은 때로는 휴대폰 불빛과 떼창, 그리고 큰 환호와 춤으로 화답했다.
특히 샘 스미스는 빠른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나 몸을 들썩이게 하는 ‘오멘(Omen)’ 등 리듬감이 돋보이는 곡을 부르기 전, “내 곡들은 다소 우울한 면이 있지만, 지금부터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자”라는 재치 있는 멘트를 날렸다. 얌전히 음악을 듣던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에 맞춰 손뼉을 쳤고 공연장은 순식간에 축제의 장이 됐다.
밴드와 코러스를 소개하는 순간에선, 그의 따뜻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샘 스미스는 ‘이들이 없다면 나 또한 이 자리에 없었다’며 9명의 동료를 한 명 한 명 소개했다. 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멤버들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볼과 이마, 입술 등에 입을 맞췄다. 코러스 중 한 명이 노래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관객들은 술렁였다.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동료에 대한 샘 스미스의 애정이 객석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헬로 서울, 굿바이 서울환한 웃음 가득한 얼굴로 ‘안녕, 서울(Hello, Seoul)’이라 외치며 시작된 공연. ‘원 라스트 송(One Last Song)’을 첫 곡으로 샘 스미스는 '아임 낫 디 온리 원’ ‘너바나(Nirvana)' '아이브 톨드 유 나우(I’ve Told You Now)' '리스타트(Restart)' '세이 잇 퍼스트(Say It First)’ 등 총 18곡을 한결 같은 목소리로 들려줬다. 그리고 ‘투 굿 앳 굿바이스(Too Good At Goodbyes)’에 이어 3곡의 앙코르곡을 부르고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무대를 떠났다.
관객 김예진씨(26)는 공연장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공연 말미에 우리에게 들려준 앙코르 곡 팔레스(Palace)의 가사는 우리가 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어요. 그가 우릴 다시 찾아와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당신을 그리워할 거야/난 늘 거기 있어/진짜 사랑은 시간 낭비가 아니야.’ (I'm gonna miss you/I'm still there/But real love is never a waste of time)
- Palace 中
글로벌 최정상급 음악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국내 팬들에게 선보이는 현대카드의 콘서트 시리즈. 올해까지 총 24번의 슈퍼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2007년 팝페라 그룹 ‘일 디보’를 시작으로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켄드릭 라마’ 등이 슈퍼콘서트 무대를 빛냈다. 과연 슈퍼콘서트의 25번째 주인공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