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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주의] 심리적 위로가 필요한 MZ세대는 ‘갓생’을 산다


일상이 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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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제대로 읽어보고자 ‘MZ주의’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MZ주의 두 번째 이야기는 ‘갓생’ 입니다. 갓(god)과 과 인생(life)을 합친,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산다는 의미의 갓생은 자기관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MZ세대가 직면하는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자 심리적 실천 방식인 갓생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는 점에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가 MZ세대의 삶의 방식인 갓생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삶을 뜻하는 ‘갓생’이라는 말이 MZ세대 사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여름 즈음이다. 신을 뜻하는 영어단어 갓(God)은 보통 신조어 앞에 붙여 최고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접두사로 쓰인다. 이를 테면 갓생은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된다. 출근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운동을 하고 출근해 열심히 일을 하다가 퇴근하면서는 영어 학원에 들르는 모습은 갓생을 사는 삶이다. 낯선 모습은 아니다. 갓생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는 이전에도 있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중 ‘트렌드 코리아 2020’의 목차를 보면 ‘업글인간’이라는 신조어가 나온다. 업그레이드(upgrade)를 줄여 부르는 ‘업글’에 인간을 붙여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라는 설명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꾸준히 운동하며 영어 공부를 하는 업글인간의 모습은 ‘갓생산다’는 표현에 꼭 맞는 것이다.

(출처=shutterstock)

업글인간보다 더 전에 있었던 단어는 ‘자기관리’다. 2010년대부터 청년세대에 강조되기 시작한 자기관리는 단순히 자신을 계발한다는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자기관리는 일종의 의무처럼 여겨지는데, 좋지 않은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식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관리라는 단어가 꼭 긍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것만은 아니다. 자기관리라는 단어는 취업난이나 경제적 곤란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처럼 한정 짓는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자기관리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에 수반되는 비일상적인 노력, 마른 몸만을 아름답게 여기는 고정관념 같은 것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신 이런 인식에 ‘적응’하는 일은 조금 더 쉽다. 자기관리는 적응이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강요에 저항하는 대신 적응하는 방법으로 자기관리는 강조된다.

갓생의 겉모습만 봐서는 갓생은 또 다른 자기관리처럼 보인다. 어떤 MZ세대가 ‘갓생 산다’고 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잘 짜여진 일과를 수행하는 것 등을 보면 갓생 사는 일은 마치 자기관리하는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갓생은 자기관리와 꼭 같지 않다. 자기관리가 ‘스펙 쌓기’와 관련이 있다면 갓생은 ‘자기 만족’에 추가 기울어진 것이다. 자기관리는 특정한 목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취업을 위해 자기관리를 해야 하고 날씬한 몸을 위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관리는 수단이다.

갓생은 그 자체로 목적에 가깝다.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하면서 결국에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갓생 살았다’는 평가에는 하루하루의 행동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음 먹은대로 공부하고, 운동하고, 부지런히 움직인 것 자체를 칭찬하는 말이 갓생이다.

소확행은 갓생의 친구

그런데 갓생이라는 단어의 쓰임새를 살펴 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갓생 살았다’고 만족해하는 표현보다 ‘갓생 살겠다’는 다짐이 더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갓생은 사실 평가나 다짐의 영역에 가까운 단어다. MZ세대는 갓생 살았다는 평가보다 갓생 살겠다는 다짐의 표현을 더 많이 한다.

다짐의 단어로써 갓생은 벗어나고자 하는 다짐을 매일매일 되새기게 한다. 중요한 질문은 MZ세대는 무엇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인지에 있다. MZ세대가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무기력이다. 갓생 살겠다는 다짐은 ‘무기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단 MZ세대의 무기력은 게으름과 다르다. 이 무기력은 탈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탈진은 번아웃(burnout)의 증상이다. 미국 유력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수석 작가 앤 헬렌 피터슨(Anne Helen Petersen)은 책 ‘요즘 애들’에서 번아웃에 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번아웃은 끊임 없이 몰아붙이는 불안과 강박 때문에 생기는 탈진 현상으로 영원히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채찍질이 수반되어야 번아웃이 온다.

앤 헬렌 피터슨은 번아웃이 미국의 밀레니얼, 즉 한국으로 따지면 MZ세대의 세대적 특징이라고도 설명한다. MZ세대 이전 세대의 신경쇠약은 닳아 지친 것이었다. MZ세대의 번아웃은 수없이 많은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오는 공황 상태 같은 것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쉴 틈은 없다. 단순히 공부나 업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자신을 가꾸고 관계를 유지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은 끊임 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무언가 하나 안정되는 것이 없다. 노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요원하다.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불안에 빠질 만한 일은 많다. 자연히 지칠 수밖에 없다.

