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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은 기성세대가 질문하고 Z세대가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Q&Z’. 이번 편에서는 Z세대를 도파민 중독에 빠트리는 것이 무엇인지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와 알아봅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는 가공된 사례로 구성했습니다.
*본 글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뉴스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Z세대 열광하는 도파민, 너 정체가 뭐야?
얼마 전 회사 점심시간에 연예계 가십을 주제로 수다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소식에 어두워 뒤늦게나마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던 중에 ‘도파민’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들려와 물어봤습니다. 알고 보니 요즘 Z세대 사이에서는 “도파민에 절여졌다” “도파민 터진다”는 것이 신조어를 넘어서 일종의 감정표현처럼 쓰이고 있더군요. 스스로 ‘도파민에 중독됐다’고 말하는 신입사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말하는 직원일수록 스마트폰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업무 중에 딴짓을 하는 건 아니라 딱히 지적할 일이 없습니다만, ‘꼰대’인 제 눈에는 은근히 눈에 거슬립니다. 그래서 이해하고 싶어 물어봅니다. 요즘 Z세대가 말하는 도파인은 무엇이고, 이들은 왜 도파민에 중독이 되었을까요?
‘행복 호르몬’ 도파민 느끼려 쉴틈 없이 ‘새로고침’
Z세대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지만 그 중 점점 더 두드러지는 특징을 꼽자면 ‘중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지만 도파민은 필연적으로 중독과 연결되는 물질이기는 합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면 사람은 쾌락, 성취감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두뇌활동이 증가하고 학습속도나 작업속도가 빨라지며 대상에 대한 의욕과 흥미가 생기지요. 주로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즐거움을 느낄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중독’이란 끊임 없이 특정 물질을 접하거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뇌는 자극을 계속해 받으면 반응을 줄이게 됩니다.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자극의 강도를 높이거나 횟수를 늘려야지 똑같은 도파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중독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은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사회 현상을 표현하기엔 적절하게 만들어진 단어인 것 같습니다. 도파민이 떨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같은 도파민 분비를 추구하는 모습을 가리킨다는 점에서요.
Z세대의 일상을 가만히 살펴 보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쇼츠나 틱톡은 기본입니다. 마라탕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으로 이어지는 달고 맵고 자극적인 유행 음식은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걱정스러울 법도 합니다. 끊임 없이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새로고침’하려면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도 Z세대를 자극할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Z세대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슈에 빠져듭니다. 이 콘텐츠에서 저 콘텐츠로, 이 유행에서 저 유행으로 Z세대는 쉴틈없이 발길을 옮깁니다.
Z세대를 도파민 중독에 빠트리는 것은 또 있습니다. 한정판이나 팝업스토어도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열리는 페스티벌, 어렵게 성사된 내한공연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줄을 서 기다리고 어렵게 티켓을 구하는 일에는 인내심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다림 끝에 얻게될 것에 대한 기대감도 필요하죠.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경험 같은 것들은 성취감과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도파민을 통해 겪은 경험은 강렬하게 남습니다. 한정판이라면, 팝업스토어라면, 페스티벌이라면 기꺼이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Z세대의 도파민 중독은 갖가지 ‘힙한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줄을 서 맛집을 찾는 경험, 새로운 즐길거리, 열광할 만한 콘텐츠, 가만히 보면 모두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것들입니다. Z세대는 힙한 것에서 도파민을 얻습니다. 성취감, 만족감, 쾌감 같은 감정을 이끌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몰입’과 ‘성취감’이 취미부자 일잘러 만들어
이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도파민 중독 현상, 즉 ‘힙한 것’들을 자극적인 것만을 좇는 행태로 간주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꺼풀 더 벗겨보면 Z세대가 ‘도파민 중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보입니다.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으려고 합니다.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려고 합니다.
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Z세대도 많습니다. 도파민 중독을 적성에 맞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28살 A씨는 취미생활을 통해 도파민을 얻는 사람입니다. 한때 수영에 빠졌다가 등산, 백패킹에 이어 러닝까지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겨 왔는데 그때마다 열정적으로 임합니다. 등산에 빠져 있을 때는 거의 매주 등산을 하면서 유명한 산이란 산은 다 올라가 봤지요.
이제 갓 직장에 취업한 30살 B씨는 지난해까지 2년 여간 이곳 저곳 세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에 필요한 자금은 그때그때 마련했습니다. 먹고살 문제를 해결해 돈을 모으고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자체가 B씨에게는 커다란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것도 이 여행에 앞설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여행에 ‘중독’돼 있었다고 합니다.
4년차 직장인인 29살 C씨는 종종 직장상사들로부터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회사 일에 진심을 다해 임하는 것 때문이지요. 그런데 C씨는 자신이야말로 Z세대의 전형이라고 주장합니다. “Z세대가 놀기만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오해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이돌 ‘덕질’(팬활동)을 하는 것이나 일을 하는 것이나 본질은 푹 빠져서 일한다는 것”이라는 게 C씨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일에 몰두하는 Z세대를 살펴보면 일을 취미활동처럼 합니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성실함보다 어려운 과제를 돌파하는 성취감에 빠진 Z세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업계에서 이름난 성과를 올리는 전문직 D씨는 Z세대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일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Z세대 사원들을 잘 다루기만 한다면 그 어느 팀보다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D씨의 주장입니다. D씨는 팀원을 뽑을 때 몰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주로 살펴본다고 합니다. D씨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신조어를 듣더니 곧바로 인용했습니다. “도파민에 중독돼 있는 것 같은 Z세대를 뽑아 일에 몰두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Z세대는 잠재력을 가진 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파민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자극적인 것만 찾아다닌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 쾌감을 느끼기 좋아한다는 말로 바꾸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 하나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성취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성세대와 Z세대의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서윤 하위문화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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