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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umn] 영상 시장을 키우는
글로벌 스트리밍 전쟁


현대카드 결제데이터로 본 글로벌 영상 비즈니스 전망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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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은 현대카드 결제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렸는데요. 이 성장세를 주도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디지털 영상 콘텐츠 결제금액과 결제건수의 전례 없는 가파른 성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특히,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고향 미국의 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미디어 전문가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박상현 코드미디어 디렉터가 들려드리는 영상 콘텐츠 시장의 생생한 소식과 미래 전망을 함께 만나 보시죠.

데이빗 비앙쿨리(Bianculli)라는 미국의 유명 TV평론가는 매년 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면서 '톱10 TV 프로그램'을 선정해 발표한다. 그런 그가 몇 해 전 에는 순위를 발표하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근래 들어 좋은 드라마와 시리즈가 쏟아지고 있어요. 그러니 경쟁도 심해져서 예전 같으면 당연히 10위 안에 들어갔을 수준의 작품들이 10위 권 밖으로 밀려납니다.” 그 말을 한 게 아마도 201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넷플릭스(Netflix)가 이제 막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하던 시절이다.

출처=unsplash.com

<출처=unsplash.com>

지금은 디즈니의 소유가 된 미국의 프리미엄 케이블 방송사인 에프엑스(FX)의 CEO 존 랜드그래프(Landgraf)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심해지던 2015년에 “TV는 성장 한계점(Peak TV)에 도달했다”고 했다. 시청자의 눈이 점점 높아져서 고급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배우와 제작 인력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제작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랜드그래프는 TV산업이 그런 비용구조를 감당하기 힘들고, 따라서 더 이상 성장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한 거다.

이 두 사람의 말을 2020년 현재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마치 세계대전 이전의 시절을 회상하는 느낌이 들 만큼 낯설다. 하지만 이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TV 산업은 '스트리밍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비앙쿨리의 톱10 리스트는 톱30으로 늘어나야 할 수준으로 퀄리티가 높아졌고, 양적으로는 랜드그래프가 더 이상 만들기 힘들다고 진단 했던 시점보다 최소 100편의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더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성장하는 시장과 투자

이게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더 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에서 조사·분석한 2017~2019년 디지털 콘텐츠 결제데이터를 보면 그 현상이 뚜렷하다. 디지털 콘텐츠 결제액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무려 2.6배가 증가했다. 하지만 음악, 도서, 영상이라는 세 카테고리로 조사한 이 자료에서 모든 카테고리가 동일한 상승률을 보인 것은 아니다. 음악은 1.3배로 조금씩 성장했고, 전자책(e-book)은 크게 성장했지만 워낙 규모가 크지 않다. 결국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급성장을 견인한 것은 영상 콘텐츠였다.

그런데 영상 콘텐츠 건당 결제액을 보면 2017년 5407원, 2018년 5554원, 2019년 5671원으로 큰 변동이 없다. 다시 말하면 지불액이 늘어난 것이라기 보다는 지불건수가 증가한 것이었다. 더불어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과 오픈서베이가 20~7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유료 영상 콘텐츠 이용 개수의 증가율을 끌어올린 수훈 갑과 을은 글로벌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유튜브프리미엄(YouTube Premium)이었다(2017과 2019년 사이에 각각 39.3%, 14.1% 증가).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올 한 해에만 1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다. 그리고 그 중 약 3000억 원, 즉 1.5%에 달하는 돈을 한국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예정이다. 콘텐츠 투자에서 넷플릭스를 추격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은 넷플릭스의 절반에 못 미치는 70억 달러를, 애플TV 플러스와 훌루(Hulu)는 각각 60억 달러와 30억 달러를 올해 콘텐츠 제작에 쓸 계획이다. 이들의 투자금액만 합쳐도 연 40조 원의 돈이 영상 콘텐츠 제작에 투여되는 셈이니, 랜드그래프가 걱정했던 ‘제작비 부담으로 인한 성장 한계점’ 같은 얘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애플, 아마존 같은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아닌, 전통적인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 AT&T의 ‘HBO 맥스(Max)’, NBC유니버설의 ‘피코크(Peacock)’ 등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 없이도 방대한 양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채 시장에 뛰어들었다.

