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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광고 캠페인 ‘피플(People) 현대카드’는 눈보다 먼저 귀를 잡아 끄는 음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음악은 광고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유난히 음악이 귓가에 맴도는 현대카드 광고 6편을 통해 살펴봤다.
명곡의 재해석엄마의 ‘the Purple’ 바우처로는 호텔을 예약하고 딸의 ‘the Red’ 바우처로는 식당에 가는 모녀, 배달 음식은 ‘ZERO MOBILE’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현대카드 DIGITAL LOVER(이하 디지털러버)’로 결제하며 방콕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지난 6월 1일 시작된 광고 캠페인 ‘피플 현대카드’엔 실제 고객들의 사연이 녹아있다. 모호한 미사여구를 걷어낸 직선적인 화법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과거의 현대카드 광고들과 달리, 이번엔 현대카드를 사용하는 사람과 그들의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현대카드가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왼쪽) ‘피플 현대카드’ 광고 캡처 이미지(출처=https://youtu.be/KzMHhblBEoo)
(오른쪽)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속에서 ‘프루던스(Prudence)’ 역을 맡은 배우 ‘T.V. 카피오(T.V. Carpio)’가 ‘I Want To Hold Your Hand’를 부르는 장면(출처=IMDb)
주인공인 고객,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밖의 장식적인 요소들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 대신, 초고속 촬영 기법을 이용해 스틸 사진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살린 건 그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서정적인 숨결을 불어 넣어 줄 음악의 힘이 중요했다. 최종 낙점된 곡은 비틀즈(The Beatles)의 노래 33곡을 재해석해 1960년대 청년들의 삶을 그린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속에서 프루던스(Prudence) 역을 맡은 배우 T.V. 카피오(T.V. Carpio)가 부른 ‘I Want To Hold Your Hand’. 비틀즈의 원곡과 영화 속에서 각각 사랑에 빠진 소년과 소녀의 감정이 돋보였던 이 노래는 현대카드의 광고와 만나 수많은 층위의 관계를 아우르는 깊은 울림 또한 지니게 되었다.
(왼쪽) ‘대한항공카드’ 광고 ‘Take-off’편 캡처 이미지(출처=https://youtu.be/qSg-5Pw71-I)
(오른쪽) 영화 ‘더티 댄싱(Dirty Dancing)’ 속 마지막 댄스 파티에서 댄스 교사 ‘자니 캐슬(Johnny Castle)’이
열 일곱 소녀 ‘프랜시스 베이비 하우스먼(Francis Baby Houseman)’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장면(출처=IMDb)
뒤이어 22일 론칭한 ‘대한항공카드’ 광고에도 영화 ‘더티 댄싱(Dirty Dancing)’ OST 수록곡인 ‘(I've Had) The Time of My Life’가 삽입됐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댄스 파티 장면에서 댄스 교사 ‘자니 캐슬(Johnny Castle)’이 열 일곱 살의 소녀 ‘프랜시스 베이비 하우스먼(Francis Baby Houseman)’의 허리를 붙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트(lift)’ 동작을 펼치는데, 이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연출된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 속에서 (I've Had) The Time of My Life’는 자니와 프랜시스 사이의 믿음과 교감을 상징하는 만큼, 대한항공과 현대카드의 단단한 호흡 또한 기대케 한다.
음악으로 말하다그런가 하면 노래의 가사가 곧 메시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세 편에 걸쳐 선보인 ‘현대카드 W’ 광고 캠페인은 각각 수영장, 클럽, 비행기 등을 배경으로 젊은 남녀가 신나게 즐기고 있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시청자는 시각적인 이미지 이상으로 CM송(Commercial Song)으로 삽입된 ‘W 송’에 매료됐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광고가 중단된 후에도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고 휴대전화 벨소리 및 통화연결음으로까지 사용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물론 반복적인 멜로디나 가사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는 CM송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노래의 메시지가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 되면 열정적으로 즐길 줄 아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현대카드 W의 정체성과 고스란히 맞닿아 있었다는 점이다.
(왼쪽) ‘현대카드 W’ 광고 캠페인 ‘수영장’편 캡처 이미지(출처=https://youtu.be/4xG2RVVzj_0)
(오른쪽) ‘생각해봐’ 캠페인 중 ‘컬러코어’편 캡처 이미지(출처=https://youtu.be/88qRaFRbVWk)
지난 2008년 ‘생각해봐’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컬러코어’편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봐 캠페인은 현대카드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11편에 걸쳐 경쾌하게 풀어냈는데, 특히 ‘왜 신용카드 옆면에 컬러를 넣었을까?’를 다룬 ‘컬러코어’편은 ‘앞면, 앞면, 앞면, 앞면, 뒷면, 뒷면, 뒷면, 뒷면’으로 시작되는 중독성 짙은 CM송을 통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해 ‘빙그레’가 이 광고를 패러디해 ‘메타콘’ 광고를 제작했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특이한 건 중독적인 CM송이 끝나는 시점에 ‘왜?’라고 질문을 건넨 후 몇 초간 ‘생각해봐’란 자막 외엔 아무 소리도 삽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듯 대담한 시도를 통해 시청자는 빨려 들어가듯 현대카드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더 나아가 ‘잘 보이니까’라고 단순 명쾌하게 대답함으로써, 현대카드가 컬러코어 카드를 만든 이유가 고객의 뇌리에 깊이 박히도록 했다.
배경 음악, 그 이상올 2월 디지털러버 출시에 맞춰 뮤지션 ‘크러쉬’가 작사∙작곡해 발표한 ‘Digital Lover’ 뮤직비디오 캡처 이미지
(출처=https://youtu.be/Dgyq8RSiy_U)
현대카드의 광고 속에서 음악은 메시지를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를 넘어, 그 자체로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올 2월 디지털러버 출시에 맞춰 뮤지션 크러쉬가 작사∙작곡한 음원 ‘Digital Lover’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러버가 방구석에서 홀로, 스마트폰으로 우주를 경험하며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언택트(untact)’ 라이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카드였으므로, 흔한 광고나 영상보다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고자 했다.
광고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 아니라 독립적인 콘텐츠였던 만큼, Digital Lover는 비단 광고 음악 또는 음원에 머물지 않았다. 지난 4월엔 뮤지션 그레이, 제시, 강민경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노래를 재해석해 각각 집 또는 작업실에서 편안하게 부른 ‘방콕라이브’를 펼친 데 이어, 동네 슈퍼마켓 앞에서 게릴라 형식으로 공연한 후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개한 ‘슈퍼마켓콘서트’로까지 확장됐다.
‘코스트코X현대카드 만남’편 캡처 이미지(출처=https://youtu.be/hF_2mrpbEIA)
광고 음악이 강력한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현대카드는 그 어떤 자막이나 내레이션도 없이, 하얀 바탕 위에 오직 사운드 이퀄라이저의 움직임만 표현한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약 5초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배경 음악이 영국의 록 밴드 오아시스(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였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Coldplay)’의 개최 소식을 알리며 같은 형식의 광고를 선보였던지라, 혹시 오아시스의 내한을 알리는 티저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주인공이 ‘코스트코’라는 점이 밝혀졌다. 사운드 이퀄라이저 화면 속에서 흔들리던 빨간선과 파란선이 코스트코의 로고로 변하는 ‘코스트코X현대카드 만남’편이 공개된 것. 이미 해체해 내한 공연의 가능성이 없었던 오아시스에 대한 안타까운 오마주를 유쾌하게 풀어낸 이 캠페인을 통해, 현대카드와 코스트코의 조우 또한 역사적인 이벤트가 되리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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