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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회사에 셰프가 있다고요?” 회사와 셰프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엔 현재 총 8명의 셰프가 근무 중이다. 더욱이 눈길을 끄는 건 8명의 셰프 모두 기업문화팀 소속이라는 점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임직원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고 다양한 식음 제휴업장을 관리하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음식을 매개로 임직원 사이의 혹은 회사와 임직원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얼마나 고심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셰프들은 비단 식사 시간의 사내 식당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간에 수많은 공간에서 기업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먼저 음식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파티 형식의 ‘해피아워(Happy Hour)’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만나 밍글링(Mingling)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특히 2017년부터는 ‘밋앤잇(Meet&Eat)’이란 이름으로 전국 사옥으로 확대됐는데, 본사 셰프가 직접 방문해 다양한 음식을 케이터링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거점 직원 간 교류 뿐만 아니라 본사와 거점 간의 소통의 통로가 된다. 더불어 직접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엔 너무 바쁜 임직원들을 위해 한 끼의 저녁 식사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이지홈밀(Easy Home Meal)’은 임직원 간 소통을 넘어, 회사와 임직원이 음식을 통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음식이 임직원 사이, 본사와 거점 사이, 회사와 임직원 사이에서 소통과 교류의 물꼬를 트는 셈이다.
그렇다면 회사 안에서는 ‘대리님’이기도 하고 ‘과장님’이기도 한 셰프들의 하루는 평범한 회사원들과는 어떻게 다를까? 2년 간의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파견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본사로 복귀한 김미영 수석셰프가 어느 봄날의 하루를 빼곡히 기록했다.
5:00 침대 위휴대폰 알람 한 소절이 끝나기 전에 눈은 번쩍 떠졌지만, 몸은 벌떡 일으켜지지 않는다. 5분만 더 누워 있다가 정신을 차려야지. 그러곤 다시 또 5분만 더. 아마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마음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똑같겠지?
5:40 차 안시동을 건다. 아직 새벽 공기는 너무 차다. 새벽이라기보다는 한밤중 같다. 그래도 4~5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조식 당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새벽길 논스톱 출근. 동부간선도로를 지나 강변북로를 거쳐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 본사까지 오는 데에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평소 출근 시간의 1/3 정도다. 그 유명한 ‘지옥철’은 겪지 않아도 되지만, 평일 오전 출근 시간의 교통 체증 또한 만만치 않게 스트레스다.
오늘은 아침 메뉴 가운데 한식 메뉴로 라면이 제공되는 날. 일주일에 두 번은 아침에 라면을 준비하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물은 넉넉히 끓고 있고, 냄비도 가지런히, 여유분도 잘 정리돼 있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대기 줄 끝이 맞은편 A홀까지 닿아 있다. 한식 코너뿐만 아니라 양식 뷔페 섹션과 건강식 코너를 오가며 음식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음악 소리가 너무 크진 않은지 확인한다.
신사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 봄 메뉴 기획안을 검토해달라고 메일이 왔다. 지난해 12월 본사로 복귀하기 전까지 거의 2년 동안 파견 근무를 했었다. 론칭을 준비할 때부터 함께했으니 꼬박 3년 동안 쿠킹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셈이다. 지금 파견 근무중인 본사 셰프 2명과 스태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참고 자료를 보내주고, 봄 메뉴 중 재료 수급이나 운영 상의 문제는 없는지 확인한다.
다양한 식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간인 ‘쿠킹 랩’은 셰프들의 요리연구실이기도 하다. 올해는 육가공품을 통칭하는 샤퀴테리(Charcuterie)를 주제로 연구해보려고 한다. 과정이 간단한 브레사올라(Bresaola)와 파스티르마(Pastirma) 등 소고기 홍두깨살로 만들 수 있는 샤퀴테리부터 시작해, 이후 판체타(Pancetta), 코파(Coppa), 초리소(Chorizo), 살라미(Salami)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어떨까. 다양한 실험 후 가장 맛있는 샤퀴테리를 선별해, ‘쿠킹 랩 크래프트(COOKING LAB CRAFT)’라는 이름 아래 임직원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볼 예정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는 매년 봄이 되면 본사 1, 2관 옥상 ‘더 가든’에 채소와 허브를 심고, 사내에서 만드는 다양한 음식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엔 ‘오픈 가든 데이(Open Garden Day)’라는 이벤트를 통해 임직원들이 옥상에서 키운 채소와 허브를 따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는데, 올해부턴 ‘프롬 더 가든(From the Garden)’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더 큰 이벤트를 열기 위해 기획하고 있다. 심는 단계부터 이벤트와 연계해 채소나 허브의 종류와 수량에 반영하려고 한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본사 1관 옥상에 위치한 ‘더 가든’
점심 시간이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11시 30분부터 점심을 먹지만, 셰프들은 각자 담당하는 식음업장의 중식 운영이 끝나면 그제서야 점심 식사를 시작한다.
13:40 1관 906호 회의실오늘은 회사 공간 구축 및 관리를 담당하는 Infra팀과 의논해 더 가든 조성 관련 조경업체 미팅을 하는 날이다. 필요한 채소, 허브의 종류와 수량을 제안했더니 대부분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다행이다. 우리 팀 이벤트 담당자와 논의한 더 가든 관리 방안과 프롬 더 가든 세부 운영안을 팀장님께 보고하고, OK도 받았다.
올해는 잠시 발행을 중단했던 임직원 대상 식문화 정보지 <더 셰프(the Chef)>를 웹용으로 리뉴얼 해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달라진 인트라넷 글로벌 큐브(Global CUBE) 환경에 맞게 내용과 주제를 손보고,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바꾸려고 한다. 읽는 매체에서 보고 듣는 매체로의 전환.
온 몸이 얼 것 같다. 식재료는 제자리에 정리돼 있고, 냉동고도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다. 매주 본사 셰프들이 전체 제휴 업장 위생 점검을 한다. 이번 주 내가 점검하는 곳은 사내 식당 중 가장 큰 ‘카페테리아’. 전체 주방 및 홀의 관리·청결 상태부터 각 냉장고·냉동고·작업대·조리도구 상태, 기기 정상 작동 여부, 직원 개인의 위생 상태, 식자재 관리 및 보관 상태, 법정 표기 사항 준수 여부, 구비 서류 보관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시료를 채취해 오염도를 측정하는 ATP 검사는 매달 한 번씩 진행한다.
조식 당번이라 일찍 출근한 탓에, 평소보다 2시간 가까이 일찍 퇴근했다. 퇴근 후엔 2관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빠르게 걷기, 사이클, 로잉 등 주로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새벽에 가뿐하게 일어나려면 관리가 필요하니까. 회사 안에 있는데다 시설도 좋고 트레이너까지 상주하고 있어서, 조금 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시간 반 정도 운동을 마치고, 이제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