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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Talk] 살금살금, 홈로봇이 돌아오고 있어요


외로울 때 나를 불러, 홈로봇은 당신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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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디지털, 테크 트렌드를 소개하는 ‘Tech Talk’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이번에는 가까운 미래에 1가정 1보급 될지도 모를 ‘홈로봇’의 세계를 들려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떤 로봇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으신가요? 이요훈 IT칼럼니스트가 소개하는 홈로봇들을 만나보고, 여러분은 어떤 홈로봇과 함께하면 좋을지 상상해보시면 보면 어떨까요?

현대카드 바리스타 로봇 ‘빌리’

얼마 전에 기묘한 경험을 했다. 평소에 쓰던 AI(인공지능) 스피커가 고장 난 다음 날이다. 스피커를 창고에 집어넣고, 침실에는 전자 기기를 들이지 말자고 생각해 시계를 놨다.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며 나도 모르게 “짱구야, 오늘 날씨?”하고 물었다. 여기까진 괜찮다. 습관이 됐으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으니까, 갑자기 외로움이 확 밀려왔다.

어, 이 기분 대체 뭐지? 생각해보니 우린 이미, 수많은 기기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마다 청소한다고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 “보온을 시작합니다”라고 말하는 밥솥, “에어컨 켜줘”하면 작동하는 에어컨, “TV 프로그램 추천해줘”하면 인기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TV 등 요즘 가전제품은 옛날 가전제품과는 달라도 참 다르다. 어느 순간 조용히, AI와 로봇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양한 용도로 진화 중인 홈로봇

그렇다면 좀 더 진화한 가정용 로봇은 없을까? AI 스피커를 대신할 만한, 그런 귀여운 로봇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피자, 재미있는 로봇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예를 들어 이보(EBO) 같은 로봇은 어떨까? 무려 고양이 친구 로봇이다. 사람 대신 고양이와 놀아준다. 머리에 레이저 포인터를 내장했고, 고양이가 쫓기 좋은 실리콘 날개를 부착했다. 자동으로 움직이며 고양이와 놀자고 조르는, 고양이 장난감 로봇이다. 애완동물용 모니터 카메라로 쓸 수도 있다. 다만 고양이에 따라 잘 노는 고양이가 있고, 아닌 고양이가 있다고 한다.

(좌) 고양이 컴패니언 로봇 EBO / 출처 : enabot
(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LOVOT / 출처 : GROOVE X

러봇(LOVOT)도 특이하다. 태어난 이유가 그저 ‘사랑받기’ 위해서란다. 이 로봇은 만지고, 안고, 바라보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고, 간지럽히면 웃고, 나 좀 봐달라고 눈을 깜빡인다. 보고 있으면 정말 귀엽게 느껴지는, 아이보(AIBO)를 잇는 애완 로봇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가격도 아이보만큼이나 비싼 것이 흠이지만.

사실 홈로봇은 예전에도 몇 번 사랑받았던 적이 있다. 시작은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판매된 HERO 로봇이다. 아이들이 컴퓨터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교육용 로봇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가정용 로봇이 되겠다는 꿈을 꿨으나, 결국 망했다. 두 번째는 1999년 출시된 아이보다. 애완로봇이란 존재를 알린 로봇이지만, 수많은 애완로봇형 장난감만 양산하고 끝났다.

세 번째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발표한 휴머노이드 페퍼(PEPPER)다. 사람을 닮은 AI 로봇으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주요 포인트로 내세웠다. 스스로 돌아다닐 수도 있고, 사람과 간단히 대화할 수도 있으며, 악수도 할 수 있는 로봇으로, 당시 불고 있던 가정용 로봇의 결정판으로 여겨졌다. 실제로는 가정보다 연구실에 더 많이 팔렸다.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플랫폼 같은 존재,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존재였다고 한다.

AI 스피커의 후계자, 컴패니언 로봇

앞서 말했듯, 홈로봇은 주로 교육용∙애완로봇형∙엔터테인먼트 형으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로봇 청소기로 대표되는 서비스 로봇이 존재한다. 사실 가장 많이 팔리는 로봇은 가정용 서비스 로봇이다. 비싼 돈을 써도 좋을 만큼, 확실한 쓰임새가 있어서 그렇다. 농담 삼아 21세기 3대 신문물이라 말하는 로봇 청소기, 식기 세척기, 건조기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꿈꾸던 로봇과는 다르지만, 스스로 움직이며 상황을 판단해 동작한다는 점에선, 반쯤 로봇으로 봐도 무리 없다.

