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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주의] 메타버스를 모르는 신중한 경험주의자 MZ세대


MZ세대에 대한 당신의 오해, 그들은 경험과 실재를 원한다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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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커머셜 뉴스룸이 MZ세대의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사회과학적으로 분석해 MZ세대를 들여다보는 ‘MZ주의’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MZ주의 세 번째 이야기는 ‘메타버스’ 입니다. 언뜻 메타버스는 MZ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중한 경험주의자’로서 MZ세대는 메타버스와 같은 IT에 뒤늦게 관심을 보입니다. 대신 현실의 경험을 중요시합니다. 맛집 앞에 줄을 서는 것이 그 예이지요. MZ세대의 진짜 관심사는 무엇인지, 김서윤 하위 문화연구가가 설명해드립니다.




MZ세대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잘 모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지난해 7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잘 알고 있다는 15~40세 응답자는 11.8%에 불과했다. 15~25세 응답자 중에서는 8.9%만이 메타버스를 잘 안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인지도를 물었을 때도 높지 않은 응답률이 나왔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37.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용해본 사람은 10.2%에 불과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데이터 분석 업체 다이티(Dighty)가 메타버스 앱 사용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도 있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같은 앱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데 가장 많이 사용한 연령대는 10대였다. 조사대상 10대의 23.8%가 로블록스 앱을, 27.5%가 마인크래프트 앱을 설치한 경험이 있었다. 다음으로 사용량이 많은 연령대는 40대였다. 40대의 12.3%, 5.6%가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를 설치해 봤다. MZ세대의 이용 비율은 매우 낮았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30대의 1.7%만이 설치해본 경험이 있었고, 20대의 2.1%가 로블록스를 설치해봤다.

MZ세대는 메타버스를 잘 모르고, 안다 해도 크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메타버스를 알고, 이용해보려는 연령대는 10대와 40대다. 이 결론은 매우 의외인데 대개 메타버스는 MZ세대라는 단어와 엮여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로 성장한 MZ세대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새로운 IT기술은 으레 MZ세대에게 익숙할 것이라 생각하는 선입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Z세대 역시 메타버스는 낯설다. 오히려 40대가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이용한다.

이는 IT 업계의 구조와 관련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ICT 중소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ICT 기업 5만8000여곳 종사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로 35.2%였다. X세대로 지칭되는 40대는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이끌었던, IT기술 개발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세대다. 현재도 대다수 IT 기업의 요직에 배치되어 업계를 이끄는 것이 바로 X세대다.

MZ세대는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지만 사실 아날로그를 겸용하던 세계에서 성장한 세대다. 많은 MZ세대는 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들은 경험이 있고, 학교에서 손으로 쓴 과제를 제출해 본 적 있다. 이 경험은 MZ세대가 성장한 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레트로(retro)’ ‘뉴트로(new-tro)’ 같은 복고 바람이 불 때에 MZ세대는 항상 선두에 선다. MZ세대 힙스터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와 가깝다. LP판을 모으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아이패드를 쓰는 게 MZ세대 힙스터의 모습이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 내부

MZ세대는 거의 매 시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있지만 이 세계는 메타버스 같은 가상 세계가 아니다. MZ세대의 발길을 모으는 단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접미어 ‘able’을 합성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MZ세대의 소셜미디어 이용이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인 서울 여의도의 백화점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인 인스타그래머블 한 장소다. 널찍하게 구성된 공간에는 섬세하게 디자인된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MZ세대 친화적인 입점 브랜드들은 자연히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할 요소가 많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된 이미지는 다시 입소문을 타고 MZ세대를 현장으로 집결시킨다.

MZ세대는 언제나 핫플레이스에 모여든다. 10대는 트위터와 틱톡에 모여들고, 40대는 MZ세대를 쫓아오지만 MZ세대는 앞서 핫플레이스에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하다는 맛집, 잘 알려진 여행지, 주목 받는 전시회, 인기 있는 스타의 공연장 모두가 MZ세대의 핫플레이스고 경험장이다.

