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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열을 맞춘 직선 공간', '칸막이로 분리된 사람 그리고 팀'
‘사무실’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사무실 가구는 팀별, 직급별로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서있고, 칸막이는 사람과 팀을 갈라놓고 있죠. 정리 정돈 느낌도 있지만 어딘가 딱딱하고 경직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격 없는 소통과 끝없는 창의력이 중요한 지금, 칸막이와 오와 열로 무장한 사무실에서 우린 창의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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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도 역사가 있습니다. 그 시대의 업무 능률을 좇아 쉼 없이 진화했죠.
1950~1960년 대 사무실은 대응 및 병렬식이었습니다. 상사가 가운데 앉고 업무 '대응' 대상과는 1대 1, '병렬’식으로 쭉 책상에 도열하는 구조였죠. 상사의 지시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데 좋았죠. 그 시절은 이게 업무 능률이었습니다.
1970~1980년은 사무 자동화(OA)가 본격화한 때입니다. 기계식 연산처리의 총아,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사무공간은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극도의 속도 효율로 내달렸습니다. 이 때부터 함께 일하는 사람 대신 컴퓨터를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책상마다 1사람 1컴퓨터가 도열하면서 사람과 사람 간 대화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옆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칸막이는 점점 높아져갔죠. 사무실은 비인간적 장소로 여겨졌습니다.
1990~2000년 대 사무실은 새로운 변혁을 맞습니다. 바로 핸드폰과 인터넷 등 이동통신기술이 보급되면서죠. 붙박이 컴퓨터 대신 소형화한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사무실을 벗어나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8년의 사무공간, 모바일 오피스가 태어났죠. 이제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도 일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같은 사무실 공간의 변화는 사람과 일의 우선순위도 뒤바꿔놓았습니다. 이젠 업무도 양이나 속도보다 상호 소통에 기반한 창의성과 혁신성, 차별성을 더 중요시하게 됐죠. 이는 곧 모바일 시대의 부가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지털과 모바일이 우리 일상을 뒤흔들면서 업무도 대화와 협력이 극대화하는 팀워크를 중시합니다. 부서를 가로지르던 칸막이는 사라지고, 사무가구의 배치는 달라졌죠. 사람이 사람과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무실 동선도 직선에서 곡선, 방사형으로 바뀌어갔죠.
애자일 오피스 Agile Office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사무 공간도 함께 달라진 셈입니다. 오와 열, 획일적 공간을 벗어나, 자유롭고 원활한 소통이 꽃피는 공간으로 말이죠.
이 같은 미래형 사무실을 ‘애자일 오피스(Agile Office)’라고 부릅니다. agile, 영어단어를 스마트폰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민첩한'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가 사무 공간, 오피스(office)와 결합하면, '민첩한 의사결정과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사무 공간'을 지칭합니다.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시대, 신속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집행은 생명입니다.
애자일 오피스는 이처럼 자유롭고 민첩한 의사결정 문화가 직원 개개인에 뿌리내리도록 이끄는 공간입니다. 잘게 쪼개진 팀들이 협업하고 변화를 유연하게 이끌 수 있도록 고도의 설계를 해놓은 거죠.
열린 공간 속 애자일한 사람들
애자일 오피스의 실제 모습은 어떻고 또 그 곳에 계신 분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최근 애자일 오피스를 연 한 회사를 뉴스래빗이 다녀왔습니다.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입니다. 이전 다소 보수적인 금융업 이미지를 벗고, 미래형 디지털 컴퍼니로 진화하기 위해 애자일 오피스 개념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데이터 사이언스 등 기술 기반 금융업 ‘테크핀(Techfin)’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관련 디지털 인력도 대거 보강했죠. 기술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애자일 컬쳐’를 이식하려면 업무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 애자일 오피스를 가동했습니다.
그럼 애자일 오피스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요.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한 현대카드 남종환 그로스(Growth) 마케팅팀 선임엔지니어를 따라가봤습니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자신의 팀, 고정 좌석이 아닌 개인 사물함. 개인 물품을 꺼낸 뒤 아무 자리나 골라잡고 앉아 일을 시작합니다. 소소한 일상용품은 번호가 달린 이동식 사물함에 넣어 옆으로 끌고 옵니다. 내 고정석, 내 고정사물함은 없습니다, 오늘의 내 자리와 내 사물함이 있을 뿐.
칸막이 사이 함몰된 고정 공간을 벗어나 오늘의 프로젝트와 내일의 업무 소통 방향에 맞게 일하는 공간을 매일 바꾸는 겁니다. 종환 씨는 이런 일터가 좋을까요?
“업무 특성에 따라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일하는 점이 좋습니다. 점심 먹고 나른하면 일어서서 일하는 것도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직원 간 대면 접촉이 많을수록 부서 간 교류도 늘고, 창의적 아이디어는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죠. 정보기술(IT) 강자, 구글이 2분 30초마다 직원이 다른 직원을 마주치도록 건물을 설계한 이유입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애자일 오피스도 직원이 자주 얼굴을 마주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얼굴만 들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책상 칸막이를 없앴죠. 동선은 일직선에서 곡선형으로 둘렀습니다. 우연한 마주침이 여기저기, 필연적으로 일어나도록 말이죠.
그러다 번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복도 벽에 붙은 '아이디어 보드'에 기록하면 됩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통로 여러 곳에 설치됐습니다. 복도 벽은 우리를 갈라놓는 곳이 아닌 새로운 협업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입니다.
건물 중앙엔 널찍한 중앙 계단이 있습니다. 여러 직원이 자유롭게 걸터앉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눕니다. 사적 대화든 업무 협력이든 상관없습니다. 다시 대화가 끝나면 혼자 일 할 개인 공간으로 가거나 집중력을 더 높여주는 장소를 찾아 나섭니다.
현대카드 조소라 Digital HR팀 사원은 애자일 오피스가 더 많은 소통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옆으로 가서 같이 일을 하면 되니까 소통이 잘 됩니다. 고개만 돌리면 대화가 가능해 바로 의사결정, 보고하기 편합니다."
열릴수록 더 애자일하다
애자일 오피스가 미진한 소통을 하루 아침에 폭발적으로 늘리고, 없던 창의력을 뿜뿜 키우는 건 아닙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도 열린 형태 사무실이 당장 직원 간 직접 소통을 늘리진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핵심은 애자일의 지향점입니다. 결국 공간이 아닌 사람입니다. 처음엔 낯설지만, 애자일한 공간에 적응하고, 이를 즐기는 직원이 늘어날 수록, 애자일은 공간 개념이 아닌 문화로 번져갑니다. 그 번짐은 공간을 넘어 사람들을 더 애자일하게 물들입니다.
애자일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상상의 출발점이 열린 공간, 애자일 오피스입니다. 미국 코넬대학교의 프랭클린 베커 교수의 이 같은 말처럼 말이죠 !.!
"오피스는 신이 주신 것이 아닌 창작품이다. 오피스가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건 과거의 우리가 미래의 오피스를 이렇게 상상했기 때문이다."
애자일한 사람들은 다시 미래 어떤 오피스를 창조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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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김민성, 연구=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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