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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피아노의 날(World Piano Day)’이었던 지난 3월 28일 오후 3시(중부유럽표준시 기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이 예브게니 키신(Evgeny Kissin)부터 조성진까지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10인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색다른 점이라면 그 현장이 유명 클래식 공연장이 아닌 도이치 그라모폰의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이었다는 점이다.
세계 피아노의 날을 맞아 도이치 그라모폰이 유튜브에서 진행한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연주한 조성진과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채 안부를 전한 다닐 트리포노프 (출처=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캡처)
이 날 10인의 음악가는 각자 자신의 집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20~30분간 들려줬다. 원래 3월 29일 ‘2020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베토벤 연주의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는 결국 통영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연주했다. 조성진과 함께 젊은 거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다닐 트리포노프(Daniil Trifonov)는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채 인사를 건넨 후 바흐의 ‘푸가의 기법’을 연주하는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이번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 붙인 해시태그는 ‘집에 머무르세요’라는 의미의 ‘#Stay AtHome’. ‘팬데믹(pandemic·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시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읽히는 대목이다.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랜선’ 공연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활용해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 이른바 ‘랜선 공연’은 국가와 장르를 넘나드는 중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ropolitan Opera·이하 메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나이틀리 메트 오페라 스트림스(Nightly Met Opera Streams)’를 제공하고 있다. 메트 웹사이트(www.metopera.org)에서 매일 23시간 동안 HD화질의 공연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카르멘’ ‘세빌리아의 이발사’ ‘아이다’ 등 지난 14년간 메트에서 선보인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과 미국의 팝 가수 존 레전드는 각자의 집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를 들려줬다. (출처=콜드플레이, 존 레전드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월 16일(영국 현지 시간)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보컬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30분간 깜짝 콘서트를 펼쳤다. 그는 “원래 멤버들과 합주하려 했지만 모두 다른 나라에 있어 혼자 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전하며 피아노 연주와 함께 콜드플레이의 히트곡인 ‘Yellow’ ‘Viva La Vida’ 등을 선사했다. 그 다음 날엔 크리스 마틴의 지목을 받은 미국의 팝 가수 존 레전드(John Legend)가 “사회적 거리를 두는 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역시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약 1시간에 걸쳐 노래를 들려줬다.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집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릴레이로 온라인 중계하는 ‘투게더 앳 홈(#TogetherAtHome)’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공연의 주인공들이 무관중 무대를 펼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방구석 콘서트’는 관객은 물론 공연 취소에 낙담한 공연계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처= 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한편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공연의 주인공들이 무관중 무대를 펼치는 ‘방구석 콘서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엔 이승환, 지코, 송가인, 잔나비, 뮤지컬 ‘맘마미아’ 팀 등이 참여했는데, 비단 관객 뿐 아니라 공연 취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연계에도 위로를 건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생존과 생계조차 위협 받는 때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을 보고자 하는 노력은 자칫 사치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심지어 전쟁과 대공황이 전세계를 휩쓸었던 시대에도 인간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름다운 것을 봄으로써 자신을 치유하는 한편,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온라인 공연 중계, 관객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하지만 현장이 아닌 온라인 중심의 공연 문화가 오직 코로나19로부터 촉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간과 거리, 그리고 비용 등 수많은 벽을 뛰어 넘어 ‘더 많은’ ‘더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시도가 이전부터 계속되었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더 나아가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VR 영상이나 무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상 등 공연장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왼쪽) ‘예술의 전당’이 지난달부터 유튜브로 중계하고 있는 공연 실황 영상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공연 영상화 사업을 통해 만든 콘텐츠다.
(출처=예술의 전당 유튜브 채널 캡처)
(오른쪽) ‘베를린 필하모닉’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오케스트라 공연 실황 온라인 중계 서비스 ‘디지털 콘서트 홀’을 현재 한 달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출처=디지털 콘서트 홀 웹사이트 www.digitalconcerthall.com)
실제로 지난 3월 20일부터 ‘예술의 전당’은 발레 ‘심청’을 비롯해 뮤지컬 ‘웃는 남자’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사이틀’ 등 다양한 공연 실황을 유튜브로 중계하고 있는데, 모두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공연 영상화 사업인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에서 만든 콘텐츠다. 유튜브로 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영상은 문화 예술 기반이 취약한 지방 문예회관 등에 무료로 상영돼 문화 소외 계층 또한 공연을 즐기는 데 기여해 왔다.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오케스트라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유료 서비스 ‘디지털 콘서트 홀(Digital Concert Hall)’을 선보였는데, 현재 한 달 간 무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지난 12년 동안 수백 개에 달하는 아카이브 영상은 물론 아티스트 인터뷰, 작품 해설, 다큐멘터리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둔 노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관객을 위한 현대카드의 아주 새로운 공연비단 공연계 뿐 아니라 공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기업 브랜드를 관리하고 상품∙서비스를 알려온 기업들의 변화 또한 감지된다. 특히 지난 2007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처음 선보인 후 국내 공연 문화의 지형을 바꿨다고 평가 받는 현대카드가 오는 4월 1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개할 ‘슈퍼마켓콘서트’를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4월 1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될 ‘슈퍼마켓콘서트’ 포스터
슈퍼마켓콘서트는 지난 2월 출시된 ‘현대카드 DIGITAL LOVER(이하 디지털러버)’ 론칭 캠페인의 일환이다. 디지털러버 출시와 동시에 뮤지션 크러쉬가 직접 작사∙작곡한 음원 ‘Digital Lover’가 공개됐는데, 이번 슈퍼마켓콘서트에서는 그레이, 제시, 강민경이 이 노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부를 예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슈퍼콘서트가 수만 명의 관객이 한 자리에 모여 ‘떼창’을 부르는 현장감이 중요한 데 비해, 슈퍼마켓콘서트는 말하자면 게릴라 형식의 공연으로 뮤지션들이 언제, 어떤 슈퍼마켓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지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현대카드 DIVE’ 앱을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현대카드 소셜미디어 채널과 소셜미디어 기반의 미디어 ‘딩고(Dingo)’를 통해 ‘혼자’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데에 집중한다. 현대카드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인 슈퍼콘서트를 스스로 살짝 비틀어 위트를 더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슈퍼마켓콘서트는 기존의 슈퍼콘서트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고자 하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그레이, 제시, 강민경이 각자 자신의 방 또는 작업실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Digital Lover’를 노래하는 ‘방콕라이브’는 이른바 ‘방콕러버, 언택트러버, 디지털러버들의 카드’인 ‘현대카드 DIGITAL LOVER’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새로운 공연 방식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러버가 이른바 ‘방콕러버, 언택트러버, 디지털러버들의 카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슈퍼마켓콘서트에 앞서 3인의 뮤지션이 각자 자신의 방 또는 작업실에서 평소 집에서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노래를 부르는 ‘방콕라이브’를 연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거대한 공연장이 아닌 ‘방구석’에서 오롯이 음악과 자신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관객들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러버가 그러했듯 슈퍼마켓콘서트와 방콕라이브 또한 ‘각자의 우주’를 지닌 고객들의 삶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했다”며 “단순히 오프라인 공연에 갈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혼자만의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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