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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에서 방영 중인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밥 한 끼를 차려 먹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달걀말이 한 접시를 먹으려면 닭장에 가서 달걀을 꺼낸 후 밭에서 파, 양파, 당근을 캐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선 콩을 볶고, 갈아, 물에 내려야 한다. 자연에서 난 재료에 인위적인 첨가물이나 가공 방식을 더하지 않고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선, 기꺼이 긴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삼시세끼’ 출연자들도 자연이 아닌 곳에서 식재료를 구할 때가 있다. 바로 감자를 수확하거나 배추를 심고 받은 돈으로 읍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다. 그리고 그들이 처음으로 마트에 가던 날, 가장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 담은 재료는 햄과 소시지였다. 바비큐로 먹고, 김치볶음밥에 넣어 먹고, 카레에 곁들여 먹는 햄과 소시지는 요리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슴슴한 자연의 맛에 자극적인 인공의 맛을 더한다. 통조림햄과 줄줄이 소시지는 비단 예능 프로그램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밥상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이다.
자연이 만들고 시간이 완성한 샤퀴테리그런데 최근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햄과 소시지가 새로운 미식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바로 ‘샤퀴테리(Charcuterie)’다. 샤퀴테리는 원래 돼지고기와 부속물, 내장 등을 이용해 만든 육가공품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지금은 돼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육류, 가금류, 넓게는 해산물의 살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가공해 만든 음식을 통칭한다. 햄, 소시지, 베이컨, 육포 등의 육가공품은 이미 친근한 음식이지만, 기존의 육가공품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의 성격이 강한데 비해 샤퀴테리는 유럽의 전통 방식을 따라 만든 수제 육가공품을 일컫는다. 특히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 허브, 향신료 등 오직 자연에서 난 재료로만 만드는 것이 샤퀴테리와 인스턴트 육가공품을 구분하는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샤퀴테리의 정의, 가공 방식 및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전시 전경
무엇보다 샤퀴테리는 소금에 절이고, 연기에 그을리고, 바람에 말려 건조하는 긴 과정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샤퀴테리 중 하나인 ‘하몽’은 뒷다리를 소금으로 염지하는 데 2개월, 이후 건조 숙성하는 데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슈토’ 또한 2개월 이상 소금으로 염지한 후 9개월 이상 건조 숙성하고, 마지막으로 2시간 이상 훈연 및 가열한 후에야 완성된다.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때조차 반조리식품이나 밀키트와 같은 이른바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활용해 시간을 아끼는 데 집중하는 시대에, 이렇듯 시간을 오래 들인 자연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한편으로는 역설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샤퀴테리는 없다샤퀴테리는 가공 방식에 따라 고기를 덩어리 째로 염장, 양념한 뒤 말리거나 훈연한 ‘햄’과 고기를 갈아 양념한 뒤 케이싱(casing·소를 채워 넣는 데 쓰는 얇은 막으로 된 식재료)에 채워 건조시키거나 가열·훈연한 ‘소시지’로 나뉜다. 이를 기본으로 육류 섭취가 많은 유럽에서는 각 지형적, 기후적 특성을 담아 다양한 샤퀴테리를 발전시켜 왔다. 햄 가운데에는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염지하고 숙성시켜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스페인의 하몽 외에도 하몽과 비교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본래 거위 가슴살로 만들었으나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소고기 양지 부위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얻은 루마니아의 ‘파스트라미’ 등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소시지 중에서는 약 250년 전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 처음 생산된 이탈리아의 ‘살라미’를 비롯해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파프리카, 마늘 등을 넣고 건조 숙성시킨 스페인의 ‘초리조’, 각 지역마다 크기, 식감, 향신료 등이 달라 그 종류만도 50가지가 넘는 독일 ‘부어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는 하몽, 프로슈토, 살라미, 부어스트 등 다양한 샤퀴테리의 유래와 특성 등을 담은 일러스트 엽서를 전시 중이다. 방문자는 원하는 엽서를 가져갈 수 있다.
샤퀴테리의 다양성은 비단 그 종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같은 하몽이라도 누가, 어떤 돼지고기로,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후 속에, 얼마 동안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맛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 집에서 담근 김치와 옆 집의 김치 맛이 같을 수 없듯, 하늘 아래 똑 같은 맛을 지닌 샤퀴테리는 없는 셈이다. 국내에도 프랑스 국가 공인 샤퀴티에(Charcutier·육가공품 전문가) 자격증을 딴 대표가 유럽 정통의 맛을 재현하고자 하는 ‘메종 조(Maison Jo)’, 이와 달리 제주 흑돼지, 김치 유산균 등의 재료로 한국적인 샤퀴테리를 선보이는 ‘써스데이 스터핑(Thursday Stuffing)’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샤퀴테리 전문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 샤퀴테리의 이야기를 먹다(왼쪽부터) 실제 샤퀴테리 샘플 및 허브와 향신료 등을 전시 중인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2층 도서 열람실, 최고급 하몽인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존,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1층 델리의 스페셜 메뉴인 ‘잠봉 샌드위치’와 ‘파스트라미 번앤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가 지난 9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Food Theme 6. 사퀴테리’는 단순히 샤퀴테리의 맛을 넘어, 이렇듯 샤퀴테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의미를 통해 맛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리다. 먼저 1층 입구와 2층 도서 열람실에는 샤퀴테리의 정의와 종류뿐 아니라, 대표적인 샤퀴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제 샤퀴테리 제품 및 일러스트, 다이어그램, 엽서 등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진행된다. 또한 1층 델리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샤퀴테리 맛집인 ‘망원동 소금집’과 협업해, 돼지 다리 살을 얇게 저며 부드러운 맛이 뛰어난 ‘잠봉’과 바게트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는 ‘잠봉 샌드위치’와 소의 가슴살로 만든 파스트라미를 듬뿍 넣은 번앤롤 등 샤퀴테리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스페셜 메뉴가 준비된다. 특히 하몽 가운데에서도 최고급으로 불리는 ‘하몽 이베리코 베요타(자연 방목해 도토리와 허브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를 48개월간 건조 숙성시킨 스페인 최고급 하몽)’를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존은 샤퀴테리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10월부터는 샤퀴테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마련된다. 이달 10일부터 시작되는 ‘D.I.Y 이탈리안 소시지 클래스’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육가공 전문매장 ‘존쿡 델리미트’에서 육제품 연구 및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스터와 함께, 신선한 돼지고기에 다양한 향신료 및 자신이 넣고 싶은 부재료를 추가해 직접 소시지를 만들어볼 수 있다. 또한 등급별 하몽과 다양한 건조육을 하나씩 시식하며 그 특징과 유래를 살펴보고, 직접 하몽을 커팅해 어울리는 레드 와인과 함께 시식해볼 수 있는 ‘샤퀴테리 클래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쿠킹 라이브러리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Culture팀 장수연 대리는 “쿠킹 라이브러리는 쌀, 소금, 꿀, 간장 등 우리 식문화에 유의미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푸드 테마’를 선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섯번째 푸드 테마 샤퀴테리를 통해 비단 샤퀴테리의 맛뿐만 아니라, 샤퀴테리에 담겨 있는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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