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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선보이는 ‘the Column, inspired by HCS’ 시리즈.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브랜딩 활동과 디지털 비즈니스 등에서 영감을 받아 시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짚어 보는 외부 필진들의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이번에는 지난 18~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을 다룹니다. 조진혁 아레나옴므 플러스 에디터가 다녀왔습니다.
지난 18~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 양일간 열린 공연에서 4만5000여명의 관객이 퀸의 음악에 취해 밤을 보냈다.
“우리 세대 밴드는 아니야.”
퀸(QUEEN)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중립적인 답을 내놓곤 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퀸을 모를 수 없다. 하지만 당시는 브릿팝(Britpop·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발생한 얼터너티브 록의 한 장르) 전성 시대였고, 퀸은 이전 시대의 밴드였다. 조금 올드(old)하지만 실력은 까 내릴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 로큰롤의 클래식이었다. 퀸을 좋아한다고 하면 촌스럽게 보일까 일부러 희귀한 밴드, 새로운 음악을 아는 척 했다. 세대론에 혀가 묶인 시절에도 귀로는 퀸을 들었다. ‘Don’t stop me now‘를 최대 볼륨을 틀고 등교했고, ’Under pressure‘를 들으며 ‘야자(야간자율학습)’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이후 퀸은 다시 로큰롤 맛집이 됐다. 사람들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보컬을 찬양하고, 유튜브에선 라이브에이드 공연을 찾아본다. 누군가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지만, 퀸의 음악이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된 건 영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퀸을 명예의 전당에 가둔 동안에도 퀸의 주축 브라이언 메이(Brian May) 와 로저 테일러(Roger Taylor)는 여전히 무대 위에 남아 있었다.
퀸은 지난 세대의 밴드가 아니다. 삼촌만 듣는 음악이 아니라고 2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답했다. 지난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이 열렸다. 퀸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었다. 스탠딩석을 매운 이삼십대 사이에는 십대들이 있었다. 객석에는 초등학생들도 있었고, 브라이언 메이와 비슷한 백발의 관객도 보였다. 다양한 세대가 뒤섞인 공연장은 마치 로큰롤 역사책의 한 챕터와 같았다. 챕터의 제목은 ‘퀸 50년의 역사’일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하는자, 오늘 그를 기념하라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중앙의 거대한 왕관이 하늘로 치솟았다. 왕관 속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메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아담 램버트(Adam Lambert)가 ‘Innuendo’로 공연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강력한 비트가 메들리로 이어졌다. ‘Now I’m here’ ‘Seven seas of rhye’ ‘Keep yourself alive’ ‘Hammer to fall’ ‘Killer queen’까지 쉼표 없는 셋리스트(set list)에 브라이언 ‘형님’ 체력이 걱정 됐다. 공연 전 이루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로저 테일러는 건강 유지 비결을 드럼 연주라고 밝힌 바 있다. 칠순이 넘은 그들이 얼마나 정정한 지는 빈틈없는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아담 램버트는 두 전설의 강렬한 연주에 폭발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끼얹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브라이언 메이(왼쪽)와 로저 테일러. 평소 로저테일러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드럼 연주”라고 밝히기도 했다.
공연 전 팬들 사이에선 ‘아담 램버트가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느냐’가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아담 램버트는 프레디 머큐리가 아니다. 모창(模唱) 가수도 아니다. 그는 아담 램버트다. 아담은 통굽 하이힐에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섰다. 의상을 네 번이나 갈아입었다. 글램록(Glam rock)에 가까운 그의 스타일은 프레디 머큐리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사운드도 다르다. 프레디 머큐리가 강력한 중음역대와 기교 있는 고음을 갖춘 보컬이라면, 아담 램버트는 깨끗한 고음역대가 돋보이는 보컬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지닌 오페라 감성만큼 아담은 뮤지컬 정서를 지닌다.
공연에서 아담 램버트는 원곡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곡을 재해석했다. 퍼포먼스도 다르다. 카리스마로 수만명의 관객을 쥐고 흔드는 프레디 머큐리와 달리 아담 램버트는 화려함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Bicycle Race’에서 아담 램버트는 오토바이 위에서 요염한 자세를 취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는 자신만의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며, 이번 공연이 퀸만의 공연이 아닌 아담 램버트와의 협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프레디가 그립냐고, 사랑하느냐고 물었고 자신도 그러하다고 답했다. 그는 함께 퀸과 프레디라는 로큰롤 전설을 기념하자고 했다.
공연 초반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애덤 램버트(왼쪽). 애덤은 지난 2012년부터 퀸의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5 QUEEN’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은퇴한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존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존은 실루엣과 뮤직비디오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가 작곡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도 관객들로 하여금 ‘떼창’을 부르게 만들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존재는 더욱 실감나게 드러났다. 브라이언 메이가 무대 앞으로 나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시작했을 때다. 그는 여전히 맑은 목소리로 관객과 함께 ‘Love my life’를 불렀다. 그리고 후렴부에는 화면 속에 등장한 프레디 머큐리가 브라이언의 기타 리프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프레디는 관객을 향해 손을 뻗었고, 브라이언은 그의 손을 잡는 제스처를 취하며 눈물지었다. 이후에도 프레디 머큐리와 관객과의 소통은 이어졌다. 무대가 끝난 뒤 화면 속에 프레디가 다시 등장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처럼 ‘에오’를 선창했고, 관객들은 따라 부르며 프레디 머큐리의 라이브를 체험했다.
우주를 유영하듯···세대의 경계를 파괴한 퀸의 경이로운 세계퀸의 음악을 다 담기에 2시간은 부족하다. 셋리스트는 한국에서 사랑 받은 곡 위주로 구성됐지만,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는 보여줄 것이 많았다. 로저 테일러는 드럼 실력과 보컬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브라이언 메이는 “안녕하세요 서울!” 등 일주일 동안 연습한 한국어 인사를 정확한 발음으로 건넸다. 브라이언 메이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소행성 위에서 펼친 기타 독주였다. 대형 스크린에는 밝게 빛나는, 아마도 어딘가로 이동 중인 소행성 위에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메이가 올라선 모습이었다. 그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을 연주하자 무대 위로 작은 행성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공연장은 이내 우주의 한 곳으로 변화했다. 칠십대 거장이 창조해낸 경이로운 세계였다.
관록의 두 연주자와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컬이 만나 관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건함도 잠시 공연 막바지에는 아껴두었던 곡들이 폭주하듯 이어졌다. ‘Show must go on’ ‘Radio ga ga’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군 퀸은 마지막 곡으로 ‘Bohemian Rhapsody’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흥분을 최고조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끝일 수는 없었다. 퀸의 히트곡은 더 남았다. 앵콜 요청에 브라이언 메이는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을 입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의 팬서비스에 관객들은 호응으로 보답했고, 이어 ‘We will rock you’가 연주됐다. 일제히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는 묘미인 곡으로 아담 램버트는 고음 성량을 뽐냈고, 관객들은 그 성량에 응답하듯 박수를 쳤다. 퀸의 공연은 언제나 ‘We are the champions’이 대미를 장식하는 법.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하던 2만명의 관객들은 일순간 챔피언이 되었다. 이틀간의 공연에 모인 4만5000여명의 관객들을 모두 챔피언으로 만드는 퀸의 힘. 퀸의 음악은 20세기를 넘어 새로운 세대에게도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1980년대생, 1990년대생이 숫자로 구분되는 세대가 아닌, 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은 모두 하나의 세대로 아우러진다. 우리는 퀸 음악을 듣는 세대이며, 퀸은 곧 우리 세대의 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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