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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ettyimagesBank.com)
“3, 2, 1. 발사!”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yundai Capital America)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두 모여 카운트 다운을 했다. 이어 법인장인 로스 윌리엄스(Ross Williams)는 커다란 벨을 흔들었고 모두 박수로 기쁘게 화답했다.
현대캐피탈 본사가 지난 2016년부터 사용해온 차세대 I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표준화해 글로벌 베이스 플랫폼(Global Base Platform)을 개발한 후 현지 상황에 최적화해 현대캐피탈 미국 법인에 구축한 3월 초 어느 날의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은 세계 최고의 금융 강국인 미국에 11개 해외 법인 중 최초로 적용했다. 시스템 적용 첫날부터 평소보다 많은 거래 볼륨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에 현지 IT 담당자 뿐 아니라 현업 직원이 놀라움을 표했다.
차세대 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은 최신 디지털 기능을 접목하고 모바일 환경에서도 구현이 가능한 IT 플랫폼으로, 기업의 영업, 마케팅, 위험 관리 등 업무 전반을 아우른다. 이 때문에 차세대 시스템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각기 다른 기능별, 상품별 모듈, 즉 완결성을 지닌 부속품을 모은 하나의 패키지라 할 수 있는데, 업무나 상황에 따라 모듈을 추가하거나 제외해 패키지를 유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의 디딤돌현대캐피탈이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개발한 것은 최근 들어 특히 가속도가 붙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서다. 지속적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혀 온 현대캐피탈은 현재 11개국에서 합작법인과 자문 법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 진출 국가에서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신규 진출국의 경우 시스 템을 구축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더 커진 것이다. 차세대 시스템을 활용하면 신설 법인은 6-12개월 내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존에 소요되던 2년-3년의 기간을 최대 6분의 1까지 단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조만간 캐나다와 중국에도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초기부터 해외 법인을 고려해 설계됐기 때문에 다중 언어 및 환율이 적용된다. 시스템에 내재된 언어 설정에서 쉽게 변환이 가능하며 현재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중에 선택 가능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첫 글로벌 표준 플랫폼 구축은 현대캐피탈의 기업문화나 인사제도와 같은 소프트웨어 확산에 이어 하드웨어적인 측면 에서도 글로벌 통합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차세대 시스템이 확산되면 비슷한 규제와 업무환경을 지닌 법인들을 시차 및 지역으로 묶어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아메 리카 대륙의 권역 센터 역할을 맡아 캐나다, 브라질 법인 및 신규 법인을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 이미 적용된 차세대 시스템에 현지화 작업을 가미 하면 캐나다에 곧바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며, 캐나다 법인 직원들은 미국 버전을 미리 사용해 봄으로써 캐나다 버전 구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국가에서 경험한 각종 오류나 문제 덕분에 문제 해결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국가마다 동일한 업무 과정과 IT 시스템을 적용하고 권역 거점이 관리하는 제도는 글로벌 금융사에게 필수다. 시티뱅크나 알리안츠와 같은 글로벌 금융 사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캐피탈과 영국, 독일 및 브라질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유럽 내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또한 은행 업계에서 가장 진보된 IT 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산탄데르는 2002년 전세계 사업장에 ‘파르테논(Parthenon)’이라는 글로벌 표준 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파르테논에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과 대출, 신용카드, 보험 관련 고객정보가 입력돼 있어, 간단한 검색 과정만 거치면 개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소매 금융 상품을 열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차판매까지도 가능하다. 또한 다른 은행 인수 후에도 통합 뱅킹 시스템 덕분에 고객 정보 관리와 서비스가 용이하다.
현대캐피탈이 처음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검토할 당시에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글로벌 캡티브 금융사가 전무했다. 그런 이유로 현대캐피탈은 폭스 바겐, 다임러, 토요타, 포드 등의 경쟁사의 강점이나 주요 역량을 분석해 자사에 최적화된 표준 플랫폼을 개발해 냈다.
데이터 활용 개선부터 인건비 절감까지 일석다조차세대 시스템은 업무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금융회사에 있어 데이터는 중요한 기초 자산이다. 현대캐피탈의 내부 조사 결과 기존 경영관리와 영업조직 간 중복되는 데이터 비중이 43%에 이르고 개별 부서에서 관리하는 데이터 중 미사용 데이터 비중이 80%나 되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컸다. 각기 다른 부서마다 고객 정보와 계약 정보, 차량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영업에 많은 제약이 있기도 했다. 차세대 시스템은 데이터 통합 및 정제 작업을 통해 데이터 총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가능하도록 해, 마케팅 기회를 크게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차나 중고차, 소매 금융 등 상품 유형이 변경돼도 패키지 안에서 모듈만 변경하면 자동으로 변동 사항이 적용된다.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신속하게 업무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차세대 시스템은 계약 단계부터 대출 확정, 청구, 만기 관리, 회계 영역 전반에 이르는 과정을 개선해 기존에 인력의 힘을 빌어 처리하던 업무를 시 스템이 처리하도록 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오류를 줄이는 효과를 낳게 된 것이다.
현대캐피탈 본사는 차세대 시스템 글로벌 확산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의 중심부 역할을 하는 글로벌 플랫폼 센터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각 해외 법인에서 발생하는 프로세스 변경이나 기술 지원을 관장하는 것이다. 현재 본사에서는 플랫폼 R&D 조직이 글로벌 협업 도구나 개발 도구 관련 다양한 시도를 통해 플랫폼 기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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