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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붐(La Boum)’에서 ‘마티유(알렉산드르 스털링)’가 ‘빅(소피 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워줬을 때,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수지)’이 ‘승민(이제훈)’에게 이어폰을 건네는 순간, 우리는 마치 자신이 빅 혹은 승민이 된 것처럼 설레었다.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리얼리티(Reality)’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매일의 비슷한 일상을 어떻게 한 순간에 다른 세계로 가져다 놓을지, 음악이 지닌 힘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대로 현대카드는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인 슈퍼콘서트 이래로, 꼬박 10년 넘게 마티유 혹은 서연이 되기를 자처해왔다. 컬처프로젝트, 뮤직 라이브러리,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 언더스테이지 등으로 이어진 발자취에는 음악을 매개로 고객의 일상에 특별한 영감을 건네고자 했던 현대카드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14일엔, 전세계 금융권 최초로 ‘애플뮤직(AppleMusic)’의 큐레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8월 국내에 론칭한 애플뮤직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구독자 5,000만 명을 넘어선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사용자의 청취 이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취향을 추천하는 데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기업, 어워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큐레이터가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인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하고 있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뮤직 어워드인 ‘그래미 어워드(Recording Academy/GRAMMYs)’, 세계 3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로 불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약 80년의 역사를 지닌 재즈 레이블 ‘블루 노트 레코드(Blue Note Records)’ 등의 음악 전문 브랜드뿐만 아니라 나이키, 샤넬,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 등 패션을 넘어 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들이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음악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금융회사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것은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사례다. 하지만 금융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또 하나의 헤리티지로 지니고 있는 현대카드의 행보를 눈여겨봤다면, 애플뮤직 큐레이터로서 내딛는 걸음 또한 낯설지 않다. 다만 궁금해진다. 음악을 향한 현대카드의 길고 긴 여정에서, 애플뮤직 큐레이터로서의 현대카드의 행보는 과거와 어떤 지점에서 다르고 또한 같을까.
일상의 모든 순간 그리고 공간으로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다양성이 살아 있는 뮤지션 중심의 음악 플랫폼에의 도전을 보여준 ‘현대카드 MUSIC’을 제외하고는, 현대카드의 음악과 관련된 일련의 프로젝트는 모두 오프라인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왼쪽),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오른쪽)
실제 지난 2007년 팝페라 그룹 ‘일 디보’의 공연을 시작으로 스티비 원더, 비욘세 등의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거쳐간 슈퍼콘서트는 순간의 반짝이는 경험에 집중한다. 폴 매카트니가 첫 번째 내한공연을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한 후 꼬박 1년이 지나 결국 무대에 섰을 때, 콜드플레이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무대 위에서 10초간 침묵의 시간을 가졌던 순간, 관객들은 일생에 단 한번뿐일지 모를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2015년 개관한 뮤직 라이브러리와 언더스테이지는 순간보다는 공간이 음악으로의 몰입을 이끈다. 뮤직 라이브러리가 1만 여 장의 바이닐과 3,300여 권의 책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음악 경험을 확장한다면, 언더스테이지는 연중 계속되는 공연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음악적 발견을 가능케 한다. 현대카드가 마련한 공간에 입장하는 순간, 음악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셈이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왼쪽), 언더스테이지(오른쪽)
반면 애플뮤직의 큐레이터가 된 현대카드의 플레이리스트는 한정된 순간과 공간이 아닌, 일상의 모든 순간과 공간으로 파고든다. 공연장을 찾아가거나 라이브러리에 입장하지 않아도, 오직 스마트폰만 있으면 음악적 영감을 나눌 수 있다. 애플뮤직 큐레이터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Culture팀 홍윤우 대리는 “고객들은 슈퍼콘서트, 뮤직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현대카드가 제시한 음악적 자극에 관심이 높다”며 “그 동안에는 오프라인 현장에 초점을 맞췄으나, 애플뮤직 큐레이터 서비스를 시작으로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음악적 교감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음악적 경험을 발견하게 하는 큐레이션애플뮤직 내 현대카드 플레이리스트 커버 이미지
뮤직 라이브러리 개관을 앞두고, 현대카드와 글로벌 큐레이터들은 약 2년여 간 11개국의 개인 컬렉터와 레코드숍을 찾아 다니며 바이닐과 책을 엄선했다. 이 때 중요한 기준은 단순히 규모로 압도하는 콜렉션이 아니라, 뮤직 라이브러리에 존재할 이유가 분명한 콜렉션이었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대중음악 세부 장르들의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장르 X 시대’ 서가, 국내에서 실물로 만나기 어려웠던 음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레어 컬렉션(Rare Collection)’ 등은 그야말로 현대카드 ‘큐레이션’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언더스테이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개관 이래 유희열, 윤종신, 장기하, DJ Soulscape 등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지닌 큐레이터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 결과 언더스테이지는 오직 현대카드만의 관점을 고집하는 공연장이 아닌, 수많은 취향이 공존하는 문화 집결지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이렇듯 현대카드의 음악적 행보에서 큐레이션은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다만 이 때 말하는 큐레이션은 단순히 ‘당신의 취향에 맞는 추천’을 뜻하지 않는다. 음악이 풍요를 넘어 범람하는 시대, 진짜 들을 만한 음악을 엄선해 제시함으로써 고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음악적 취향을 발견하고 경험의 경계를 확장하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아날로그의 영역에서 디지털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가운데에서도, 현대카드만의 큐레이션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현대카드 플레이리스트는 슈퍼콘서트와 컬처프로젝트의 공연 셋리스트를 기본으로 언더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추천 음악,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바이닐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와 장르별 명곡, 현대카드의 음악적 역량과 취향이 녹아든 테마 음악을 중심으로 매주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플레이리스트를 ‘내 보관함에 저장’할 때마다 현대카드가 제안하는 ‘영감을 깨우고 자극하는 음악(Inspiring), 일상에 생동감을 더하는 음악(Vitalizing), 대중음악사에 전환점을 제시한 선구적인 음악(Pivotal),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음악(Timeless)’을 새롭게 발견하고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