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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umn] 참 좋은 사람들의 좋은 말을 들었다
어느새 새벽이 되어버렸다


현대카드 온라인 클래스 시리즈 ‘오버 더 레코드(OVER THE RECORD)’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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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 홍수 시대. 너도나도 그럴듯하게 말을 위한 말들을 늘어놓는데, 정작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는 찾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인 정우성 더파크tv 대표가 제안하는 풍요롭고 똘똘한 강연 생활을 소개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 날이었다. 일요일 새벽 2시였으니 그대로 잠드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에는 이미 질려있는 참이었다. 그 세 가지 앱은 말하자면 늪 같았다. 볼게 없어도 열었다. 스크롤은 그냥 습관이었다. ‘좋아요’에는 별 의미도 없었다. 다 지겨워서, 무심코 현대카드 DIVE 앱을 열었다.

이대로 가버리는 일요일이 너무 아쉬워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앱을 열었다. 다음 주말에 가고 싶은 공간, 내일 아침에 듣고 싶은 음악, 주중에 사고 싶은 어떤 물건을 발견하리라는 기대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위안을 얻을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 줄도 몰랐다.

유희열 안테나뮤직 대표(왼쪽)와 이상엽 현대차 현대디자인센터장

유희열 안테나뮤직 대표(왼쪽)와 이상엽 현대차 현대디자인센터장

“두려움이 있는 곳에 성장의 기회가 있습니다. 우연하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 불확실성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놓치지 않기를.”
“좋은 디자인? 90퍼센트 정도는 다 하는 것 같아요. 대충 흉내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 10퍼센트는 배고프게 생각하는 사람만 할 수 있어요.”

위의 말은 음악 공동체 안테나 뮤직의 수장 유희열, 아래 말은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상엽의 것이었다. 현대카드가 준비한 온라인 클래스 프로그램 <오버 더 레코드>에서 공개한 두 사람의 강의였다.

유희열의 강의는 총 다섯 편으로 구성돼 있었다. 좀 버거운 분량이 아닌가 싶었다. 강의라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돼야 하니까. 하지만 첫 편의 러닝타임은 9분 7초였다. 두 번째 편은 5분 22초, 세 번째 편은 8분 41초였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강의 시작 후 10분도 안 돼서 문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강의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2분을 버틸 이유도 없었다. 잔인하지만 편리한 콘텐츠의 세계. 하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났을 때 헤어날 수 없는 건 본능과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 이토록 정확하고 풍요로운 세계.

그렇게 유희열의 모든 강의를 다 봤을 때는 새벽 3시 즈음이었다. 아는 얘기도, 모르는 얘기도 있었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를 유희열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정도의 의미가 있었던 편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도 있었다. 유희열은 말했다.

“지금 저도 어느 순간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까 제가 아까 그랬잖아요. 주제 파악을 너무 잘한다고. 내가 잘하는 것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부족하고 짧고 유한하구나. 체력이나 나의 재능이라는 것도. 그 생각 정말 많이 해요.”

오버 더 레코드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유희열 대표는 “나를 중심에 놓지 않고 사는 삶은 너무 공허할 것 같다”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며 일을 한다면 결국 남는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 더 레코드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유희열 대표는 “나를 중심에 놓지 않고 사는 삶은 너무 공허할 것 같다”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며 일을 한다면 결국 남는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버 더 레코드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유희열 대표는 “나를 중심에 놓지 않고 사는 삶은 너무 공허할 것 같다”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며 일을 한다면 결국 남는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에반게리온>을 만들었던 안노 히데야키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강박처럼 매달리던 시대. 잘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도 다양한 음악에 욕심을 내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남들이 참 잘하는 일을 나도 잘하기 위해서 애썼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질투가 힘이 되기도 했지만, 2020년 여름의 유희열은 진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조금은 수줍게 들려주고 있었다.

“정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나는 이 일을 해야지’ 한다면 거의 저는 아무리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에 남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어떤 선택을 할 때 자신을 중심에 두지 않는 삶은 너무 공허할 것 같아요. 성공을 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심지어 성공 확률도 저는 떨어질 거라고 생각을 해요.”

머리로는 아는 얘기. 하지만 그렇게 살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그렇게 살아보고 나서 들려주는 말의 무게는 좀 다른 것이었다.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꼰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시대. 먼저 살아서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의 가치가 제 값을 찾기 위해서는 참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어른을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나? 이 새벽에? 잠들기 직전의 침대 위에서?

