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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웃음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TV 화면에는 자동차 컴퓨터 게임 경기가 펼쳐졌고, 마이크를 쥔 두 명의 MC들은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열을 올리며 경기를 중계했습니다. 현장을 지켜보는 약 350명의 관객들은 한 손에는 음료를 한 손에는 치킨을 들고 목청껏 응원했습니다. 응원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죠. 마치 월드컵 경기 응원을 방불케 하는 현장. 지난 22일,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본사 사무실에서 있었던 풍경입니다.
“PC를 켜고, 메일을 체크하고, 전화 좀 하고, 점심에는 뭘 할지 고민해. 미루던 일들에, 상사의 짜증에, 하루가 또 지나가네.” 지난 2002년 작곡가 윤일상씨는 <김 대리의 하루>라는 노래를 내놓았습니다. 쳇바퀴처럼 지루하게 돌아가는 직장인들의 삶을 위트있게 표현했는데요. 벌써 16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이 가사가 끌리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직장생활’이라는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힘들다’ ‘지루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4만여 개나 쏟아지는 게 그 증거겠죠.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적어도 같은 회사 직원들만큼은 쳇바퀴를 돌리는 ‘보편적인’ 직장인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참여인원 350여명, 진행기간만 3개월지난 22일 하루 업무가 마무리 되는 오후 5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본사 1관 4층 애자일 오피스 휴게공간에서 특별한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배틀 가든(Battle Garden), 1st war: 카트라이더 대전’의 결승전이 그것인데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두 팀이 최종 우승을 가렸습니다. 이 날을 위해 지난 8월부터 Digital사업본부와 N 본부 소속 총 14개 팀은 약 3개월 간 토너먼트전을 가졌는데요.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자 참가자들은 쉬는 타이밍에 30분씩 짬을 내 서로 간의 실력을 겨뤘다고 합니다.
임직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행사에 참가했던 Digital사업본부 소속 PICO Frontend팀 민덕연 사원은 “현재 서초 사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이원 생중계를 해줘 경기를 볼 수 있었다”며, “덕분에 한껏 웃고 떠들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에 참여했던 GPCC DATA Science팀 이슬이 사원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하지만 다른 팀 동료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며, “함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서로 교류하게 돼 만족스러웠다”고 답했습니다.
’뻔한’ 것 말고 ‘펀(Fun)한’ 기업문화사실, 기업이 직원들을 위해 워크숍, 회식,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일은 그리 새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대회는 색다릅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왜 다소 생뚱맞은 혹은 낯설기까지 한 게임 경기를 개최한 것일까요. 그것도 Digital사업본부와 N본부만을 대상으로 말이죠. 거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하고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영 활동 전반에 디지털 DNA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Digital사업본부와 N본부인데요. 서로 비슷한 사업 과제를 수행하는 이들은 같은 건물 3, 4층에 위치해 있어 얼굴을 마주하거나 업무상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 외에는 서로를 알아갈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거나 ‘보이지 않는 장벽’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에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직원들이 서로 간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보다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도록 돕고자 했던 것입니다. 구성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묻어나게 하는 일종의 펀(Fun)한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말이죠.
행사를 담당했던 Digital HR기획팀 이연재 사원은 “이번 행사는 소통의 기회가 부족했던 양 본부에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시간이었다”며, “게임이라는 친숙한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직장 내 ‘행복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
일부에서는 이 같은 펀(Fun)한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동료 간 교류를 두고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노는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리어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는데요.
각종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공간의 재발견(원제:The Best Place To Work)’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론 프리드먼(Ron Friedman)은 “직원들은 동료들과 유대감을 가질 때 훨씬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똑똑해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도 ‘직장 내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업무 만족도가 50% 올라간다’는 설문결과를 내놓은 바가 있죠
그래서일까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직장 내 행복 바이러스가 번질 수 있도록 펀(Fun)한 스테이션 또한 곳곳에 마련했는데요. 사무실 휴식 공간에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기’를 설치했고, 사내 식당과 건물 로비에는 다트와 농구공을 던지며 놀 수 있는 ‘전자 다트’와 ‘농구 게임기’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동료들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탁구대’와 ‘에어 하키(Air Hockey)’도 설치했죠. 하루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 회사이니,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각종 게임과 오락 시설을 도입한 것이죠.
노벨상 수상자를 자주 배출하는 독일 베를린 공대가 지상 3층에서 1층까지 미끄럼틀로 내려갈 수 있게 건축 설계를 했고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대학 캠퍼스와 같이 사무환경을 만든 이유도, 직원들이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이를 통해 자기 업무에 몰입하게 하려는 목적 때문입니다.
Digital 인재개발팀 임가람 대리는 “직장생활에서 행복을 챙기는 것은 1차적으로 개인의 몫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에겐 ‘펀(Fun)한’ 시간이 필요하다우리는 하루 중 3분의 2 가까이,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정작 그들과 ‘진짜’ 대화를 나눈 것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직장에서 소통의 목적은 대부분 업무와 관계된 것들이니까요.
물론 상사나 후배,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털어놓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힘든 업무를 벗어나, 잠시나마 즐거운 기업문화 프로그램이나 회사 내 각종 여가 시설을 통해 웃음도 나누고 스트레스를 푼다면, 고단하고 지루한 직장 생활을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언제부턴가 대다수 기업들이 ‘엄숙한 분위기’만을 강조하는 요즘, 동료들끼리 농담을 나누면서 즐겁게 일하는 문화가 때로는 필요해 보입니다.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노동요와 흑인영가가 나왔듯이 말이죠. 우리에겐 펀(Fun)한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