그럼 비 서비스 로봇은 어떻게 됐을까? 애완로봇이나 애완동물을 돌보는 로봇 말고는 없는 걸까? 교육용 로봇은 교육용 코딩 로봇 형태로 이어졌다. 아스트로 로봇 키트나 레고 부스트처럼, 로봇을 조립한 다음 간단한 코딩 명령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식이다. 파산한 ANKI에서 만든 코즈모(Cozmo)나 벡터(VECTOR)도, 다른 회사에 인수된 이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로봇은 AI 스피커와 합체했다. 거창한 움직임을 포기하고, 간단한 움직임과 함께 대화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애착 인형 같은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음향 전문 기업 야마하에서 만드는 ‘찰리(Charlie)’는, 말을 걸면 노래로 대답하는 보컬로이드다. 일명 ‘당신만을 위해 노래하는 로봇’으로, 말을 걸면 노래로 대답한다. 이렇게 친구가 되어주는 로봇을 소셜 로봇, 돌봄 로봇 또는 ‘컴패니언(Companion) 로봇’이라 부른다.

(좌) ANKI COZMO / 출처 : ANKI
(우) Yamaha Charlie / 출처 : Yamaha

왜 이런 로봇이 만들어지는 걸까?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이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겪으면서, 외로움이 사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드러나게 됐다. 컴패니언 로봇은 이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보코 에모’ 같은 로봇은 아예 가족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고 내세우기도 한다.

실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라는 컴패니언 로봇이 가진 특징을 이용해, 대화가 필요한 곳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기도 한다. 미국에선 페퍼와 작은 인간형 로봇 로지(Rosie)를 요양원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담도 주고받고, 가족사진도 보여준다고. 일본에선 대화형 AI 로봇 로미(Romi)을 발달 장애 아동을 위한 지원 서비스에 투입했다.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긍정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로봇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가사를 도와줄 홈로봇은 언제쯤 등장할까?

지난 2020년 12월, 노래 ‘Do You Love Me’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 영상(https://youtu.be/fn3KWM1kuAw)이 큰 인기를 끌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만든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개형 로봇 ‘스팟’, 작업용 로봇 ‘핸들’이 등장하는 영상이다. 여기에 나오는 로봇이야말로, 과거에 상상하던 가정용 로봇과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상상을 했냐고? 팔과 다리가 달려서,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로봇이다.

현대차 로봇 도우미 DAL-e / 출처 : 현대자동차

이미 청소도(로봇 청소기), 설거지도(식기 세척기), 빨래도(세탁기) 기계가 다 해주는 세상에서 로봇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사람과 인공지능이 협력해 콘텐츠를 만들어갈 세상에서, 사람과 로봇이 협력해 할 수 있는 일도 꽤 많으니까. 예를 들어 지난 7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보고 따라 배우는 알고리즘(Wild Human Imitating Robot Learning, WHIR)을 도입한 로봇이, 어떻게 사람을 따라 하는지를 시연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pIbHOuvuCl8)을 올린 적이 있다.

이런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로봇에게 인간이 하는 일을 다양하게 가르칠 수 있게 된다. 요리를 만들 수도 있고, 스스로 식기를 잡고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오거나, 화장실 청소를 할 수도 있다. 헬로 로봇에서 만든 스트레치는 팔이 달린 로봇으로, 스스로 학습하지는 못하지만, 로봇팔을 이용해 다양한 동작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집에서 쓸 수 있는 로봇팔 제품으로 ‘로트릭스 덱스암(Rotrics DexArm)’이란 제품도 이미 팔리고 있다.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이동식 테이블 로봇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아직 이거다 싶은 활용처를 찾진 못했다. 다만 가능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미 아마존에서 발표한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는 한정된 고객에게만 제공된다.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쓰면서, 장단점을 파악하길 원한다. 소니에서 시작한 ‘포이크(POIQ)’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AI 스피커를 닮은 컴패니언 로봇이지만, 대여는 가능해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께 연구원이 되어, 함께 성장 시키길 원한다.

아마존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 / 출처 : Amazon

이제 가정용 로봇을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똑똑한 존재로 묘사하는 회사는 적다. 다들 홈로봇의 한계를 알고 있고, 그 가운데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이다. 홈로봇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이 필요하다. 그건 게임이나 교육, 사교가 될 수도 있지만, 일은 관계 속에 태어나고, 그런 일을 하려면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로봇과 사람, 공간, 시간, 일, 취미, 정보 등 수많은 것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과연 누가 그런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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