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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커머셜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상용차 캡티브 금융사’라는 태생적 특성만으로는 이와 같은 우수한 평가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현대커머셜은 현대차 기아의 국내 상용차 판매의 약 40%를 취급하는 캡티브 금융사로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피치가 주목한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피치는 “현대커머셜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자산건전성은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도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수익성을 높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커머셜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캡티브 기반의 안정적인 산업금융과 수익성을 이끄는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각 자산의 자금 만기와 산업 포트폴리오가 분산되어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를 전략적으로 상호 보완하는 것은 물론 위기 시에는 산업금융이 안정적으로 자금 공급 역할을 하는 등 손익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대커머셜의 전략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적인 산업금융에 수익성 갖춘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의 균형이 꾸준한 성장의 비결
지난해 기준 현대커머셜의 영업자산별 비중은 산업금융이 49%,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이 각각 43%, 8%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영업 자산의 70%를 넘을 정도로 산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현대커머셜의 사업 포트포리오 구성은 언제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을까.
지난 2018년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아 상용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캐피탈사들이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현대커머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현대커머셜은 경기 유동성 리스크 대응을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고, 기존 산업금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현대커머셜이 선택한 전략은 ‘기업금융 확대와 투자금융 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 및 신성장 사업 육성’이었다. 현대커머셜은 상용차 할부금융 외 기업 활동에 필요한 운영자금과 기계 및 설비자금 대출, 부동산 금융, NPL 금융(부실채권 Non Performing Loan), 구조화 금융 등 다양한 기업금융 상품을 취급해 왔다.
우선 현대커머셜은 캡티브 금융사의 강점을 살려 현대차그룹의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했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과 함께 2011년부터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며 270여개 협력사에 2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을 지원했고, 2020년에는 캠코와 협업해 조성한 대출형 기업지원펀드로 33개 협력사에 5400억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현대커머셜은 ‘기업금융의 안정적 성장’과 ‘상생경영 실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출처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
2019년에는 투자금융 시장에도 진출했다. 투자금융실을 신설해 조직을 키우고, 철저한 시장 분석과 차별화 된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커머셜은 수익성은 높으나 변동성이 큰 운용사보다는 위기 시에도 손실 최소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이 검증된 글로벌 운용사들을 선별해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했다. 현대커머셜은 이러한 투자 전략을 통해 해외 투자에 대한 안정성은 확보하면서 수익성도 높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해외투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여신전문금융사는 현대커머셜이 유일하다.
이와 함께 현대커머셜은 부동산과 부실채권(NPL) 간접투자 등 대체투자를 늘리고, 사모대출펀드(PDF)와 구조조정 사모펀드(PEF) 등 투자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과 함께 기업금융 자산이 늘어났지만, 현대커머셜이 취급하는 부동산PF는 신용도가 우량한 시공사가 취급하는 프로젝트의 선순위에 참여하고 있어 위험 수준이 낮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부실채권에 대해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자체 벨류에이션 모델을 구축해 활용함으로써 부실 발생이 전무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현대커머셜은 2018년 2조원 미만이었던 기업금융을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원까지 규모를 키웠고, 2019년에 진출한 투자금융은 6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5년만에 포트폴리오 재편에 성공했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밸런스드 그로스(Balanced Growth)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에 걸맞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4년간 현대커머셜 연체율 추이 그래프. 출처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
자체 신용평가모형 개발 등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높게 평가
이와 같은 사업 전략의 중심에는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대커머셜의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커머셜의 연체율은 0.70%(1개월 이상)를 기록했다. 이는 총 자산 10조원이 넘는 주요 캐피탈사(현대캐피탈 하나 KB 신한 우리금융 현대커머셜)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현대커머셜은 산업금융이라는 특수한 사업 영역으로 다른 캐피탈사와 비교해 리스크 관리가 힘든 구조다. 산업재 시장은 경기 흐름과 정부 정책에 따라 업계 종사자들의 소득 변동성이 크고, 유가 및 물동량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산업금융 고객인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은 현재 CB사가 제공하는 평가모형으로 정확한 현금흐름과 상환능력을 예측하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현대커머셜은 일찍부터 리스크 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대출상환능력은 물론, 상품별 특화 모형까지 총 12개의 평가모형을 개발해 정교한 심사가 가능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채권추심 방식을 머신러닝(AI)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를 활용한 채권회수모형을 도입했다. 현대커머셜은 연체율 악화 시그널을 예측해 채권을 배분하는 시스템도 개발하는 등 지속적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범현대그룹(HD현대)과 동해기계항공 등 캡티브 채널 확장
현대커머셜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현대차와 기아에 이어 캡티브 채널을 더욱 확대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이 산업재 시장을 이끄는 국내 대표 기업들과 손잡고 대형 트럭 버스를 넘어 굴착기, 지게차, 특장차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PLCC 전략처럼, 현대커머셜도 캡티브 채널을 넓혀가며 산업재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2022년 12월 HD현대건설기계와 손잡고, 이어 지난해 3월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판매금융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커머셜은 범현대계열인 HD현대그룹 건설기계의 30%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최초로 특장 업체 동해기계항공과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사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캡티브 채널 확장을 통해 향후 파트너사들의 판매를 돕고 더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끌어 낼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커머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상용차 캡티브 금융사 시너지에 현대커머셜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자산 건전성을 신용평가사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다”라며 “Balanced Growth(균형잡힌 성장) 전략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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