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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는 분명한 청사진이 있어야 해요. 창업자 스스로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직원들은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버리죠.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과연 나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또 이를 동료들과 공유하고 있는가’ 반문해봐야 합니다.” 고승용 이큐포올(EQ4ALL) 대표
“스타트업은 갓 항해를 시작한 작은 배 같아요. 작은 풍랑에 흔들리고 심지어는 뒤집히기도 하죠. 그런데 스타트업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우를 기대하는 분들이 있어요. 자본이 충분치 못한 스타트업에겐 꿈 같은 이야기이죠. 인재를 붙잡아두기 쉽지 않습니다..” 박치형 디프트(DIFT) 대표
“창업에 관한 철학적인 조언보다 절실한 건 실무적인 도움입니다. 기술 개발하고 투자 유치하는 작업에 모든 걸 쏟아도 부족한데, 고용이나 세무와 관련된 행정 절차 등을 파악하는데 하루를 다 보냅니다.”
이상연 미띵스 (Methinks) 이사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에 고승용(48) 이큐포올 대표, 이상연(44) 미띵스 이사, 박치형(35) 디프트 대표 등 스타트업 관계자 3명이 모여 앉았다. 현재 스튜디오블랙에 입주해 있는 이들은 여러 번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한국과 미국에서 창업해 각자의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후 겪은 다양한 어려움과 이를 극복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창업자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는 무엇인지는 물론,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지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쏟아낸 첫 대답은 바로 ‘인재난’이었다. 이상연 이사는 “테크 스타트업인 만큼 기술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데, 그런 인재는 스타트업을 찾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박사’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으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큰 IT 기업이 고액의 연봉을 걸고 데려가려 하는데, 그 수준의 연봉을 스타트업은 절대 제안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은 예산이 빠듯해 많은 인원을 채용할 수 없는 만큼, 한 명이 여러 일을 맡아 해야 해요. 업무가 많아지니 일하다가도 쉬이 그만두게 되죠. 뽑을 사람 찾기도 힘들고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암담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갓 시작하는 규모 작은 스타트업인 만큼 알음알음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움이라고 했다. 박치형 대표는 창업 초기 동료와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1년여를 헤맸다. “1년 내내 사람만 만나고 다녔어요. 인맥을 통해 인재를 찾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아직 초기 기업이라 홍보할 방법도 묘연하고, 구직 공고를 올려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니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사무공간을 구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인력의 변동성과 부침이 큰 스타트업 입장에서 임대료와 관리비는 최소화 할 수밖에 없다. 깔끔한 건물이나 그럴듯한 인테리어는 그림의 떡이다. 번듯한 사무실이 없으니 채용도 쉽지 않다. 이 이사는 “이전에 창업했을 때는 임대료 저렴한 허름한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했는데, 면접을 보기로 한 지원자가 건물 입구에서 전화를 걸어와 ‘죄송한데 아무래도 일 못하겠다’고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대안으로 창업자가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타트업 대표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창업하고, 이를 구성원들과 긴밀하게 나누면 채용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이 조직을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취업준비생과 직원들에게도 큰 모험이므로, 이들이 확신을 갖고 일하게 도와야 한다”며 “환경을 탓하기보다 창업가 스스로 구성원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항상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날 ‘세금계산서’와 ‘휴가 기록부’ 두 가지와 씨름하고 있다고 했다. 작아도 기업은 기업이라 세무 고용 등과 관련한 각종 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사용하는 언어도 낯설고 이해도 잘 안 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나 서비스와 관련해서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결정해야 할 것도 많은데, 엑셀 파일이나 문서 붙잡고 있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누가 좀 알기 쉬운 언어로 자세히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서비스도 많지 않은데다 컨설팅을 받으려면 그마저도 다 돈이 드니까요.”
투자도 고민이다. 벤처캐피탈(VC)나 창업지원기관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누구를 만나야 하며 어떻게 투자제안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의외로 어렵다고 했다. 박 대표는 “다행히도 최근 공유오피스 내에 이런 투자 지원 서비스가 생기기도 하고, 엑셀러레이팅 기관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이런 분야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과거에 비해 다소 높아지고는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막상 VC를 찾아가도, 퇴짜 맞기 일수다. 이들은 “투자제안서를 들고 가면 ‘지금은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니 6개월 뒤에 다시 오라는 식”이라면서 “당장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앞길이 캄캄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이 첫 창업이 아니라고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스타트업마저도 초기에는 함께 창업했던 동료 2명이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위기에 봉착했었다고 회고했다. 이때 가장 힘이 됐던 건 앞서 창업한 주변 스타트업 동료들의 응원이었다. “너무 힘들었어요. 다 떠나고 혼자 남았는데, 이대로 그만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했죠.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는 창업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지요.”
고 대표는 창업 1세대들과 창업가들 간의 교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1990년대 말 창업한 한게임 초기 멤버로 이후 게임 업계에 꾸준히 몸담았다가, 은퇴 후 다시 창업에 뛰어든 경우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많은 벤처기업이 생겼고 그들 중 몇몇은 현재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이를 극복한 과정에 대한 기록을 후배 창업가들에 전해주지 못했다”며 “과거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들과 젊은 창업가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건 ‘패배자’라는 사회의 시선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실패란 다음의 도전에 꼭 필요한 데이터(data)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위기를 겪거나 문을 닫은 CEO들을 향해 낙오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성공의 신화에는 주목하지만, 그런 성공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