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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프로젝트, 그 결정적 장면을 찾아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린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에서 가파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다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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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제가 참 젊네요.” 지난 10월 31일, 현대카드 스토리지(이하 ‘스토리지’)에서 열린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원오원 아키텍츠의 최욱 대표가 말했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지난 여정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한 ‘타임 월(Time Wall)’ 앞에서였다. 현대카드, 원오원 아키텍츠, 제주특별자치도가 함께 모여 ‘가파도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게 지난 2012년이었으니, 사진과 영상 속 최욱 대표를 비롯한 모든 주인공들은 꼬박 6년 젊었다.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이번 전시를 끝으로 ‘가파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지 것인지 질문 받은 현대카드 관계자가 답했다. 프로젝트 시작 후 6년이 흐른 지금 건축 관련 계획은 대부분 현실화되었지만, 가파도의 경제·생태·문화를 지키기 위한 도시 관련 계획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처음부터 ‘가파도 프로젝트’는 과정과 결과가 정해진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큰 미래상을 공유하고 이를 점진적인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랜’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 11월 1일 시작되어 오는 2월 28일까지 계속될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는 ‘가파도 프로젝트’의 오랜 과거와 앞으로 오래될 미래까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자리다. 그런데 현장에 그 본질이 있는 ‘가파도 프로젝트’를 가파도가 아닌 서울의 이태원에서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스토리지를 담당하고 있는 현대카드 Brand Agile Art팀 홍남경 책임큐레이터가 소개하는 결정적 장면들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 장면 1: 키 작은 섬을 따라 걷다

가파도의 실제 모습을 1/15 크기로 재현한 콘크리트 모형이 설치된 전시장 전경 및 모형 일부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간을 압도하는 강한 물질성과 마주합니다. 가파도의 실제 모습을 1/15 크기로 재현한 콘크리트 모형인데요. 가파도의 지리적 거점인 상동포구와 하동포구는 물론 상동, 하동 마을의 실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그 위에서 ‘가파도 프로젝트’를 통해 재건한 터미널, 가파도 하우스, 스낵바 등의 시설물 또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가파도에 직접 다녀왔다면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언젠가의 여행을 상상하며 걸어볼 수 있겠죠.

그런데 모형 속에서 그 흔한 화려하고 높은 건물 하나 눈에 띄지 않는 점이 영 이상합니다. 가파도는 바다 해수면으로부터 지상 최고 높이가 20m 밖에 되지 않는 평지 섬입니다. 그 위에 나지막한 돌담과 지붕의 선들이 켜켜이 쌓여 소박한 풍경을 만들죠. 그 키 작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가파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혹여 새로운 건축물이 필요할 때에도 작은 키를 고집했습니다. 원오원 아키텍츠의 모형 제작 작업에 참여했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대지 위에 힘겹게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파도 프로젝트’에선 땅을 만지다 보니 건축물이 나왔다”고요.

# 장면 2: 지난 6년 그리고…

‘가파도 프로젝트’는 난개발이 반복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섬마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키기 위해 변화를 선택한 셈이죠. 이번 <가파도 프로젝트> 전시에서는 그러한 선택 이후 6년 동안 축적되어온 기록과 도전의 흔적을 준비했습니다. 가파도의 생태, 경제, 문화와 관련된 방대한 아카이브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아이디어 드로잉, 단면도, 그리고 기록 사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파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 다양한 기관들과 주민들 사이의 긴 대화, 그리고 그 이전에 가파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 결과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록 사진들의 중심엔 가파도 주민들의 얼굴이 있습니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모든 결정에 주민들의 삶과 목소리가 배어 있는 것과 같이 말이죠. 실제로 건물의 재료를 결정할 때에도 주민들에게 익숙한 재료를 택했습니다. 전문가가 보기에 멋진 재료보다 중요한 건 가파도에 주로 거주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간단히 집을 손볼 때 다루기 쉽고 편한 재료니까요.

