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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 등 최신 테크 트렌드를 망라하는 ‘테크 라이브러리(Tech Library)’. 이번 편에선 어느새 우리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로봇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지 윤준탁 테크 칼럼니스트와 함께 알아봅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이 신기해 자꾸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한 풍경이 아닙니다. 공장과 물류 센터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쉴 새 없이 물건을 나르고, 공항과 쇼핑몰에서는 길을 안내해주는 로봇도 쉽게 만날 수 있죠. 과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상상했던 로봇은 어느새 다양한 모습을 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의 로봇이 등장해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킬까요?
출처 unsplash
‘미지의 존재’였던 로봇, 일상에 스며들다
로봇은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사람을 도와서, 혹은 사람을 대신해 ‘일하는’ 기계라는 뜻이죠. 1920년 체코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에서 이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 희곡에는 육체노동을 대신해 줄 로봇을 만든 과학자들이 등장하는데요. 그 중 한 과학자가 로봇에 감정을 불어넣었고, 점점 노동을 귀찮아하고 싫어하게 된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이고 세계를 정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100년 전 이처럼 상상 속 두려움의 존재였던 로봇은 그동안 기술의 힘으로 그 실체가 구현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아직 사람의 노동력을 완벽히 대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로봇은 세계 곳곳에서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돕는 고마운 존재가 됐죠. 이 때문에 산업이 성장하는 속도도 매우 빨라서,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해 약 1600억 달러(약 221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로봇의 대부분은 산업용 로봇이지만, AI의 발전과 함께 로봇의 활용성이 높아져 일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용 로봇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비스용 로봇의 대표 주자는 지금도 가정에서 널리 활용되는 로봇 청소기입니다. 로봇 청소기는 사람이 청소에 쏟는 시간과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로봇 청소기는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정해진 프로그램 내에서만 움직였지만, 요즘엔 AI가 적용돼 있어 스스로 집안 상황에 맞게 청소하는 로봇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정용 로봇 ‘볼리’.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음성처리 기능을 탑재한 가정용 로봇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선보인 가정용 로봇 ‘볼리’가 그 예입니다. 볼리는 사물인터넷(IoT)으로 가전 제품들을 서로 연결하고, 카메라로 집 안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집안일을 돕고 관리합니다. 가족 구성원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 일상 속 크고 작은 귀찮음과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일종의 ‘로봇 집사’인 셈이죠.
요식업계에서도 최근 로봇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서빙하는 로봇은 물론, 사람을 대신해 커피를 내리고 치킨을 튀기며 피자를 만들죠. 일본에서는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초밥을 만드는 요리사 로봇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오차 없이 재료를 담아 요리하기 때문에 항상 동일한 맛과 품질이 보장되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로봇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는 오래전부터 로봇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몰입감과 현장감을 주는 데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에서 각종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어트랙션들은 대부분 로봇을 활용합니다. 스턴트 로봇이 스파이더맨으로 분장해 고공 점프를 하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출연한 나무 캐릭터 ‘그루트’가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춤을 추기도 하죠.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공식 홈페이지
자유자재로 관절 꺾고 뒤집고…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의 진화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봇은 ‘휴머노이드(Humanoid)’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Human)의 형태를 한(-oid) 것’을 의미하는, 말 그대로 사람의 신체 형태를 닮은 인간형 로봇을 뜻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표적인 예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의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최근 공개한 ‘올 뉴 아틀라스’입니다. 사람처럼 머리, 몸통, 팔, 다리가 달려 있고 두 발로 걷도록 고안된 로봇이죠. 로봇이 다리를 굽혀 가볍게 일어나 몸통을 360도로 회전하며 힘차게 걷는 모습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습니다.
올 뉴 아틀라스는 사람에 한층 가까운 외형뿐 아니라 사람 이상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지금까지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중 최고 수준의 기술로 인정받습니다. 관절을 앞뒤 구분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사람을 능가할 만큼 유연한 동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압력을 가한 기름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유압’ 방식 대신 전기를 사용해 로봇의 덩치와 무게, 소음을 줄이고 민첩성도 높여 움직임도 무척 가볍죠.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현대차그룹은 올 뉴 아틀라스를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해 능력을 시험해볼 계획입니다. 이 로봇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정교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스팟’과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 역시 이미 자동차 공장과 건설 현장 등에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들은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수많은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로봇 업체인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최근 ‘디지트’라는 이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국 최대의 유통 기업인 아마존의 물류창고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처럼 다리가 두 개 달린 2족 보행 로봇인 디지트는 최대 18kg에 달하는 무거운 물건을 사람 대신 운반하고, 라이더와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어 장애물을 자유자재로 회피합니다.
기존 로봇이 프로그램에 입력된 한정된 범위의 반복된 일을 주로 맡았다면, 최근엔 등장하는 로봇은 이처럼 주변 환경과 일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활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고, 센서 기술이 발전해 동작도 더욱 정교해진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지 않아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탁 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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