클럽하우스가 사라진 이유

핫플레이스에 뿌리를 두고 있는 MZ세대는 ‘경험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가상의 체험보다 현실의 경험을 중시하는 경험주의자로서 MZ세대는 최신 기술을 열심히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 경험해볼 만하다는 것이 입증이 되고 입소문이 나야 MZ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런 MZ세대의 태도는 IT 기술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고 신중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때 반짝 인기를 끌었던 ‘클럽하우스’는 MZ세대의 경험주의자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영상 없이 오디오로만 소통하는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는 폐쇄적인 접근성으로 유명해졌다. 초대 받은 사람만이 클럽하우스에 접속할 수 있는데 일단 접속할 수만 있다면 참여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화방은 일회적으로 개설되고 녹음이 불가능하다. 일론 머스크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인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한창 각광받았다.

한국에서도 클럽하우스는 인기였다. 작년 2월에는 이용자가 3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인기는 금세 시들었는데 3월에 들어서면서는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횟수가 2월의 10분의1에 가깝게 줄어들 정도였다. 이렇게 급격한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은 MZ세대의 미적지근한 태도다.

모바일 리서치 업체 오픈서베이가 당시 조사한 바를 보면, 클럽하우스 서비스를 인지하는 사람을 연령별로 구분해봤을 때 MZ세대의 인지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MZ세대의 이용 의향은 높지 않았는데, 가장 높은 것은 10대 응답자였다. 20대의 이용 의향은 40대와 같았다.

구체적으로 20대는 클럽하우스의 주된 특징인 음성으로만 소통 가능하다는 점, 초대를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 모두 선호하지 않았다.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인기를 견인하던 10대의 관심이 멀어지자 MZ세대는 접근조차 않은 채로 클럽하우스를 잊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7월에 조사한 결과로는 MZ세대의 단지 6.1%만이 클럽하우스 같은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줄을 서는 MZ세대

반면에 경험주의자 MZ세대는 적극적인 면이 있다. 검토가 끝난 것에 대해서는 더없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경험하려 한다. MZ세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면 어디든지 가보려고 한다.

현대카드뉴스룸 이미지 현대카드뉴스룸 이미지

MZ세대에게 줄서기는 매우 익숙한 문화다. 핫플레이스에 방문할 때나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것은 예삿일이다. 맛집 ‘피켓팅’이 그렇다. 피켓팅이란 혈액을 뜻하는 ‘피’와 예매를 뜻하는 ‘티켓팅’이 합쳐진 말인데 피 튀기는 경쟁을 뚫고 예매하는 일을 가리킨다. 최근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것이 유명 스시집에 가서 주방장이 내어주는 대로 먹는 오마카세 코스를 시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의 스시집 ‘아루히’나 성북구의 ‘우정초밥’ 같은 일식집은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다. MZ세대는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단 한 번의 미식 경험을 하려 노력한다.

미식 경험은 MZ세대에게 특별하다. 눈으로 보기에 즐거운 음식은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만하고, 결코 저렴하지 않은 식사 비용은 ‘비싼 값을 내고 즐긴다’는 플렉스 유행에 걸맞다. MZ세대는 많은 사람이 가봐 검증된 곳이라면 기꺼이 시간과 돈을 들일만한 자세가 갖추어져 있다.

이런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어 제주도의 고깃집 ‘숙성도’에서 몇 시간 줄을 서 고기 한 점 맛보기도 하고, 강원도 강릉의 카페 ‘툇마루 커피’에서 흑임자 라떼 하나 마시려고 반나절을 기다리기도 한다.

맛집에만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소비 경험에도 적극적이어서 MZ세대에게 한 번 인기를 얻은 제품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다. ‘범고래’라고 불리는 나이키의 운동화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은 추첨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데 경쟁률이 매우 높아 번번이 구매에 실패하고 만다.

다시 말해 MZ세대는 검증된 경험에는 더없이 적극적이다. 입소문이 난 경험은 한 번씩 해보려 하고 한 번 마음먹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경계 없이 다가간다. 다만 여기에는 제한이 있다. 경험해보니 전혀 새롭지 않다거나 경험의 질이 떨어진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후발대 경험주의자 MZ세대를 끌어 모으는 데 실패한다. 클럽하우스나 메타버스가 이와 같은 경우다.

그러니 MZ세대의 입소문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소문이 흐름을 타고 널리 번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시작 지점을 포착할 수 있다면 MZ세대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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