‘가파도 프로젝트’ 6년의 역사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한 ‘타임 월(Time Wall)’

# 장면 3: 가파도 예술이 되다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건축 모형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이하 ‘가파도 AiR’)’를 실제 크기의 1/15로 축소시킨 건축 모형에 대한 소개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바다와 맞닿아 있는 ‘가파도 AiR’는 90년대 대규모 리조트를 개발하다 버려진 건물을 아티스트들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전환시킨 곳입니다. 20여 년의 시간이 착착 누적된 건물의 역사를 품고, 이 안에서 작가들은 창작 활동에 매진하며 레지던시 공간에 그리고 가파도에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벌써 10팀의 작가가 머물렀고, 또 머물고 있는 이곳의 풍경을 잠시나마 공유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는 작가 세 명의 작품이 출품되어 있습니다.

먼저 정소영 작가는 섬의 지형과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조각과 설치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드로잉 작품을 남겼습니다. 바다 위의 부표와 로프를 주요 소재로 삼았는데, 한때 바다의 경계를 구분 짓던 표식들이 가파도까지 떠내려와 바위에 엉겨 있거나 바다 표면에 흔들리는 장면이 마치 자연이 그리는 그림과 같았다고 합니다. 페루 작가 엘리아나 오따 빌도소(Eliana Otta Vildoso)는 가파도의 유일한 초등학교인 ‘가파초등학교’ 전교생 11명과 함께 ‘가파도의 보물 지도’라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벽화를 그렸습니다.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가파도의 보물을 지도 위에 표시하는 작업이었는데요. 학교, 교회, 보건 진료소 등 관광객들은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섬의 새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양아치 작가는 한여름 가파도에 머물며 느꼈던 풍요로운 빛, 색, 선의 기억들이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파도 바다의 다양한 면모를 감각적인 영상과 사운드로 담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 명의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가파도 AiR’는 가파도에서 유일하게 키 높은 탑을 지닌 건물입니다. 평생 평평한 섬에서 가파도의 전경을 구경할 길 없었던 주민들은 이 탑에 올라 “아, 우리 마을이 이렇게 생겼구나”라며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고 하네요. 아마 앞으로는 이 곳에 머물 수많은 작가들이 선보일 작품들이 주민들에게 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정소영 ‘섬 연구 드로잉’(왼쪽), 엘리나 오따 빌도소 ‘가파도 보물 지도’ (오른쪽)

# 장면 4: 가파도 그대로의 가파도

가파도 자연 환경을 담은 영상 ‘Natural Atmosphere’와
최욱 대표의 스케치 영상이 설치된 스토리지 지하 2층 전경

“가파도의 주민들은 저에게 작품의 피사체 혹은 재료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결’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무서울 것만 같던 ‘스낵바’의 이모님이 작가들이 떠날 때마다 울컥하시는 그 장면처럼요. 무엇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다가 펼쳐지는 이 곳 가파도는 나에게 빛과 색과 선을 양껏 얻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소비되기만 하는 서울과 달리 말이죠. 그래서 ‘가파도 AiR’에 머물던 시간을 저는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합니다.”

양아치 작가의 말처럼 ‘가파도 프로젝트’의 본질은 결국 이 곳의 사람들과 자연입니다. 지하 3층 전체를 마치 극장처럼 꾸며 가파도의 자연환경과 거주민들의 삶,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인터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한 이유입니다. 특히 가파도의 일출부터 일몰까지, 그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섬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 앞에서 잠시 멈춰 보세요. 바닷물이 바위에 부딪히고, 어부가 그물을 짜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해녀가 물질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분주한 도시, 서울 이태원에서 말이지요.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

2016년 6월, 서울 이태원에 첫 선을 보인 ‘현대카드 스토리지’는 시각예술 분야의 전시를 위한 전용 공간이다. 오픈 후 개성 넘치는 드로잉과 파격적인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M/M (Paris)’ ‘에르빈 부름(Erwin Wurm)’ 등 순수 미술부터 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가와 작품을 선별하여 전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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