팬데믹과 타이밍

작년 11월에 디즈니가 스트리밍에 뛰어들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퀴비(Quibi)와 HBO 맥스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스트리밍 전쟁이 시작되었지만, 때맞춰 터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대형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모바일 온리(mobile only)”라는 틈새를 노린 퀴비의 경우 사람들이 이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모바일 보다 큰 화면을 선호하는 바람에 불운을 겪고 있고, 수익의 상당부분을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공원에서 들어오는 디즈니 역시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만 놓고 보면 파이가 커지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서비스를 런칭한 지 5개월 만에 5000 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3월 신규 가입자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넷플릭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아마존 프라임과 훌루, 그리고 디즈니가 따르고 있다. 즉 디즈니의 참여가 시장을 키웠다기 보다는 계속해서 크고 있는 파이에서 디즈니가 가져가는 몫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20년 3월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 가입자 비교 출처=월스트리트저널(WSJ)

2020년 3월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 가입자 비교
<출처=월스트리트저널(WSJ)>


또한 자녀가 없는 집보다 있는 집에서 가입한 비율이 높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집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가입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팬데믹이 스트리밍 전쟁이 소모전이 되거나 혹은 업체들의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것을 어느정도 막아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게 격화된 경쟁은 아직 한국시장으로 넘어오지 않은 상태다. 스타워즈, 마블 등의 프랜차이즈와 디즈니 만화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듬뿍 가진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원래는 올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코로나19 파동으로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고, ‘왕좌의 게임’ ‘프렌즈’ 등의 친숙한 콘텐츠로 한국 오디언스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HBO 맥스 역시 올해 한국시장 진출은 어려운 상황.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에서 지난 3년 동안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끌어올린 영상 콘텐츠 소비의 증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두 가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와 HBO가 순차적으로 한국에 출시될 경우 당분간 디지털 콘텐츠 지출은 현재의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V, 모니터 vs. 모바일
출처=월스트리트저널(WSJ)

<출처=unsplash.com>

그런데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위에서 말한 스트리밍 전쟁은 거의 예외없이 TV와 컴퓨터 모니터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일 뿐,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바일에서는 전혀 다른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7월, 넷플릭스의 설립자 리드 헤이스팅스(Hastings)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넷플릭스가 언젠가는 유튜브 만큼 커질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다”고 하면서 “유튜브는 사용자들의 시청 시간이 넷플릭스의 약 7배가 되는 어마어마한 서비스”라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은 줄어가고 모바일 스크린을 보는 시간은 증가하고 있는데 유튜브는 모바일용 스트리밍 앱 상위 다섯 개 중 1위일 뿐 아니라, 그 다섯개를 합친 시청시간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계속 키우기 위해서는 모바일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곳에서 유튜브는 난공불락의 성을 쌓고 있는 것.

인터넷 트래픽을 보면 상황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동안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다운스트림(downstream)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던 넷플릭스는 작년 2위로 내려앉았다. 1위는 불법 콘텐츠 다운로드에 사용되는 비트토렌트(BitTorrent)가 차지했다. 반면 모바일에서의 다운스트림 양만을 보면 유튜브가 37%로, 단연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유저·유튜버들이 만드는 유튜브 영상과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 넷플릭스의 주력 콘텐츠는 유튜브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튜디오 퀄리티의 프리미엄 프로그램을 유튜브 환경에 맞게 제작해서 유료로 공급하면 어 떨까? 바로 이 고민을 한 것이 제프리 카젠버그의 모바일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퀴비는 코로나19로 역풍을 맞은 유일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된 상태.

그렇다면 모바일에서 유튜브를 이길 영상 서비스가 있을까? 있다. 바로 틱톡(TikTok)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평가되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는 10대와 20대에게 마약처럼 강력한 중독성 영상을, 제작비도 전혀 들이지 않고 사용자 제작 콘텐츠만으로 모바일 영토를 확장 중이다. 유튜브가 광고 기반의 무료 영상과 더불어 프리미엄을 통한 구독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라면,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당장 유료 모델을 시도할 계획이 없다. 즉, 유튜브의 초기 모습처럼 사용자 확대에 주력하는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익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러 브랜드와 함께 ‘틱톡 댄스 챌린지’를 여는 등 스폰서 협업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틱톡 등의 자사 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롱폼(long-form)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실험 중이다. 특히 지난 1월 중국의 춘절 기간 동안에는 코로나19로 영화관들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중국에서 제작한 영화 ‘Lost in Russia(囧妈)’를 사들여 자체 디지털 플랫폼에서 무료로 개봉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바이트댄스가 앞으로 이 플랫폼을 어떻게 키우려고 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오랜 세월 극장과 케이블 TV가 장악하던 영상 시장은 콘텐츠가 디지털화하면서 거대한 ‘디스럽션(disruption)’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유료 스트리밍 전쟁의 주요 전장[battlefield]은 TV와 모니터이지만, 이 시장이 평정되고 난 후에는 모바일에서 본격적인 유료화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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