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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선선하게 불고 하늘은 높다. 마음 한 가운데가 텅 빈 듯 허전하다. 가을이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맥주 한잔이 지난 여름 밤의 기쁨이었다면, 가을엔 한 잔의 와인이 당신의 위로일 것이다.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그렇다는 것이 오래 전 와인 좀 마셔본 이들의 말이다. 미국의 정치인이자 저술가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와인은 긴장을 줄이고 마음을 넓게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은 더 여유로워진다”고 했고,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와인은 그 어떤 음료보다 건강에 좋고 위생적”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천문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좋은 와인을 발견해 마시는 것이,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 보다 인류에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와인은 어렵다. 와인이 대중화 됐다고는 하나, 와인 코너 앞에 선 우리는 여전히 방황한다. 고가의 와인을 고르자니 주머니 사정이 뻔하고, 저렴한 와인은 왜인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저렴하다고 해서 꼭 품질이 낮은 와인은 아니다. 지난 8월 이마트에서는 4900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칠레 와인 ‘도스코파스(Dos Copas) 카베르네쇼비뇽’과 스페인산 와인 ‘도스코파스 레드블랜드’를 판매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후 70일만에 판매량이 70만병을 돌파했다. 맛도 꽤 좋아서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한 박스를 구매했다”는 후기들이 소셜미디어에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도스코파스처럼 어마어마하게 값싼 와인은 아니지만 1~2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품질을 가진 와인은 생각보다 꽤 많다. 문제는 우리가 그 와인들을 모른다는 것. 그래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가격 경쟁력으로는 국내에서 이길 데가 없는 코스트코를 다녀왔다. 코스트코의 와인 유통량은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와인수입사로부터 타 유통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안 받는데다, 직접 와이너리와 계약해 와인을 수입하거나 심지어는 제조해, 유통에서 붙는 가격 거품을 제거한 와인을 판매한다. 현대카드와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코스트코를 찾은 이유 중 하나다.
이번에 와인을 선정한 방법은 이렇다. 코스트코 양평점 주류 담당 매니저의 추천과 와인 애호가의 호평을 받은 제품 가운데, 다운로드 수 1000만이 넘는 유명 와인 검색 애플리케이션 ‘비비노(Vivino)’에서 평점 3.5가 넘는 와인만 엄선했다. 생산국도 이탈리아, 칠레, 프랑스, 미국, 스페인 5곳으로 고루 골랐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내가 더 많은 와인을 마시지 않은 것이다.” 당신의 후회 없는 삶을 위하여. 건배.
커크랜드 시그니쳐 아솔로 프로세코(KIRKLAND Signature ASOLO PROSECCO SUPERIOR D.O.C.G)가격: 8490원 비비노 평점: 3.6 종류: 스파클링 화이트, 프로세코 생산지: 아솔로, 이탈리아
이탈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베네토주 아솔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인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 제품은 이탈리아 정부가 관리하는 와인 등급체계 가운데 가장 높은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를 획득했다. 코를 대보면 먼저 상큼한 레몬∙오렌지∙사과향이 올라오고, 뒤이어 약간의 꽃향기와 갓 구운 빵의 냄새가 스친다. 달콤한 캐러멜을 입은 견과류의 맛이 나지만, 드라이(dry)하게 마무리 돼 가볍고 깔끔하다. 이 드라이함은 프로세코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특징이다. 도수는 11도로 낮은 도수에 가격이 저렴해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며 샴페인 대용으로도 쓰인다.