잠은 이미 저쪽으로 달아나버렸다. 내친김에 현대차 이상엽 디자이너의 강의까지 시작했다. 2교시가 열린 것이었다. 좋은 말을 듣고 좋은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면, 다소 게으르게 보낸 일요일 오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될 거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이렇게 시작했다. “처음 2년은 혼만 났던 것 같아요. 멍청아, 멍청아, 멍청아 이렇게. 제 이름은 이상엽이고요, 현대자동차에서, 제네시스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실패를 겪어야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그 클리셰야 말로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실패를 겪어야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그 클리셰야 말로 참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고편에서는 ‘범블비 아빠’로 호기심을 자아냈던 사람. 쉐보레 카마로로 스타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르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벤틀리에서도 디자이너로 활약했던 사람이었다. 그가 한국에 온다고 했을 땐 업계 전체가 들썩였었다. 이탈리아에서 인턴을 하고 미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던 사람. 그걸 다 버리고 독일에 가서 다시 도전했던 디자이너.

이상엽 이전과 이후의 현대차는 아주 다른 브랜드가 되었다는 걸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제네시스는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철학을 다시 세우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그가, 그 모든 변화를 상징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컨셉카 45 앞에 앉아서 실패를 말하고 있었다.

“승승장구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은 정반대의 상황을 더 많이 겪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범블비로 유명해진 카마로의 경우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차였어요. (중략) 실패, 글쎄요 예전에는 옛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들어본 적이 없는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저는 그게 아주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그걸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걸 굉장히 많이 느껴요.”

현란하기만 해서는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화려한 말에도 알맹이가 빠져 있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누구나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의 말은 점점 더 가벼워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요즘의 미디어는 실은 잘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하는 말, 아닌 거 다 아는데 그렇다고 우기는 말, 오로지 치장을 위해서 책임도 모르고 일단 하고 보는 말에 너무 많은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오늘 밤, 오버 더 레코드에서 만난 말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상엽 디자이너가 이어서 말했다.

“실패를 통해서 저는 더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그것을 믿고, 여러분들도 그것을 같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에는 실패를 통해서 멋진 성공이 이루어 진다. 그것은 되게 좋은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요.”

사람은 변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 얼굴과 성과가 공개돼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과 가치가 변하게 마련이다. 유희열의 시간과 이상엽의 시간. 그들의 과거와 지금이 오버 더 레코드에 기록돼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대형 강의실 연단 위, 화려한 조명 아래서 만나는 게 더 자연스러웠을 시간이 똘똘하게 쪼개져서 먹기 좋게 담겨 있었다.

이 삼엄한 시대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아티스트는 관객을 만날 수 없고, 우리는 서로를 만날 수 없는 불안한 시대에도 어쩔 수 없이 좋은 것들이 있다는 걸 안다. 다만 지치지 않기를. 찾아서, 즐기고, 배우면서 버틸 수 있기를.

오버 더 레코드 세번째 강연자 영화배우 진선규. 그는 오버 더 레코드를 통해 오랜 무명 기간 동안 깨달은 것과 청룡영화상을 받은 이후에도 동료 배우들과의 끊임없는 연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면서 드는 생각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오버 더 레코드 세번째 강연자 영화배우 진선규. 그는 오버 더 레코드를 통해 오랜 무명 기간 동안 깨달은 것과 청룡영화상을 받은 이후에도
동료 배우들과의 끊임없는 연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면서 드는 생각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오버 더 레코드 세번째 강연자 영화배우 진선규. 그는 오버 더 레코드를 통해 오랜 무명 기간 동안 깨달은 것과 청룡영화상을 받은 이후에도 동료 배우들과의 끊임없는 연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면서 드는 생각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오버 더 레코드>에는 그런 당부와 연대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의 막연한 성공담이 아니었다. 이 시대를 같이 관통하는 동반자 혹은 선배로서의 솔직한 언어를 한 달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강의 시리즈였다. 9월에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알려진 영화배우 진선규를 만날 수 있다. @diegobluff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군가도 오버 더 레코드에서 오롯한 그만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한다.

덕분에 밤이 길어졌고 월요일은 전에 없이 피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뿌듯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몇 번이나 실패할 거라고 새삼 생각했다. 그렇게 부단한 하루가 모여서 썩 괜찮은 인생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커지는 새벽이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그렇게 좋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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