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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31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레전드(legend)’로 불리며, 전세계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다. 그는 지난 2016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11개 부문 후보로 오르며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후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웠다. 또 올해 4월에는 힙합 뮤지션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켄드릭 라마의 자유로운 음악 스타일과 시대정신의 만남이 그를 진정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장르들을 힙합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유명세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도 교류한다. 사회와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가사 또한 켄드릭 라마의 음악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바로 그 켄드릭 라마가 드디어 한국 팬들 앞에 섰다. 30일 저녁, 그의 무대가 마련된 서울 잠심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이 뜨겁게 달아 올랐다. 강렬한 폭염도 그를 기다려 온 팬들을 막아 설 수는 없었다. 그의 앨범명이자 이번 콘서트 투어명인 ‘DAMN.’과 그가 속한 미국의 유명 힙합 레이블 ‘TDE(Top Dawg Entertainment)’ 등이 적힌 티셔츠를 걸치고 공연장에 모여든 관객들은 무더위 속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연신 그의 이름을 외쳐댔다.
‘그 분’의 강렬한 등장‘The Damn Legend of Kung Fu Kenny’ 영상과 함께 켄드릭 라마의 콘서트가 시작됐다. ‘쿵푸 케니(Kung Fu Kenny)’는 앨범 ‘DAMN.’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로 켄드릭 라마의 또 다른 자아를 뜻한다고 알려져 있다. 쿵푸 케니는 ‘DAMN.’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켄드릭 라마 그 자체로, 그의 등장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첫 곡 ‘DNA.’에 이어 ‘ELEMENT.’를 선보인 그는 마침내 공연을 찾아준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한국 팬들을 만나기 위해 “저 먼 캘리포니아에서 왔다(All the way from California)”는 그는 지난 2015년 발매한 앨범 ‘To Pimp A Butterfly’의 3번째 트랙 ‘King Kunta’를 연이어 들려줬다. 그는 제대로 풀린 듯 미친 듯한 랩을 쏟아냈다. ‘킹(KING)’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무대였다.
이어진 곡들은 켄드릭 라마의 다양한 음악 세계와 스타일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Big Shot’에 이어 켄드릭 라마가 피처링 했던 곡들인 ‘goosebumps’와 ‘Collard Greens’이 이어졌다.
‘너 자신을 위해 소리쳐’‘Swimming Pools(Drank)’로 달아오른 분위기는 이른바 ‘아링낑낑’으로 불리는 ‘Backseat Freestyle’로 더욱 뜨거워졌다.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제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런 관객을 향해 공연의 진짜 주인공은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공연 내내 “너 자신을 위해 소리치라(Make some noise for yourself)”고 외쳤다.
뒤이어 U2의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았던 ‘XXX.’와 그의 대표곡 ‘m.A.A.d city’가 이어졌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무대에 설치된 화면도 시뻘겋게 연출됐다. 공연장은 곡 이름처럼 마치 ‘미친 도시’가 돼 버린 듯했고,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호응은 극에 달했다. 켄드릭 라마는 “지금 같은 에너지와 바이브로 계속 이어나가자”며 화답했다.
약속해, 반드시 다시 올게‘Alright’을 부르며 ‘귀에 노래를 때려 박는 듯’한 현란한 랩을 선보인 켄드릭 라마는 “손 머리 위로(Put your hands up)”라 외치며 모두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공연을 즐기도록 독려했다. 콘서트의 예정된 마지막 곡은 ‘HUMBLE.’이었다.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My left stroke just went viral’ ‘Be humble. Sit down’ 소리가 온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켄드릭 라마가 무대 뒤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아쉬움에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 앞에 다시 나타난 그는 한 곡을 더 선물했다. 영화 ‘블랙 팬서’의 OST 타이틀곡인 ‘All The Stars’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휴대전화를 켜 공연장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어둠 속 공연장이 마치 별빛으로 가득 찬 듯 했다.
팬들의 아쉬움을 느꼈던 걸까. 켄드릭 라마는 무대를 떠나기 전 관객들을 향해 힘주어 말했다. “약속해, 반드시 다시 올게(Promise, I Will Be Back).”
글로벌 최정상급 음악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국내 팬들에게 선보이는 현대카드의 콘서트 시리즈. 지난 2007년 팝페라 그룹 ‘일 디보’를 시작으로 ‘스티비원더’ ‘비욘세’ ‘폴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이 슈퍼콘서트를 거쳐갔다. 올해는 지난 7월 30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에 이어 오는 10월 9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3 샘 스미스(SAM SMITH)’가 열린다. 켄드릭 라마에 앞서 샘 스미스의 공연이 결정됐지만, 켄드릭 라마의 방한 일정이 보다 빨라 공연 순서가 이같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