가격: 1만1490원 비비노 평점: 3.6 종류: 레드, 카베르네쇼비뇽 생산지: 센트럴 밸리, 칠레
칠레의 주요 와이너리가 모여있는 센트럴 밸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쇼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로 100%로 만들어진 와인. 검붉은 루비색으로,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향에 이어 블랙체리와 블랙 커런트향이 올라오며 갓 구운 고소한 토스트향이 뒤따른다. 타닌 성분 때문에 다소 떫긴 하지만 잘 익은 자두나 건포도 맛이 조화롭다. 스페인어로 ‘악마의 와인창고(Casillero del Diablo)’라는 뜻을 지닌 이 와인의 작명 배경은 이렇다. 당시 와인을 저장해둔 창고에 도둑이 자주 들어 ‘와인 창고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냈는데, 이후에는 와인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 현재 디아블로는 칠레 와인 가운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이다. 디아블로를 생산하는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사는 올해로 설립 136주년을 맞았으며, 칠레 와이너리 가운데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되기도 했다.
가격: 1만4990원 비비노 평점: 3.8 종류: 레드, 그르나슈+시라 생산지: 론, 프랑스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방에서 생산되는 그르나슈(Grenache)와 시라(Syrah) 품종으로 양조한 와인. 그르냐슈는 론과 인접한 랑그독 루시옹(Languedoc Roussillon)이나 스페인에서도 생산된다. 그르나슈는 산소와 만나면 빨리 갈변해, 통상 다른 품종의 포도와 섞어 양조한다. 론 지방에서 생산된 그르나슈의 품질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난 와인인 ‘샤토네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지공다스(Gigondas)’ 등이 론의 그르나슈가 섞인 와인이다. 시라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 생산되며, 최근에는 신대륙이라 불리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많이 난다. 시라로 만든 와인은 보랏빛의 매혹적인 색을 내는데, 달콤한 과일의 맛이 은은하게 나면서도 향이 풍부하다. 덕분에 이 와인은 그르나슈의 부드러움과 시라의 향을 고루 갖췄다. 엷은 자줏빛으로 잔에 담아 불빛에 비춰보면 그 색이 아름답다. 그르나슈의 영향으로 산도가 약하고 타닌은 적으며, 시라의 도움으로 블랙커런트와 라즈베리 맛이 부드럽게 조화된다. 잘 구운 흙냄새와 타임이나 후추 같은 향신료의 향도 풍긴다.
가격: 1만3990원 비비노 평점: 3.9 종류: 레드, 피노누아 생산지: 몬테레이 카운티, 미국
이 와인은 미국 서부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와 산타 바바라(Santa Babara)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Pinot Noir) 포도를 메인으로 미국의 유명 생산지 나파 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 벨리(Sonoma Valley)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를 섞어 만들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품종인 피노누아는 상당히 섬세해, 재배하는 것은 물론 양조하기도 상당히 까다롭다. 이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피노누아도 마찬가지. 때문에 피노누아 품종의 와인은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그런데 이 마크 웨스트의 가격은 놀랍기 그지없다. 맛도 환상적이라 와인을 잔에 따르는 순간 바닐라·모카향이 올라오고, 입안에 머금으면 진한 블랙베리향에 달콤한 라즈베리와 딸기맛이 난다.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피노누아 와인의 대중화’가 목표라는 마크 웨스트 와이너리의 노력만큼,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피노 와인의 10%는 이 와이너리의 것이라고 한다.가격: 1만5490원 비비노 평점: 3.8 종류: 레드, 템프라니요 생산지: 리오하, 스페인
바롱 드 레이는 스페인 토착 품종 포도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템프라니요는 스페인어로 ‘이른(early)’이라는 뜻으로, 스페인에서 자라는 일반적인 적포도 품종보다 한달 빨리 익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스페인에서 자라는 90% 가까이의 포도가 템프라니요 품종으로, 스페인 와인 주요 산지인 리오하(Rioja) 지방에서 생산된다. 단점이 있다면 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 때문에 보통 그르나슈 품종과 섞어 만든다. 진한 루비빛의 와인이 잔을 타고 흐르면, 잠시 후 숙성된 오크통에서 유래한 것 같은 냄새와 씁쓸한 담배향이 묻어나는 스모키함이 맴돈다. 체리와 레드베리 그리고 블랙베리의 맛이 오묘하게 섞여 있으며, 부드러운 떫음이 혀끝에 맴돌며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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