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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예능 프로그램 ‘밥블레스유’의 한 장면. 다섯 MC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장도연이 ‘젊은이들의 성지’를 경험케 해주겠다며, 옛 혜민서(조선시대 의약 및 일반 서민의 치료를 관장한 관청) 자리에 위치한 을지로의 카페 ‘혜민당’으로 다른 MC들을 이끈다. 낡은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 할머니 집에나 있을 법한 자개장에 ‘마치 개화기에 있는 듯하다’며 환호하던 MC들이 두꺼비집의 흔적을 굳이 덮지 않고 남겨둔 벽 앞에서 묻는다. “두꺼비집 알아?”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선 커피가 아니라 ‘배숙(배에 통후추를 박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끓인 후 식힌 음료)’을 주문해야 한다면서 트렌드를 설파하던 장도연이 생경한 표정을 짓는다. “글쎄요, 어렴풋이?”
Olive TV ‘밥블레스유’ 방송 화면 캡처
중장년층의 ‘레트로(Retro)’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의 ‘뉴트로(Newtro)’사실 ‘레트로(복고)’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차마 아까워 버리지 못했던 오버사이즈 코트와 미니스커트는 결국엔 옷장 밖으로 불려 나왔고, ‘H.O.T’와 ‘젝스키스’는 이미 아이 엄마가 된 소녀팬들을 다시금 콘서트장으로 불러 모았다. 팍팍한 현재는 젊고 어렸던 과거를 근거 없이 장밋빛으로 색칠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고 오래된 것에 열광하며 을지로를 ‘힙지로(힙한 을지로)’라 명명하는 근래의 유행은 예의 돌고 도는 복고와는 궤를 달리해 보인다. 지나간 시간을 이미 경험한 세대가 아닌, 과거와는 생전 처음 조우한 10~20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두꺼비집을 그리워하기 보다는 새롭고 신선하게 여겨 예찬하는 셈인데, 이렇듯 중장년층이 아닌 1020 세대에 의해 다시 재해석된 복고를 뜻하는 ‘뉴트로(Newtro, New+Retro)’가 주목 받고 있다.
최근 도산공원 한복판에 문을 연 분식집 ‘도산분식’은 그 옛날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담아 먹던 녹색 플라스틱 그릇과 보리차를 담아 마시던 ‘델몬트’ 주스병 덕분에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유명세를 얻었다. 얼마 전 ‘CGV’에선 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포대에 팝콘을 담은 이른바 곰표 팝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모두 젊은 세대가 옛 것의 촌스러움으로부터 오히려 신선한 미학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탐미의 대상을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는 뉴트로 트렌드의 폭발력을 부추겼다.
뉴트로, ‘이야기’와 ‘미래’를 담은 과거그렇다면 매일같이 새로운 것이 태어나 도저히 그 새로움을 다 누릴 겨를도 없는 시대. 왜 밀레니얼 세대는 지금과 비교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과거를 뒤지고 있는 걸까. 김난도 교수 외 총 9명이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는 그 이유를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하는 뉴트로가 디지털 피로감으로부터 탈피하고픈 현대인들의 욕구를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더욱 쉽게 싫증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새롭지 못한 과거로부터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설명이다. 같은 책에 따르면 실제 과거에 LP를 경험한 적 없는 밀레니얼 세대 덕분에, 미국의 레코드판 판매량은 2007년 99만장에서 2015년에는 1,200만 장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닌텐도 슈퍼패미컴 미니 (출처=닌텐도 홈페이지)
특히 오래된 것은 ‘이야기’와 ‘미래’가 담겼을 때 저력이 생긴다. 편의점 ‘CU’가 ‘따봉 제주감귤’을 재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라질에서는 정말 좋은 오렌지를 찾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따봉!”이라는 카피로 한 시대를 휘저은 광고로부터 비롯된 이야기의 힘이 존재했다. ‘닌텐도’가 30여 년 만에 슈퍼패미컴의 복각판이라 할 수 있는 슈퍼패미컴 미니를 출시해 한 달 만에 전 세계에서 200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것 또한, 과거를 잇는 디자인에 HDMI를 통한 화면 출력, USB를 통한 충전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담은 이야기에, 비단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가 녹아 들어간 과거에 마음을 내주기 때문이다.
‘뮤직 라이브러리’에 전시 중인 ‘레어 바이닐 콜렉숀’에서 만날 수 있는 바이닐들
현대카드가 오는 3월까지 ‘뉴-레트로(NEW-RETRO): 아주 오래된 미래’를 주제로 선보이는 통합 콘텐츠 캠페인은 이러한 뉴트로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먼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라는 화두를 던진 4개의 라이브러리에선, 실제 밟고 선 공간에서 오감으로 아주 오래된 신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선 한국 대중음악의 화려했던 바이닐 시대 혹은 70~80년대를 풍미한 씨티팝(City Pop)을 짚어볼 수 있는 ‘레어 바이닐 콜렉숀’을 전시한다. 뮤직 라이브러리 지하 공연장인 ‘언더스테이지’에선 지난 1월 26일 펼쳐진 ‘파슬스(Parceles)’의 공연을 시작으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 ‘아도이(ADOY)’에 이르기까지, 디스코와 도시 감각이 어우러지는 뉴-레트로 뮤직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선 시대를 풍미한 레트로 감성이 농축된 매거진 <LIFE>와 <PLAYBOY> 전권 콜렉션을 선보인다. ‘쿠킹 라이브러리’에선 ‘추억의 맛 델리 뉴-메뉴’ 및 ‘뉴레트로 셀프쿠킹’이란 이름 아래 다방 커피, 미숫가루, 계란빵 등 추억의 음식을 맛보거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아날로그 감성의 타자기로 내 맘 속의 책 한 줄을 남기는 등, 공간에 입장하는 순간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경험들과 마주하게 된다.
‘쿠킹 라이브러리’의 ‘추억의 맛 델리 뉴-메뉴’ 계란빵과 다방커피 세트(왼쪽),
지난 1월 26일 ‘뮤직 라이브러리’ 지하 공연장 ‘언더스테이지’에서 공연을 마친 ‘파슬스(Parcels)’ 공연 포스터(오른쪽)
한편 디지털 시대를 대변하는 소셜미디어에선 ‘이야기’와 ‘미래’가 담긴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현대카드 전국 LP 자랑’은 나만 알기 아까운 우리 집 LP의 매력을 모두와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잊혀져 가는 부모님 집 LP, 내가 직접 디깅해서 찾고 구매한 추억이 담긴 LP 등, LP 앨범을 사진 또는 영상으로 촬영한 후 자신만의 이야기와 함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업로드하면 된다. ‘우리동네 뉴-레트로 지도’는 책방, 사진관, 극장, 목욕탕, 다방, 바버샵 등 내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레트로한 공간을 추천 받는 이벤트다. 오래된 사물, 오래된 공간이 이야기를 매개로 아주 새롭게 재탄생되는 자리다.
이번 통합 콘텐츠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Culture팀 이수연 과장은 “현대카드가 2019년부터 새롭게 선보이게 될 통합 콘텐츠 캠페인은 현대카드의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나의 총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젝트”라며, “최근 외식·패션·인테리어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뉴레트로를 첫번째 주제로 꼽은 만큼, 다양한 공간에서 그 공간과 어우러지는 뉴레트로 문화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