(출처=shutterstock)

MZ세대를 이해하려면 MZ세대가 어느 정도 탈진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번아웃 증후군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는 꽤 많은데, 상당수의 설문조사에서 번아웃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소셜미디어 블라인드에서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번아웃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많은 MZ세대는 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의 방향이 꼭 필사적인 것은 아니다. ‘소확행’을 필두로 한 일상적 행복 찾기 역시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은 2018년 널리 쓰이기 시작한 뒤로 이제 하나의 기본적인 생활 태도로 자리 잡았다. 야망에 가득 차 모든 일에 열정적인 MZ세대는 잘 없다. 일과 사생활의 균형, 즉 ‘워라밸’을 맞춰 가며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행복감을 찾는 MZ세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Z세대를 둘러싼 트렌드는 그런 태도에서 많이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다시 말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모습이 한 예다. 또는 거창한 사회 참여 활동보다는 개인적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가치를 지키는 소비를 하는 트렌드인 ‘미닝아웃(Meaning Out)’을 들 수 있다. 의지를 드러낸다는 뜻의 미닝아웃은,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인 만족감을 챙기고 점진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의 측면에서 확실히 소확행의 자세다.

갓생 역시 소확행의 자세에서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MZ세대는 무기력한 번아웃의 상태를 혁명적으로 확실하게 깨트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작지만 확실한 한 가지를 해내면서 무기력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려고 한다.

그래서 갓생은 큰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아침 7시에 기상하는 것,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다녀오거나 영어 단어 10개를 외우는 것만으로도 갓생은 충족될 수 있다. 그것이 10kg의 몸무게 감량이나 토익 900점 같은 목표에 이르지 않아도 좋다. 단지 하루하루 정해진 바를 해내는 것만으로도 갓생을 살았다고 만족해할 수 있다. 갓생이 자기관리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갓생의 완성은 심리적 위로

갓생에서 중요한 단어는 ‘루틴’이다. 루틴은 규칙적인 일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갓생의 루틴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루틴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스마트폰 앱의 예시를 보면 갓생은 눈 뜨자마자 물 한 잔, 아침에 사과 한 개, 유산균 챙겨 먹기 같은 것을 챙기는 것이다. 이런 루틴을 통해 MZ세대는 생활이 통제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삶에서 비롯되던 불안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얻는다. 불안이 해소되면 탈진을 이겨낼 수도 있을 것이다. 루틴은 번아웃을 해소하는 희망적인 소확행이다. MZ세대가 갓생을 희구하는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루틴에 대한 관심을 더 크게 불러 일으켰다. 예를 들어 동기부여 전문가 할 엘로드(Hal Elrod)의 책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에서 시작한 아침 루틴 지키기 유행은 2020년 이후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졌다. 재택근무와 비대면수업이 일상화된 팬데믹 상황에서는 쉽게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이미 번아웃 증세를 보이고 있었던 MZ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MZ세대는 무기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큰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운동 하기, 하루에 한 번 15분씩 외국어 공부를 하기 같이 소소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팬데믹이 주는 위기감과 불안감에 잠식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출처=shutterstock)

말하자면 갓생을 살겠다고 다짐한다는 것은 번아웃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하는 것, 나아가 번아웃을 일으키는 심리적 불안과 초조∙강박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MZ세대의 갓생은 단순히 행동의 차원에서만 읽을 수 없다. 갓생은 심리적인 실천에 가깝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약 처방을 받거나 심리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라, MZ세대는 개인적으로 무기력감을 이겨내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심리적 지원에 대한 MZ세대의 요구가 늘어나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2021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10명 중 7명이 ‘정신 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면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싶다는 사람도 10명 중 4명이 넘었고, 온·오프라인 심리검사에 대한 욕구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를 비추어 보자면 갓생은 앞으로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신경 쓰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행동 차원에서의 갓생이 얘기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심리적 갓생을 살려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일 스트레스를 풀 만한 일을 하나씩 하기, 행복한 일을 떠올리기 같은 루틴에서부터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만나 상담받기 같은 루틴도 생겨날 수 있다. 즉 갓생은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한 차원 더 발전해 나갈 MZ세대의 삶의 방식이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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